8일 열린 대통령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있었던 “웃기고 있네”라는 다섯 글자 메모소동은 윤석열 대통령과 비서실의 실력,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준 해프닝으로 평가된다.

소동을 일으킨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래 가장 극렬하게 정권을 흔들고 있는 친문 좌파언론과 시민단체를 담당하는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들이다.

이날 민주당 의원들이 이태원 참사를 빌미로 청와대 책임론과 국무총리 경질요구 등 정치공세를 벌인 것과는 별개로, 두사람이 이날 보여준 행태는 윤석열 대통령 비서실의 부실한 인적구성 등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여당인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나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보수층까지 이번 일을 두고 비판이 적지않아 추후 대통령실의 전면 쇄신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강승규 수석의 메모지에 “웃기고 있네”라는 메모를 쓴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번 윤석열 대통령의 UN방문시 발생한 비속어 파동을 키운 장본인이다.

김 수석은 당초 언론이 제대로 판독하기 어려운 윤 대통령의 말을 ‘이XX’라는 비속어를 썼다며 해명을 요구했을 때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한 바 있다.

나중에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의 당시 발언이 ‘이XX’가 아니었다고 영상 원본에 음성분석 전문가들까지 동원해서 반박에 나섰지만 MBC를 비롯한 좌파언론으로부터 김 수석의 최초 해명을 근거로 대통령실이 뒤늦게 말바꾸기를 했다는 공격만 당했다.

8일 발생한 ‘웃기고 있네’ 소동과 관련한 해명 또한 UN방문시 비속어 파동과 마찬가지로 홍보수석으로서 순발력과 정치감각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메모가 공개된 후 김 수석은 “의원들의 질의에 대한 것이 아니고 어제 있었던 두 사람간의 일과 관련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질의, 발언내용이 웃긴다는 것이 아니고 강승규 수석한테 “웃기고 있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김은혜 수석은 1971년생, 감승규 수석은 1963년생으로 나이차가 8살이다. 8살 차이나 나는, 그것도 언론계 후배가 선배에게 “웃기고 있네”라고 반말을 했다는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일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급하니까,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일단 그럴싸한 변명을 한 것이지만 이렇게 쉽게 들통이 날 거짓말을 해버리면 나중에 일을 키울 뿐이다. 진실, 신뢰성이 생명인 홍보수석으로서의 추후 업무에도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게 됐다.

김 수석은 초선 국회의원을 중도에 그만뒀지만 대통령선거 다음으로 유권자가 많은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정도로 정치으로서 체급이 성장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소속 한 국회의원은 “그냥 의원들이 질의가 너무 황당해서 감정적으로 그런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메모지에 썼다고 사실대로 인정, 사과하고 퇴장을 당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직 국회의원이자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의 주요 참모로 있었던 인사 또한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문재인 김일성주의자 발언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공격을 받자 물러서지 않고 소신을 유지했던 경우와 비교된다”면서 “김은혜 수석이 사실대로 인정하고 퇴장당했으면 공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넘어가고 현장에서 김대기 비서실장의 입지도 더 편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은혜, 강승규 수석이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보여준 모습을 두고 보수층에서는 최근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친문 좌파들의 대공세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윤석열대통령 비서실의 자세와 실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좌파에 맞서 각종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한 보수단체 관계자는 9일 자신의 SNS에 “세월호 참사와 촛불소동,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을 재연하려는 좌파들의 공세가 치열해지는 시점에서 청와대 관계자들로부터 결연함과 신뢰를 느끼기 보다 권력에 취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월급쟁이들의 모습을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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