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문진석 의원이 지난 7일 '이번 이태원 압사 사고 사망자들의 신원과 사진, 각자의 사연 등을 확보해 이를 공개하고 당 차원의 추모 공간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의 텔레그램 메시지를 확인하다 펜앤드마이크에 포착됐다. 문 의원은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고 했지만, 정작 이 메시지를 보낸 인물은 침묵하고 있다. 더구나 이 메시지를 보낸 인물이 민주당 싱크탱크의 핵심 보직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가볍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날 논란이 된 텔레그램 메시지는 이연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보낸 것으로, 이 부원장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복심으로 널리 알려진 김용 민주연구원 상근 부원장(구속)과 함께 민주연구원에 소속된 이재명계 핵심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정책 마련 뿐 아니라 여론조사, 선거 판세 분석, 선거 전략 수립, 당의 방향과 노선 등을 정한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코어' 그룹은 크게 성남시·경기도·중앙대 출신들로 채워졌다. 대표적 인사가 지금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등으로 이 대표와 함께 검찰의 타깃이 된 정진상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부원장이다. 이들은 성남시에서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이 대표의 최측근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측근이라면 정진상, 김용 정도는 돼야 하지 않느냐"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번 텔레그램 메시지 파동의 당사자인 이 부원장은 민주당 당직자 출신으로 이해찬 대표 시절 상황실장과 김태년(경기 성남 수정) 원내대표 시절 정무실장을 지냈다.

특히 그는 이 대표와 같은 중앙대 동문으로 지난 대선 당시 선대위 전략본부 전략실장을 맡았다. 성남시·경기도 출신은 아니지만 친이재명계 핵심 인사로 평가받았으며 실제로 김용 부원장과 함께 지난 9월 민주연구원에 합류했다.

이 대표의 최측근들이 당대표실과 민주연구원 등에 대거 포진할 당시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친정 체제' 구축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언론에 "정책보다는 조직통에 가까운 김용을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에 들인 건 22대 총선을 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며 "지난 총선 당시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역할이 연상된다"고도 했다.

이 부원장은 전날 텔레그램에서 민주당 전략을 총괄하는 전략기획위원장인 문 의원에게 "참사희생자의 전체 명단과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기본입니다"라며 "이미 언론에 전체면을 채웠어야 하는 상황인데 야당이 뭘 하고 있느냐는 따가운 질책에 답변이 궁색해집니다"라고 했다.

이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유가족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패륜행위"라며 "최소한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민주당의 속마음을 안 이상, 이제 이재명 대표가 주장하는 총리사퇴, 국정 쇄신과 같은 요구도 모두 정략의 소산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죽음마저도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했다. 김기현 의원도 "이태원 사고를 자신의 정치적, 사법적 위기 탈출용 수단으로 삼으려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음흉한 시도는 더 큰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가세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부원장이 제안한 내용에 대해) 전혀 이뤄진 바 없고, 만약 그런 제안을 누군가 했다면 부적절한 의견"이라며 "그런 의견을 당내에서 논의할 상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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