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청 "서울 초·중·고 혁신학교 200개교로 늘린다"

문재인 정권 들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교육실험이 한층 대담해지고 있다. 소위 ‘개혁’ 성향의 교육감들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혁신학교를 급격히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학업 성취도 저하 등 혁신학교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조 교육감이 ‘묻지마’식 확대 정책을 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서울시 교육청이 3일 발표한 ‘2018년 주요업무계획’에 따르면 올해 서울지역 초‧중‧고 혁신학교는 기존보다 40개교 늘어난 200개교로 확대된다. 서울 전체 초‧중학교(1308개교) 가운데 약15%가 혁신학교로 탈바꿈하는 셈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난 3년여 간 ‘혁신학교’ 성과를 바탕으로 ‘학교혁신’ 새 장을 열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서는 조 교육감이 아직 검증되지도 않은 학교 모델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혁신학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09년 경기도 교육감 시절 도입한 학교 모델이다. 교사에게 교육과정 자율권을 주고, 학생들에게 다양한 활동과 토론 중심 수업을 강조한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소위 ‘개혁’ 성향의 곽노현 교육감이 재직하던 지난 2011년 처음 도입됐다. 서울형 혁신학교는 2011년 23개교에서 2017년 현재 160개교로 빠르게 확대됐다.

2017년 서울 행정구역별 혁신학교 도입 현황

지난해에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대로 혁신학교 지정이 잇따라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에는 충북 제천고가, 10월에는 광주 대광여고의 혁신학교 지정이 무산됐다.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대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학업 성취도 저하’다. 2016년 전국에서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혁신학교 고교생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세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혁신학교 고교생의 11.9%가 기초 학력에 미달했다. 전국 고교 평균은 4.5%다.

특히 개교부터 혁신학교로 출발해 서울형 혁신고의 상징적 존재인 삼각산고는 전국 최하위 수준의 학업 성취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2015년 치러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에 따르면, 삼각산 고등학교의 보통학력이상 비율은 49.7%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초학력은 28.1%, 기초미달은 22.2%였다.

자녀를 혁신중학교에 보냈던 학부모 이씨(49)는 “아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무척 힘들어했다”며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떻게든 혁신학교 진학을 피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문제는 학부모가 혁신학교 진학을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미래교육자유포럼의 황영남 대표는 “학부모가 혁신학교와 일반학교 중 선택할 수 있는 권한도 없는 상태에서 혁신학교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학교선택권’ 차원에서 큰 문제”라며 “현장에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혁신학교 반대 진영에선 일부 혁신학교의 높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 비율을 지적하기도 한다. 일부 혁신학교는 전교조 교사 비율이 50%가 넘기도 한다.

전교조 소속 교사 비율이 높지 않다 하더라도 이들이 학교 프로그램을 맡아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도 나온다. 혁신학교 확산은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소위 ‘개혁’ 성향 교육감의 공동 공약이었다.

그럼에도 혁신학교 확대는 앞으로 더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사항으로 제시한 데다, 혁신학교를 처음 도입한 김상곤 전 교육감이 교육부 수장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의 이종배 대표는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대해 잘 모르고 자녀를 진학시킨 뒤 피해를 입는다”며 “혁신학교가 과연 우리나라 교육 제도로서 바람직한 제도인지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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