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로 인해 국민들의 관심사에서 잠깐 멀어진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재부상중이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한동훈 장관을 겨냥해 ‘윤석열 대통령 및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함께 새벽 3시까지 술자리를 함께 했냐?’는 질문을 함으로써 불거진 의혹이다.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채널A 캡처]
지난달 24일 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다. [사진=채널A 캡처]

김 의원은 첼리스트 A씨가 지난 7월 19일 밤부터 20일 새벽 3시까지 청담동 술자리에서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동석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전 남자친구에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증거로 A씨가 남자친구에게 술자리 상황을 설명하는 통화 음성파일을 공개했다.

당시 한 장관은 김 의원의 질문에 "비슷한 자리에도 당연히 간 적 없다"며 "장관직을 포함해서 앞으로 어떤, 공직이라든지 다 걸겠다"고 단언했다. 한 장관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김 의원은 계속 질문을 이어갔고, 한 장관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 매체 ‘시민언론더탐사’ 역시 같은 날, '첼리스트가 털어놓은 새벽 3시 '술통령과 한동훈'의 진실 "청담동 바를 다 빌렸어. 윤석열, 한동훈도 왔어"라는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더탐사는 25일에도 첼리스트의 녹취 파일을 추가로 공개하며, 공세의 고삐를 당겼다.

김건희 여사를 지지하는 ‘건사랑’과 윤 대통령 지지단체인 ‘새희망결사단’은 지난달 25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A씨와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권한대행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이후 같은 혐의로 더탐사와 그 대표 강모씨도 추가 고발했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전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첼리스트 A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A씨에게 출석을 통보했다. 경찰은 A씨와 소환 조율에 나섰고, 아직 조사 일정이 확정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언론더탐사'는 25일에도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추가폭로를 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시민언론더탐사'는 25일에도 '청담동 술자리 의혹'과 관련해 첼리스트의 녹취파일을 추가로 공개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법조계에서는 ‘이태원 참사 국가애도기간이 끝난 만큼, 조만간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도부의 대응에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친야 성향의 ‘노컷뉴스’조차도 법조인 출신의 한 의원이 “혹시 사실일까 봐, 여기저기 전화를 많이 했는데, 비슷한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은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첼리스트의 소환을 계기로 ‘청담동 술자리’를 둘러싼 의혹을 살펴본다.

① 첼리스트, 술자리 장소 특정 못하고 사진도 없어...자작 소설 의혹?

지난 25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이 접수된 이후, 첼리스트 소환까지 수사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경찰이 이렇게까지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아, 유튜브의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애초 김 의원이 이같은 의혹을 제기하자, 정치권에서는 ‘첼리스트의 자작 소설일 가능성’이 높게 거론됐다. 첼리스트가 새벽 3시에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40분간 통화하면서 발언한 내용 중, 팩트가 틀린 곳이 한두개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첼리스트는 청담동 갤러리아 백화점 뒤편에 있다는 룸바를 특정하지 못했다. 갤러리아 뒤편에는 룸바는커녕 카페 하나 없고, 아파트만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첼리스트가 지목한 것으로 추정되는 룸바 혹은 카페를 취재한 일부 언론에 따르면, 테이블이 몇 개 정도 놓여있는 소규모 공간이어서 30명 이상이 들어갈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무엇보다도 첼리스트가 언급한 술자리에서 나온 사진이나 녹취록이 하나도 없다는 점도 ‘술자리 의혹 자체가 없었다’는 정황 증거로 꼽히고 있다.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에게 전화로 이런저런 얘기를 한 내용이 녹음된 것은, 증거로서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②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대행의 녹취록 짜깁기 의혹?

더탐사가 지난 24일 공개한 내용 중에서 가장 의구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 권한 대행의 태도이다. ‘청담동 술자리’에 대해 질문하는 더탐사 강진구 기자에게 ‘그런 자리가 없었다’고 딱 부러지게 부인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그런 자리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듯한 답변을 해, ‘실제로 그런 자리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됐다.

하지만 지난 27일 이 전 권한대행은 이같은 의혹에 대해 “김 의원의 주장엔 단 1%도 진실이 없다”며, 김 의원과 유튜브 매체 '더탐사'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김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이후 달라진 이 전 권한대행의 태도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원래 좀 과시하는 스타일이어서, 강 기자의 질문에도 ‘어, 어’ 라며 애매한 태도를 취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더탐사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맨 총재권한 대행과 관련해 공개한 녹취파일에 대해 '짜깁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더탐사가 이세창 전 자유총연맨 총재권한 대행과 관련해 공개한 녹취파일에 대해 '짜깁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게다가 더탐사 강 기자에게 이 전 권한대행을 소개해준 사람은 김경재 전 자유총연맹 총재로 알려진다. 따라서 김 전 총재와의 관계를 고려해, 강 기자의 질문에 어정쩡한 태도로 답변을 했을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이 전 권한대행의 녹취록과 관련해, 서정욱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유튜브 어벤저스에서 ‘짜깁기 의혹’을 제기했다. 서 변호사는 녹취에 대해 “일부만 내도 되지만, 앞부분이나 뒷부분 등 연속된 일부분을 내야 한다. 그런데 중간을 잘라내는 건 ‘증거조작’으로 범죄”라고 지적했다. 더탐사가 공개한 이 전 권한대행의 발언은 중간중간 짜깁기됐다는 점에서, 문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③ ‘개딸’이라는 첼리스트의 오빠, 왜 함구할까?

김 의원이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직후인 지난달 26일 ‘오마이뉴스’는 첼리스트 오빠 B씨를 인터뷰했다. 당시 B씨는 음성녹음파일 존재에 대해 “녹취된 것은 맞다”면서도, 술자리에 대통령과 한 장관이 동석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는 “저희가 그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이 없다. 그것에 대해서 함구하겠다”고 답했다. 또 녹취 제보를 전 남자친구가 일방적으로 해 법적조치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B씨는 “지금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커서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다. 저도 어떻게 사태를 해결해야 할지 모르고, 본인 의사에 반해서 나온 것들이라 일반인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다”는 심경을 전했다.

하지만 첼리스트가 힘들어한다는 B씨의 발언에 대해, ‘만약에 본인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전혀 힘들어할 필요가 없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개딸’이라는 첼리스트의 입장에서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사실이라면 ‘자랑스러워해야 하는 일’을 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술자리에 대통령과 한 장관이 동석한 것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 ‘드릴 말이 없다’는 B씨의 답변을 통해, 오마이뉴스의 ‘물어보나마나한 질문’이 오히려 첼리스트가 현장에 없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말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