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직후부터, 더불어민주당은 ‘경찰 책임론’을 주도하고 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사고 당일에 ‘경찰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참사가 벌어졌다는 논리이다. 특히 친민주당 성향의 방송인 김어준씨는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작년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된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속' 때문이다. 사진은 작년 10월 29일 연합뉴스TV를 캡처한 것으로, 한 업소 내부로 경찰관이 단속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작년 핼러윈 기간 이태원에 경찰 기동대가 배치된 이유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속' 때문이다. 사진은 작년 10월 29일 연합뉴스TV를 캡처한 것으로, 한 업소 내부로 경찰관이 단속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TV 캡처]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인 지난해에는 경찰 통제가 이뤄졌다는 점을 역설함으로써, 이번 이태원 사고를 윤석열 정부의 책임으로 몰아가고 있다. 다양한 패널을 라디오 프로그램과 개인 유튜브 등에 초대해, 연일 이같은 논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심지어 김씨는 현장 질서 정리를 책임져야 할 기동대가 배치 되지 않은 이유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과의 전쟁을 펼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의 지시로 경찰이 시민의 안전을 포기하고 마약단속 실적을 택했다는 논리이다. ▶펜앤드마이크 11월 4일자 ‘신종 음모론’ 부추기는 김어준, ‘마약과의 전쟁’ 때문에 이태원 참사 발생했다고?‘ 제하 보도 참조.

작년 핼러윈 이태원에 배치된 기동대, ‘동선 통제’가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단속’ 목적

하지만 민주당과 김씨는 결정적 사실을 배제하고 있다. 경찰이 지난해 핼러윈에 이태원, 홍대등에서 경찰 통제를 실시한 것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속 차원이었다. 저녁 10시까지인 영업시간 제한 준수, 거리에서의 마스크 착용 등을 유도하는 게 목적이었다.

많은 인파로 인한 불상사를 사전 통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다.

실제로 작년 10월 31일 기사에서 이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대부분의 언론은 '코로나 핼러윈' 우려라는 내용으로, 경찰이 기동대를 동원해 인파를 해산시킨 내용을 보도했다. 한 매체는 “다음 달 1일부터 시행되는 '단계적 일상회복'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핼러윈데이 기간을 맞은 홍대 입구와 이태원은 인파가 몰렸다. 경찰은 기동대까지 동원하며 수백 명의 계도 인력을 파견해 거리는 이내 고요함을 되찾았다”라는 내용을 실었다.

직장인 A씨, “지난해 핼러윈 당시 경찰은 코로나 영업시간 단속해, 동선 통제한 적 없어”

펜앤드마이크는 이태원과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는 30세 직장인 A씨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지난해 핼러윈 기간 동안 이뤄진 경찰의 통제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A씨는 이태원에서 친구들과의 모임을 자주 갖기 때문에, 압사 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29일에도 이태원을 찾았다가 ‘심상치 않은 인파’에 발길을 돌려 참사를 피한 주인공이다. ▶펜앤드마이크 10월 30일자 ‘이태원 참사 피한 30세 직장인의 경험담, “초저녁에 위기 징후 있었다”’제하 보도 참조.

A씨에 따르면, 작년에 기동대가 동선 통제를 했다는 김씨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멀었다. A씨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작년 핼러윈 데이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인파가 올해처럼 많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이태원 곳곳에 기동대가 일부 배치돼 있었던 것은 인정하면서도, 기동대의 목적은 ‘김씨가 주장하는 동선 통제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A씨는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식당과 술집 등이 오후 10시에는 영업이 끝났다. 당시 기동대는 영업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거리를 떠나지 않은 사람들을 귀가시키는 게 목적이었다”고 부연했다.

A씨는 이같은 보도와 관련해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기동대가 배치돼 있었지만, 그 이전에는 기동대가 배치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작년에도 그랬고, 그 이전에도 기동대가 배치돼 있었다’는 김씨의 주장은 대중의 흐릿한 기억력을 구실 삼은 ‘거짓 선동’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김어준,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알고도 모른 척?...

더욱이 김씨는 지난 4일 공개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는 작년 핼러윈 데이를 기억하는 블로그 글과 동영상까지 동원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지난 4일 공개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은 한 블로그 글을 인용하며, 경찰 기동대가 동선 통제를 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4일 공개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씨는 한 블로그 글을 인용하며, '경찰 기동대가 동선을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신장식, 양지열, 신유진 변호사와의 좌담에서 김씨는 한 블로그 글을 보여주면서 “작년에 이태원에 놀러갔던 사람이 블로그에 써놓은 글”이라며 “이태원 골목 쪽에서 이쪽으로 들어가는 길은 통제...지하철역으로 나오는 사람만 나올 수 있고, 들어가진 못한다”라는 블로그 글을 인용한 후, “통제한다고. 그때그때. 그건 기본이야”라고 소리질렀다. 기동대가 동선을 통제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블로그 글을 공개하며 의기양양해진 것이다.

김씨의 이같은 태도에 양지열 변호사는 한술 더 떴다. “지난해 욕을 써놓은 블로그도 있다. 군사정권이야? 우리가 가고 싶은 데로 마음대로 못가게 해”라고 인용하면서, 김씨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에 김씨는 작년에 사고난 지역을 찍은 동영상의 일부로 추정되는 화면을 보여주며 “여기가 사고난 지역이다. 작년에 이렇게 경찰들이 경광등 들고 서 있었다”면서 “일시적으로 동선 통제하는 거거든”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김씨의 이같은 태도는 또다른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 블로그나 동영상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작년 10월 31일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중이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에서다.

‘작년 10월 31일 이태원 핼러윈’ 등을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서, 하루 전날인 핼러윈에 시민들이 들뜨지 않도록 기동대가 이른 귀가를 종용하기 위해 배치된 것이 팩트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는 기동대가 배치되지 않았다는 것이 독자 A씨의 증언이다.

그런데도 김씨는 작년에도 그 이전에도 이태원 거리에 기동대가 배치됐기 때문에, 압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무한반복하고 있다. 이쯤되면 김씨는 이제 입을 닫아야 할 때가 됐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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