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음속 폭격기 'B-1B'. (사진=연합뉴스)
美 초음속 폭격기 'B-1B'. (사진=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2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반발 명분으로 수백발의 화력 및 미사일 도발을 연일 감행 중인 가운데, 한미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마지막 날인 5일 美 전략자산 'B-1B 랜서'가 움직이기 시작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군의 전략자산 중 하나인 'B-1B 랜서'는 전략핵폭격기로, 한반도에서 2시간 거리인 태평양 괌 앤더슨 기지에 배치돼 현재 한반도 일대까지 전개할 수 있는 상황. 미군의 전략핵폭격기의 기동훈련이 주목받는 까닭은, 한반도에 드리워 있는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거의 유일한 대응자산이기 때문이다.

'전략자산'으로서 평가받는 3대 무기(Triad)는 '장거리전략폭격기·장거리탄도미사일(ICBM)·전략핵잠수함'으로, 세부적으로 ▲전략핵폭격기(B-1B, B-2, B-52)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미사일탑재가능 전략핵잠수함(SSBN) 등 '핵무기 3각 체계(nuclear triad)'로 통한다. 전략핵폭격기인 B-1B랜서가 동원된 배경은, 북핵에 대응하기 위한 억제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데에 있다.

핵(核)무기는 통상 핵탄두의 개발과 운송수단 운용술을 기반으로 한 전력으로,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전략적 효용을 극대화할 수 없다. 핵개발 과정을 거쳐 핵운용전략을 어떻게 수립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무기다.

통상 NPT 체제에 들어있는 주요 국인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체제 심화 과정에서 핵실험을 통해 핵전력을 확보한 것과 동시에 고도의 과학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핵탄두 운송수단인 트라이어드를 집중 개발해왔다. 트라이어드에 의한 핵능력의 극대화를 추구하는데, 이때 사용된 무기가 폭격기나 미사일에 의한 것으로써 핵타격 능력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핵무기 타격 방법 중에서도 북한은 ICBM을 개발했는데, 이는 기존 기술력 운용 소요가 큰 잠수함이나 폭격기보다는 전략자산 회수 소요가 전혀없는 미사일 개발에 치중한다.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시험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북한은 이를 '광명성'이라며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했는데, 사실상 미사일이나 다름없는 다단로켓 형태로 ICBM의 첫 개발시험을 거쳤던 것.

ICBM과 핵폭격기가 핵전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히 핵무기를 실어나를 수 있는 운송수단이라는 것 그 존재 하나 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가시적으로 실험 모습을 보여주거나, 폭격기 기동전개 등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핵무기 운용 훈련을 하고 있음을 알리는 대외선언전략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가공할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를 운용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알림으로써 핵무기 사용의지를 천명하는 일련의 '억제(deterrence)'효과를 노리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북한이 그동안 6차 핵실험을 각 국면마다 진행했는데 이것이 노리는 바가 바로 우리나라에 대한 일종의 '강요'를 뜻하는 셈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앤드루스(Andrews) 공군기지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2022.11.4 / 한미 공동성명 '김정은 정권 종말' 첫 명시…北반발 예상.2022. 11. 3.(사진=연합뉴스)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소재 앤드루스(Andrews) 공군기지를 방문해 대화하고 있다. 2022.11.4 / 한미 공동성명 '김정은 정권 종말' 첫 명시…北반발 예상.2022. 11. 3.(사진=연합뉴스)

핵무기를 사용할 의지를 밝힘으로써 상대국으로 하여금 정책 수행 의지를 꺾거나 의도된 방향으로 상대방을 유도하는 행위를 할 수 있는데, 이같은 행태는 핵무기를 직접 실험하거나 핵무기를 운송할 수 있는 운송수단(ICBM 등)을 직접 공개 및 실험하는 형태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미연합훈련 과정에 동원된 B-1B 랜서의 한반도 기동 역시 북한의 강압성 핵전략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간 계획된 전략행동인 셈이다. 북한이 핵위협을 가했을 경우,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핵전력자산의 전개가 가능하며 북한에 의한 1격 시도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한미간 B-1B랜서 기동 그자체가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온 것이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쟁을 사전 억제하는 처방약 역할을 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B-1B랜서가 기동했을 때, 북한이 재래식 전력에 의한 핵타격 능력을 보여준다하더라도(화력 등 포격도발) B-1B랜서 만으로도 이를 압도할 수 있다. 억제전략이 구현 수단으로 B-1B가 동원되는데, 사전 북한의 선제 타격 가능성을 막을 수 있는데다 북한이 재래식 전력에 의한 종래의 제한적 군사도발을 하더라도 '응징적 억제수단'으로서 B-1B랜서가 가동할 수 있다.

그래서 북한으로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고가치(high value) 표적이 아니라 저가치 지역타격 혹은 공해상으로 방향을 트는 선택지만 남게 된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 일례가 최근 동해상으로 포격을 가하거나 공해상으로 미사일을 쏜 북한의 사례가 그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B-1B랜서가 있다고 해서 북한의 도발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이는 군사적 도발이라는 특징에 기인하는데, 군사도발은 그 도발 주체가 누구인지, 어떻게 진행됐는지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라 이를 감시함으로써 그 입증 절차를 밟는다하더라도 상대방이 이를 인정하는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으므로 이 과정에서 제한적인 소규모 국지도발이 발생할 때 그 피해는 우리 국군장병들에게 향하기 때문이다.

그와 같은 사례는 지난 2015년 8월 육군 소속으로 수색작전 중 북한군의 목함지뢰 도발로 하재헌 중사에게 전상을 입혔던 도발 사건 등을 통해 알 수 있다. B-1B랜서가 한반도에서 기동함으로써 북한의 전략적 도발 행위는 당분간 차단되거나 무력시위 형태로 그칠 수 있겠으나, 휴전선 일대에서의 총격 도발 및 소규모 화력도발 행위는 계속될 공산이 없지 않다.

전략자산 전개로 인한 억제효과로 당분간 전략적 도발 행위는 맥을 끊을 수 있겠으나, 탐지·추적·식별이 쉽지 않은 휴전선 일대에서의 제한적인 군사도발 행위는 그동안 전략자산 전개와는 별도로 산발적으로 있어왔던 만큼 지속될 것이라는 것. GOP일대에서의 총격·화력·불온전단살포 등 심리전 도발의 경우 감시태세 유지가 계속 요구된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앞서 지난달 31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에는 우리 공군 전투기 F-35A와 F-15K·KF-16 전투기, KC-330 공중급유기 등 140여 대를 비롯해 미군 전투기 F-35B, 전자전기인 EA-18, 고공정찰기 U-2, KC-135 공중급유기 등 100여 대 등 총 240여 대가 참여 중이다.

한편, 이번 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은 본래 지난 2015년 도입된 '비질런트 에이스'의 후신격 훈련으로 ‘베벌리불도그(Beverly Bulldog)’라는 본명칭의 미 공군 전투대비태세 훈련 중 일환이다. 공군 구성군 훈련 차원의 ‘에이스(ACE·Air Component Exercise)’라는 훈련명칭이 결합된 '비질런트 에이스'로 북한 내 고가치 표적을 타격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미북간 비핵화 협상과정 이후 폐지논의가 진행되면서 논란을 일으켰으나,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번 '비질런트 스톰'이라는 명칭으로 진행됐다./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PG).(사진=연합뉴스)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PG).(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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