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수습상황 및 향후 계획 등 중대본 회의 논의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가장 왼쪽부터 이우성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 우종수 경찰청 차장,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사진=연합뉴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이 4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수습상황 및 향후 계획 등 중대본 회의 논의사항을 브리핑하고 있는 모습. 가장 왼쪽부터 이우성 외교부 해외안전관리기획관, 우종수 경찰청 차장,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김성호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이태원 참사 원인을 규명함에 있어 지난해 마련된 지자체-소방당국-경찰 간 재난안전 통신망이 사고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러 행정 기관 사이에 유기적인 연결을 꾀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도록 준비했지만 그러지 못했단 것이다.

행정안전부 소속 김성호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앙재난안전관리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은 버튼만 누르면 유관기관 간 통화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잘 작동이 안 됐다"며 "사실 버튼만 누르면 통화그룹에 포함된 기관들이 다 연결해서 통화를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 부분이 작동이 잘 안됐다"고 밝혔다.

경찰, 소방, 해양경찰 등 재난에 관련된 정부 기관들이 소통할 수 있는 단일 통신망인 재난안전통신망이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1조5천여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구축됐지만, 정작 이태원 사고와 같은 상황에선 유명무실했단 것이다.

김 본부장은 다만 "기관 내부에서의 통화는 이 통신망으로 원활히 이뤄졌다"면서 "가령 경찰 단말기는 현장에 1천500대가 있었고 그 단말기들이 동시에 통화했고, 소방과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로 통화에 이 통신망을 사용했다"고 했다.

김 본부장은 재난안전통신망이 기관 내에서는 잘 작동했지만 기관 간 연락엔 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현장에서 활용하는 훈련을 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이 좀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는 이유를 댔다. 즉 통신망 사용자의 미숙을 지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행안부는 부처 홈페이지 재난관리실 항목에 '재난안전통신망'을 두고 그 세부 사항에 대해 매우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재난안전통신망에 대해서 행안부는 "재난 대응업무 활용을 위해 전용으로 사용하는 전국 단일의 무선 통신망"이라며 "광대역 무선통신기술(LTE) 기반으로, 산불·지진·선박 침몰과 같은 대형 재난 발생 시 재난관련 기관들의 신속한 의사소통과 효과적인 현장대응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최대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사고로 인해 행안부의 '확신'은 말 뿐인 '자화자찬'이 됐단 평가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춰 놓았더라도 실제 상황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아무 쓸모 없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행안부가 재난안전통신망 활용에 있어 기관 간 연락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을 계기로 시스템 마련에만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실제 상황에 대비한 훈련·실습 등 활용 방법을 익힐 방안을 강구해야 한단 지적이 힘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있는 '재난안전통신망' 관련 설명.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이 기관 간 연락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단 사실이 드러나면서 행안부의 홍보는 '자화자찬'이 되어버렸단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 구비에 그칠 게 아니라 시스템 활용에도 신경을 써야한단 지적 역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행정안전부]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있는 '재난안전통신망' 관련 설명.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재난안전통신망'이 기관 간 연락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단 사실이 드러나면서 행안부의 홍보는 '자화자찬'이 되어버렸단 지적이 나온다. 시스템 구비에 그칠 게 아니라 시스템 활용에도 신경을 써야한단 지적 역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행정안전부]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