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이후 경찰 내부 보고 체계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를 두고 경찰 지휘부에 대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시 용산서장이 서울청장에게 보고한 시간이 11시 36분으로, 사건 발생 이후 1시간 21분 이후로 밝혀지면서 ‘시스템’의 문제가 불거졌다. 용산서장은 사건 당일 삼각지 근처에서 식사를 하다가 사고 소식을 전화로 보고 받고도, 상부에 보고를 제때 하지 않은 책임 문제가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다.
경찰의 부실 대응 ‘셀프 수사’, 믿을 만한가?
따라서 사고가 발생한 원인 규명과 진상조사를 누가 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 본격적인 공방이 점화되고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의혹에 대해 경찰청 특별수수본부가 수사를 시작한 상태이다. '특별수사본부'는 이전에 검찰이 내부 비리를 수사할 때 도입한 '특임검사'와 비슷하다. 수사 결과만 경찰청장에게 보고하고, 수사 도중에는 보고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수사한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한 ‘검수완박’ 때문에 ‘수사 대상’이 돼야 할 경찰이 ‘수사 주체’로 활동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의 총체적 부실을 가뜩이나 부실한 경찰 수사에 맡겨야 하는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거나 특검이 수사해야 한다, 혹은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의 방법으로 크게 3가지가 거론된다.
① 검찰의 직접 수사...검수완박으로 검찰의 수사가 불가능?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일 ‘검수완박법 때문에 검찰이 참사 원인에 대한 수사에 나서는데 한계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그는 “시행령을 통해 검찰이 경찰의 범죄 자체를 수사할 수는 있지만, 참사의 범위가 넓기에 검찰이 잘 판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한 장관이 책임을 회피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10일부터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면서, 검찰 수사 대상이었던 6대 중대 범죄에 포함되었던 대형참사 수사가 빠졌다. 한 장관이 취임 후에 시행령 개정을 하면서 마약범죄로까지 수사범위를 확대하면서, '대형참사'를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 ‘대형참사 수사는 잘해도 본전을 건지기 어려운 수사이기 때문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당시 열흘만에 시행령을 개정한 사정을 감안하면, 지금이라도 시행령을 개정해 ‘대형참사’를 포함시켜 검찰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경찰청법 4조에 따르면, ‘경찰관의 범죄는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금 일부 경찰들의 업무상과실치사상에 대한 수사 얘기가 나오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② 법무부 장관의 ‘상설특검’도 가능
법무부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에 신속하게 도입할 수 있는 상설특검법에 따라, 이태원 참사에 대한 원인 규명을 검찰이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법만 만들어 놓고 한 번도 발동이 안 된 것으로 알려지는 ‘상설특검’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경찰의 부실 셀프 수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법에 대해서는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주당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단장’인 김교흥 의원은 4일 CBS라디오에서 한동훈 장관발 상설특검에 대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방탄 특검이 될 수도 있다”며 반대했다. 진행자가 “‘한동훈 장관이 대통령과 가까우니까 못 믿겠다’라는 뜻이냐?”고 질문하자, “아무래도 그런 것”이라며 객관화시키기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특검을 하더라도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라고 부연했다.
민주당의 반대와 무관하게 실제로 상설특검이 가동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장관의 결정이 있으면 발동은 가능하지만, 그 자체로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법조인은 "특검이 수사하다 보면 경찰을 넘어 '윗선'으로 확대할 텐데 ,이 경우 대통령실을 향할 수도 있게 된다"며 "한 장관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상설특검이 당장 결정된다고 해도 후보 추천(5일 이내), 대통령의 임명(3일 이내), 시설과 인력 확보(20일 이내) 등에 시간이 소요되고, 임명된 특검팀이 자료를 모아 사건 내용을 들여다봐야 해, 실제 수사 착수까지 한 달이 넘게 걸릴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③ 민주당의 내로남불, “특수본은 안 돼, 국정조사를 하자”
이태원 참사의 원인에 대해 풀어야 할 미스터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수사에 착수한 경찰 특수본은 8곳을 압수수색하면서 굉장히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특수본 수사로는 안 된다, 국정조사를 하자”는 입장을 내놓아 비판을 받고 있다.
검수완박 법만 아니었으면 검찰이 수사하면 되는데, 민주당이 검수완박법 만들어서 검찰이 대형참사 수사 못 하게 막아놓고는 이제 와서 경찰이 셀프수사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기가 막히다는 비판이다.
국민들의 이런 지적에 김교흥 의원은 “검수완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 의원은 4일 CBS라디오에서 “경찰이 늑장 대응하고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이 사고의 중심에 경찰이 있었기 때문에 경찰이 또 다른 수사본부를 꾸려서 하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라며, 검수완박과는 전혀 다른 얘기라고 주장했다. “경찰이 (민주당이 요청한) 자료에 대해서 전혀 주지 않고 있고, 객관화 할 수 있는 명분들이 자꾸만 희석되니까 얘기하는 것이지, 검수완박하고 무슨 관계가 있냐?”며 재차 검수완박과는 관계가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이런 행태에 대해 “국정조사를 요구하기 전에 민주당이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태가 벌어질 줄 예상 못한 단견에 대해서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에 타격을 주려는 데에만 골몰하는 민주당의 행태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