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북한은 그동안의 미사일도발 양상과 달리 휴전후 처음으로 NLL(북방한계선)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중 한발이 울릉도를 향하는 바람에 이날 오전 “울릉도 지역에 공급경보가 발령됐다”는 급보가 정규방송 중이던 TV화면에 커다란 자막으로 나왔고, 국민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전쟁을 걱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1983년 2월25일 북한군 조종사 이웅평이 미그기를 몰고 귀순하던날 수도권에 공습사이렌이 울리고 민방위본부에서 라디오방송을 통해 “현재 서울인천지역이 공습중이다”라고 소동을 벌였던 이래 가장 긴박한 상황이었다.

이번 일은 최근 북한이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핑계로 하루에도 수십발씩, 각종 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우리 군의 군사대응 태세와 관련해 몇가지 의문점을 남겼다.

①북한 미사일의 낙탄(落彈), 우리 군의 요격? 자폭??

그동안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북한 영토에서 동서방향, 즉 동해 먼바다나 서해(단거리 미사일의 경우)로 비행해 낙하하는 경로를 선택해왔다. 비행고도 또한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태평양에 떨어지는 경우 일본과 생길 수 있는 분쟁을 피하기 위해 초기부터 우주권을 향해 수직발사하는 양상을 보였다.

통상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군의 정찰자산 외에 가장 먼저 이를 탐지하는 것은 한국해군의 이지스함에 탑재된 레이더이다. 미군의 경우 인공위성이나 특수정찰기를 통해 발사원점의 영상 및 신호정보를 통해 미사일 발사징후를 사전에도 탐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발사후 이를 추적하는 것은 주로 한국 해군 이지스함이 도맡아 왔다.

지난 2일 북한이 발사한 3발의 미사일 중 한 발이 울릉도 방향, 즉 대한민국의 영토를 향해 날아오고, 공습경보까지 내렸다면 당연히 요격대상이다.

정부, 합동참모본부는 이와 관련해 “울릉도 방향으로 날아오던 북한 미사일은 공해상에 낙탄(落彈)했다”고만 발표했다. 북한 미사일의 낙탄이 우리 군의 요격에 따른 것일 수도 있지만 군사기밀이기 때문에 굳이 밝힐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북한이 쏜 미사일이 우리 영토인 울릉도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데 요격시도를 하지 않았거나 아예 요격능력 조차 없었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초 군이 울릉도에 공급경보를 발령한 것은 상승 및 하강각도 등 비행경로를 추적, 계산한데 따른 것이다. 따라서 울릉도를 향하던 북한 미사일의 낙탄은 우리 군의 요격, 또는 북한 미사일 사령부의 자폭기능 작동, 둘 중 하나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다.

현재 우리 군이 운용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는 미국제 패트리엇트 미사일과 국산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을 복합한 것으로 수도권 방어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이번에 동해 먼바다, 울릉도 방향으로 비행한 북한 미사일을 요격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군사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며칠전 이루어진 패트리엇트 밑 천궁 발사훈련에서 두 미사일 모두 결함을 보이는 등 아직까지 KAMD의 완성도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점 또한 요격 가능성을 낮게하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주목되는 것이 경북 성주에 배치돼있는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사드(THAAD)의 작동 여부다. 하지만 사드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200km 정도여서 무기전문가들은 사드가 이번에 NLL을 남하한 북한 미사일을 사드기지에서 탐지했을 수는 있지만 요격은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②킬체인(Kill chain)과 ‘선제타격’, 울릉도 공습은 예외?

우리 군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와 병행해 유사시 북한 핵과 미사일을 선제타격하는 킬체인(Kill chain) 전략을 갖고 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윤석열 후보는 북한 핵에 대한 대응책으로 ‘선제타격’을 제시했다가 친북 좌파들로부터 ‘전쟁광’이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킬체인은 북한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이자 불가피한 ‘솔루션’이다.

지난 2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휴전 이후 처음으로 NLL을 넘어 우리 영토, 울릉도를 향해 날아왔지만 킬체인은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 군은 사후에 공군기를 띄워 북한의 동해, 공해상에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하는 대응을 보여주었다.

북한의 미사일이 남한의 영토로 날아오는데 왜 킬체인 전략에 따른 대응을 하지 않았는지 상식적인 의문이 들게하는 대목이다. 이는 술취한 취객이 칼을 들고 설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실제로 사람들을 해칠 것 같지는 않아 그냥 보고만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북한 미사일이 끝까지 날아와 울릉도를 타격했거나, 한발 더 나아가, 당시 미사일에 탑재된 탄두가 핵탄두가 아닌 재래식 폭탄 내지 탄두가 없는 미사일일 것이라는 판단 내지 확신은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국가안보상 중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③공습경보가 일상화된 대한민국, 북한의 의도에 말린 것 아닌가?

군이나 국가안전보장회의, NSC로서는 북한이 거의 매일 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에서 그중 몇발이 남쪽으로 날아오고는 있지만 연평도 포격때처럼 남한 영토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킬체인 대응을 자제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이 벌어지자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NSC가 확전을 우려해 원점폭격 등 보복공격을 자제함으로써 당시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이 연평도 포격을 기획하며 남한의 대응까지 정확하게 예상했다는 교훈을 잊은 것이다.

최근의 북한 미사일 발사는 더 이상 미사일 성능향상을 위한 시험과 훈련 측면 못지않게 미국 등 국제사회, 특히 남한을 향한 심리전 요소가 다분하다. 북한이 최우선적으로 노리는 것은 공습경보가 일상화된 대한민국 국민들이 느낄 피로감이다.

대한민국은 경제의 90%를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다. 앞으로 서울 도심 한복판까지 툭하면 공습경보가 울리게 되면 국민들은 미국의 확정억제에 발을 맞추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에 회의를 느끼고 김대중, 문재인 정권을 그리워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이런 의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윤석열 정부의 엄중한 대응이 필요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미군이 연평도 포격당시 북한내 도발원점 폭격을 극구 말렸듯이 한미 양국의 군사적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이와관련해 야전군사령관과 합참의장을 지낸 한 예비역 대장은 4일 팬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추후 한번이라도 더 NLL 남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발사원점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그렇지 않고서는 대한민국 먼바다 곳곳에 북한 미사일이 떨어지고 수시로 공급경보가 울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2000년대 이후 북한이 과거와 같이 무장공비 침투를 못시키는 것은 북한이 대한민국 보다 더 전쟁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전쟁을 너무 두려워하면 전쟁보다 못한 공습경보가 일상화된 나라에서 공포의 노예로 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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