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이틀 포격 도발…"경고사격 대응".2022.10.18.(사진=연합뉴스TV)
북한, 연이틀 포격 도발…"경고사격 대응".2022.10.18.(사진=연합뉴스TV)

북한이 지난 2일 오후 1시27분 경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대규모 화력 도발을 감행했다. 이번 화력 도발 내용은, 동해 NLL 북방 해상완충구역에 대한 100여발의 포병 사격이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합참은 이날 이같은 소식을 알리며 "명백한 9·19남북 군사합의 위반 사항"이라고 언급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새벽부터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사상 최초로 NLL을 넘긴 공해상으로 넘어오기까지 한 상황. 대규모 미사일 및 화력 수단을 동원한 것.

그 중에서도 북한군은 올해 '포병(砲兵)'이라는 도발 수단의 형태인 화력 도발을 연이어 벌이고 있는 중인데, 실상 이는 북한의 재래식 위협 중 하나로써 아직도 계속되는 위협이다.

먼저 국방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의 장사정포 위협은 비대칭 전력으로 평가받는 핵미사일 위협과 국내 교란 및 요인 암살 목적의 북한군 특수작전부대 위협과 함께 3대 재래식 위협형태로 손꼽힌다.

북한의 단일형 및 다연장 형 장사정포는, 사거리가 54km에 달하는 170mm 자주포(주체포, M-1989) 대대와 사거리 60㎞의 240mm 다연장로켓포(북한식 표현은 방사포, M1991) 대대가 각각 60%·40% 비율로 배합된 형태로 약 1천여문의 화포가 군사분계선(MDL) 북방 전선에 배치된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했다.

사거리가 54km인 경우, MDL로부터 속초-인제-화천- 의정부-북한산-인천 선 안쪽까지 모두 포함되며 사거리가 60km일 때 MDL로부터 양양-춘천-하남-안산 선 안쪽을 모두 포함한다. 모두 인구 2천만명 이상이 분포된 수도권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협이다. 북한군의 장사정포 위협이 제기된지 오래됐으나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게다가 북한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2019년 사거리가 250km 이상으로 증가된 KN-09 개량형과 탄두 600mm 의 대구경에 사거리는 무려 380km에 이르는 KN-25 등을 내놓았다. 아무리 정밀타격태세를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이같은 위협의 치명성은 바로 '제1격'에 기인하고 있어 북한의 화력도발태세는 무시할 수 없다.

북한 주요 장사정포 사거리(CG). 2022.11.03(사진=연합뉴스)
북한 주요 장사정포 사거리(CG). 2022.11.03(사진=연합뉴스)

'제1격(First Strike)'이라 함은, 통상 핵전략상 핵무기에 의한 전쟁수행능력 중 상대국에 대한 우선 타격 가능성을 비침으로써 상대국의 의지를 무력화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되는 공격 양상이다. 북한군의 재래식 포병이 핵무기 만큼 가공할 만한 위력을 갖춘 것은 아니나, 단 한번의 일격만으로 수도권의 2천만 인구에 대한 위험을 거둘 수 없기 때문에 북한군의 제1격 가능성을 어떻게 차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북한군의 화력도발 수단인 다수의 화포가 기계식인데다 연식이 오래돼 그 기능을 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따라 제1격을 감행할 능력을 따지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런데, 실상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력 도발 수단인 포병의 포탄 특성을 고려하면 제1격에 의한 위험성은 상쇄되지 않는다. 포병의 탄환은 장약과 탄두로 구성되는 결합형 탄환인데, 결합형 탄환의 탄두는 다종화 돼 있어 다목적 탄두를 실어나를 수 있다. 탄두에 화생방(화학, 생물학, 방사능) 무기 등을 실어 나를 경우, 적 포탄 낙하 시 화생방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이다.

즉,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사망한 김정남의 사인(死因)으로 나타난 독극물 VX계열 신경작용제가 포탄 속 탄두에 실려 제1격으로 날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 2일 강원 고성군 일대에서의 고가치 표적이 아닌 공해상의 바다를 향한 저강도 지역단위 포격을 감행함으로써 그 의도가 무엇인지를 두고 눈길을 모았다.

북한의 저강도 지역단위 화력 도발의 의도는, 이곳의 지형적 특성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강원 고성군 일대는 금강산 줄기자락이 위치하고 있는데다, 북한군 00사단이 금강산 내 갱도 형태 화력진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도발은, 우리 군 대포병 레이더 탐색 활동에 있어 지형적으로 우리 군에게 불리할 뿐만 아니라 정밀 타격 공세활동에 있어서도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악조건적 지형이다. 우리 군 탐지능력의 사각에 있어 1격에 대한 응징 차원의 2격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렸다고 볼 수 있다.

이같은 특성을 가진 강원 고성 지역에서의 화력 도발은, 강원 지역 전방에 배치된 국가보안목표에 대한 위협을 증가시킴에 따라 우리 군의 집중도를 분산시키고 타 지역에 대한 경계작전밀도를 낮추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오랜 전통적 군사전술인 기습전 원칙인 성동격서(聲東擊西)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라는 풀이가 가능하다. 즉 우리 군으로 하여금 유사시 혼란에 빠뜨려 2격 반응시간을 늘어난다는 것.

16일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가는 길과 북한 모습. 2022.1.16(사진=연합뉴스)
16일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금강산 가는 길과 북한 모습. 2022.1.16(사진=연합뉴스)

국지방어 차원이 아니라 국토방어 차원에서, 북한이 수도권 지역에 포격을 감행할 수 있었음에도 굳이 동해 방향으로 포격을 가한 배경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화력 도발을 감행한 것은, 제1격에 의한 도발 의지가 있음을 대외적으로 선포한 셈이다. 단순히 화력전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만으로 도발하는 것은 아니며, 화력전력 외에도 화력교리와 화력태세를 갖추고 있음을 밝힘으로써 상대국에 대한 정치적 목적 달성 의지를 강요한다는 선제적 '강요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 대한 '강요 전략' 차원에서 도발 의지를 밝히고, 이를 통해 2차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단, 이때 도발 형태는 단순히 화력 도발 단 하나의 형태로 단독 감행하지 않으며 총격·포격·미사일 등 두 가지 이상의 도발 수단을 배합한 형태로 감행한다. 최근까지 적 공군 전력과 화력을 배합한 형태로 진행했다가, 이번에는 미사일과 화력으로 도발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같은 '강요 전략' 차원에서의 도발은, 가용 자산인 화력과 미사일을 통해 각 지역에서 쏘는 도발의 형태로써 우리나라에 대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다만, 그 '특정 목적'이 무엇인지 직접 밝히지는 않은 만큼 북한이 왜 이같은 도발을 감행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의도는 '한미연합훈련 반대'라는 오랜 추정에 근거 하고 있는 상황.

같은 날, 북한은 이날 새벽에서부터 오후 늦게까지 연이어 단거리 탄도탄 등 전구(全球) 단위 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미사일(전구탄도탄) 역시 탄두와 운송수단인 추진발사체로 분리할 수 있는데, 이미 6번의 핵실험을 감행한데다 지난 9월 '핵무력 정책'을 채택함으로써 대외적으로 핵무기 운용전략의 일환인 핵교리(nuclear doctrine)를 발전시켰다고 밝힌 상황에서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다.

이는 즉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는데, 결국 우리나라에 대한 핵공갈 차원의 강요 행위와 다르지 않다고 볼 수 있음이다.

한편, 김승겸 합참의장은 라캐머라 연합사령관과의 한미공조회의를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상황 등을 긴밀히 공유하고, 이에 따른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굳건히 할 것을 확인했다고 군 소식통은 전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북한은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이날만 4차례에 걸쳐 25발가량의 미사일을 퍼부었다.2022.11.03(사진=연합뉴스)
북한은 2일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하는 등 이날만 4차례에 걸쳐 25발가량의 미사일을 퍼부었다.2022.11.0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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