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지검·대검 3단계 거친 요청을 법무부가 '싹둑'
SNS에 쓴 글 처벌, 미국법상 가능하지 않다는 사유
관계자들, "요청 해보지도 않은 것 이해 불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이재명 후보와 전해철 의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이재명 후보와 전해철 의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의 아내라는 주장이 나온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수사를 위한 검‧경의 미국 사법공조 요청을 법무부가 최종 단계에서 이례적으로 차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법무부와 검찰, 경찰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혜경궁 김씨 사건 수사를 위해 대검찰청이 신청한 미국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최근 반려했다.

사유는 ‘미 연방헌법상 트위터와 같은 SNS에 글을 쓰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보호되고, SNS에 쓴 글에 대해 처벌하는 것은 미국법상 가능하지 않아 공조요청하는 것이 어렵다’는 취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법무부가 미국에 사법공조를 요청해보지도 않고 자진해서 반려한 것에 대해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혜경궁 김씨’ 사건이란 @08_hkkim 계정을 쓰는 트위터 이용자가 친문 핵심 인사로 분류되는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에 대한 비방 글을 올려 경기도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고발 당한 사건이다. 이 계정의 과거 타임라인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세월호 유족에 대한 패륜적 비방도 게시돼 있었다.

일부 누리꾼들이 이 계정의 과거 트윗과 아이디, 메일주소, 연락처 등을 추적한 결과 사용자가 이재명 후보의 부인인 김혜경씨일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커졌다. 이 후보 측은 “아내는 SNS 계정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혜경궁 김씨’가 누구인지 등을 밝히기 위해 지난달 트위터 미국 본사에 로그 기록 등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하자 미국에 형사사법공조를 요청하기로 했다.

형사사법공조란 국가 간 조약을 맺어 범죄인 인도를 비롯해 수사기록 제공, 증거 수집 등 수사에 필요한 절차에 서로 협조하는 것이다. 경찰이 관할 지방검찰청에 요청하면, 지검이 대검에, 대검은 법무부에 올리는 식으로 진행된다. 법무부가 최종 판단해 외교 통상부에 넘기면 외교부가 상대국과 협의한다.

그런데 혜경궁 김씨 사건의 경우 경찰과 지검, 대검을 거쳐 올라온 형사사법공조 요청을 법무부가 미국 사법당국에 요청해보지도 않고 자진해서 반려해버린 것이다.

법무부가 여권 정치인과 관련된 사건이라 정치적 결정을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수사당국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사법당국에 요청서를 넘기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법무부 선에서 요청서를 반려한 것은 다소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며 "여권 정치인 관련 사건인 데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걸 고려한 결정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l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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