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에 대해 ‘누군가 고의로 밀어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목격담이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네다섯명의 남성과 여성이 ‘밀어라’라는 말을 시작했다”는 증언이 공개돼 주목되고 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현장에는 콩나물 시루처럼 빽빽한 인원이 밀려다니며, 파도처럼 움직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인원이 당일 현장에 있었다는 의미이다.

핼러윈 당일 이태원의 인파. [사진=CBS 유튜브 캡처]
핼러윈 당일 이태원의 인파. [사진=CBS 유튜브 캡처]

생존자 A씨, “네 다섯명이 ‘밀어’를 시작해”

실제로 29일 이태원역을 이용한 지하철역 이용자가 13만명으로 알려져, 작년의 6만명과는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일 이태원에는 20만명 정도의 인원이 방문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 이전의 핼러윈 당일에도 그 정도의 인원이 방문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예년과 달리 특별히 사고가 날 원인은 아직 발견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3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당시 인파 속에 끼어 있다가 주위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탈출한 생존자 A씨가 출연해, “실제로 들었다”며 “네다섯 명이 밀어, 밀어를 시작했고 주변에서 그 말을 따라 하고 미는 압박이 더 강해졌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어 A씨는 “뒤에서 ‘밀어, 밀어’ 이렇게 외치고 있으니 노랫소리도 크고 앞쪽에 있는 많은 분들은 ‘뒤로, 뒤로’를 못 들었던 것 같다”며 “비명소리가 들려도 사람들이 신나서 더 (소리를) 지르는 줄 알고 더 밀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인파에 갇힌 지 30분 만에 ‘위에서 손을 잡고 올라오라고 해서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A씨는 “(주변에) 의식을 잃어 눈에 초점이 없는 분이 있었고, 얼굴색도 변한 분도 있었다”며 “제가 본 건 여성 두 명, 남성 한 명이었다. 대로변으로 나와보니 구조된 분은 바닥에서 CPR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A씨, “가게들의 노랫소리가 너무 커서 현장 내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돼”

당시 현장에 구급차의 진입이 쉽지 않았던 데 대해 A씨는 “진입은 엄청 어려웠다. (경찰이 비키라고 해도) 그것도 코스프레인 줄 알고 잘 안 비켜줬다”고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A씨는 일부 시민들이 구조 현장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 것에 대해서도 “직접 목격했다”며 “(이분들이 이 상황을 몰랐다는 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개만 돌리면 보이는 그런 심각한 상황에서 그러고 있다는 게 인간적으로 옳지 않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29일 이태원 참사의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A씨는 31일 CBS 라디오에서 "누군가가 뒤에서 밀었다"고 증언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29일 이태원 참사의 현장에서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A씨는 31일 CBS 라디오에서 "누군가가 뒤에서 밀었다"고 증언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A씨는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해 ‘가게들의 노랫소리가 너무 커서 현장 내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됐다는 점과, 좁은 도로의 특성상 사람이 몰리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상황 파악을 못 한 것, 마지막으로 뒤에서 앞으로 가기 위해 사람들이 밀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의 목격담과 경험담을 토대로, 이태원 참사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은 ‘내리막길’ 상단에 있었던 몇 명이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앞사람들을 밀었던 데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서울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뒤편 골목길에 설치된 폐쇄회로(CC) TV 영상을 다수 확보해 분석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교수, “제곱미터당 10명을 초과하면 사고가 발생”

A씨의 증언과 달리, 일부 전문가 중에는 ‘애초부터 밀집이 되지 않는 조건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31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가로세로 1제곱미터당 10명을 초과하면 이런 사고가 발생한다”며, “그 단위가 되면 정상 군중이 ‘이상 군중’이 된다”고 지적했다.

백 교수는 “인파가 몰렸다는 것은 밀집이 된 것”이라며 “밀집을 정량적으로 말하면, 가로세로 1제곱미터당 3명 정도를 적정선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10명 이상이 되는 밀집의 조건을 처음부터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문제가 되는 누군가의 주장에 대해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누군가가 밀었다, 혹은 내려가!라고 했다’라는 점을 지적하지는 않은 채, “누군가의 주장 이런 부분이 아니고, 골든타임 4분처럼 정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이어 좀더 구체적으로 “누가 먼저 쓰러졌다, 누가 소리를 질렀다. 이런 부분은 (이태원 참사) 문제의 원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31일 TBS 라디오에 출연, "가로세로 1제곱미터에  10명을 초과할 경우, 정상 군중이 '이상 군중'이 된다”고 주장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백승주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31일 TBS 라디오에 출연, "가로세로 1제곱미터에 10명을 초과할 경우, 정상 군중이 '이상 군중'이 된다”고 주장했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백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1제곱미터당 10명이 넘어가게 되면 ‘이상 군중’이 되기 때문에, 단위면적당 10명이 넘지 않도록 통제를 가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백 교수는 건전한 시민들의 질서 의식과 이성적인 판단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밀어를 외친 사람’과 ‘이상 군중’ 중 누가 원인 제공자인지 밝혀야

백 교수의 이런 설명과 주장에 대해 대다수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지하철 9호선은 매일같이 압사당할 수 있는 조건이지만, 그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핼러윈 축제 이전에 이태원에서 개최된 ‘지구촌축제’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뉴스공장’에서 백 교수는 김어준의 주장에 동조하는 상황이었다. 김씨는 ‘이전 핼러윈에서는 사고 골목에 대해 일방통행 조치가 행해지고 있었지만, 올해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런 조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었다. 아직 어디에서도 그 부분에 대한 공식적인 발표가 없는 상황이지만, 김씨는 그렇게 주장했다.

백 교수도 김씨의 이런 주장에 동조해 “인구밀집이 예상됐으니까 일방통행 조치가 나올 수 있다”면서, 당시 사고가 발생한 골목길에서 압력을 배출하기 위해서는 ‘일방통행과 통제밖에 없었다(필요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예년의 핼러윈 기간 동안 그 골목길에 ‘일방통행’ 조치가 취해졌는지는 앞으로 관계 당국이 사고 원인 규명에서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운집한 인파가 늘 ‘이상 군중’이 되지 않고 질서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은 중요한 대목이다. 이번 참사는 단위 면적을 넘어선 ‘이상 군중’ 전체의 문제가 아니라, CBS 라디오에서 증언한 A씨의 설명대로 ‘처음 밀기 시작한 일부 몇 명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원인 분석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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