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안 장관,경찰 관계자, 용산구청장 등 형사처벌 여부 주목

검찰과 경찰이 지난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원인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위한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우발적 사고 및 인재(人災)의 요소가 혼합된 이번 참사의 책임자 사법처리 문제가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번 참사와 관련한 일체의 정치적 공세를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국가 애도기간(11월5일까지)이 종료되고,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끝나면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야권을 중심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후 이 문제가 정국의 뇌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05년 1월 경북 상주 시민운동장에서 MBC 가요콘서트를 구경하려던 관람객 11명 숨지고 100여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이에대한 책임으로 김근수 당시 상주시장이 안전관리 소홀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또 행사를 진행한 국제문화진흥협회라는 단체 및 현장 경비를 맡은 경호회사 대표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됐다.

2006년 3월에는 서울 롯데월드 무료 개방 행사에 수만명이 몰려 어린이들이 인파에 깔리는 바람에 35명이 다쳐 롯데월드 고위 관계자들이 구속되는 등 처벌을 받았다.

2014년 10월에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야외공연장에서 환풍구가 무너지며 인파가 20m 아래로 추락해 16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져 공연을 진행한 기획사 대표 등이 구속된 바 있다.

지금까지 놀이공원 같은 민간시설, 민간단체 주최 공연에서 사고가 날 경우 시설관리 및 공연주체에 형사책임을 물어왔다.

상주 시민운동장 참사 때 시장이 구속된 것은 이례적인 경우로 당시 상주시가 행사에 ‘주관’등 명의를 걸었던 것이 문제가 됐다. 실제 2014년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이태원 참사의 경우, 주최자가 있는 축제 행사가 아니라 ‘할로윈데이’를 맞아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인파에 깔려 숨진 것이기에 서울시장이나 용산구청장 등 지자체장에게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직접 적용해 처벌하기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사고가 난 골목의 인근 업소에서 불법 광고판 등으로 골목길을 더 좁게 만들어 사고를 유발한 책임이 있는 경우 당연히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사고에서 관할 지자체장의 형사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느냐는 범위는 지자체장의 권한 및 의무사항과 연결돼 있다. 지역의 안전을 유지해야 하는 지자체장의 일반적 의무와 이를 위해 주어진 권한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여부가 쟁점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의 사법적 책임도 다를 수 있다.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일대를 직접적으로 관할하는 기초단체장이고, 서울시장의 경우 이태원 같은 동네가 수십군데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사고지역을 직접 관할하는 용산구청장의 경우 관련 법규와 행정안전부의 매뉴얼 등에 따라 충분한 수의 공무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죄 등으로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충분한 수의 공무원 배치나 안전조치도 평소 이 지역에서 사고가 빈발하는 등 참사가 어느정도 예측될 때만 책임이 따른다.

문제는 직무유기죄의 모호성으로 인해 당장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국민감정에 따라 처벌을 강행하지만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가 속출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1997년 IMF 사태 이후 집권한 김대중 정권은 전 정권, 김영삼 정부의 경제관료들에 대해 직무유기죄를 직용해 대거 구속기소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이와관련, 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직무유기죄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권한과 그에 따른 의무, 처벌대상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하는데 한국 공직사회의 풍토 내지 전통상 공무원들에게 그런 책임까지 물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검찰 특수수사통 출신으로 일종의 ‘사법적극론자’ 성향이라는 점에서 전대미문의 이번 이태원 참사에 대한 적극적인 사법처리를 예상하는 분위기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영원한 멘토’로 그의 검사시절을 이끌었던 이명재 전 검찰총장은 IMF 사태 수사책임자로 일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IMF를 초래한 정부당국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죄라고는 직무유기 밖에 없는데, 솔직히 법원에서 유죄를 받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IMF 사태라는 국가적 재앙이 초래한 국민적 고통을 감안할 때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감옥을 가야하는 것이 한국식 사법체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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