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김어준이 나란히 ‘억지논리’를 부리고 있다. 김어준이 28일 오전 라디오 방송을 통해 김 의원의 청담동 술자리 발언을 옹호하기 위해 전혀 무관한 사실을 끌어들였다. 문제의 첼리스트가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모임에서 연주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윤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식의 해괴한 논리를 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후 김의겸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자신의 청담동 술자리 발언에 대한 사과요구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뉴욕 비속어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 고려해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혀 무관한 사실을 끌고들어오는 태도가 김어준과 흡사하다는 지적이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한 사과의 전제 조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사과'를 내걸었다. [사진=김의겸 페이스북 캡처]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한 사과의 전제 조건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사과'를 내걸었다. [사진=김의겸 페이스북 캡처]

청담동 술자리 발언 사과 요구받은 김의겸, 전혀 무관한 뉴욕발언 사과를 전제 조건으로 제시

김 의원은 28일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발언 및 국민의힘 윤리위 제소 관련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윤 대통령이 비속어 논란을 먼저 사과하면, 본인도 사과를 고려해보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김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사과하라는 국민의힘 요구에 대해 “국회를 상대로, 169명 민주당 국회의원 전체를 상대로 입에 담을 수 없는 표현을 하신 분인데 사과한 적 있냐”면서 “대통령께서 먼저 사과하면 그때 저도 사과할 것을 진지하게 고려해보겠다”고 조건을 내건 것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2개월 만에 한 장관과 함께 김앤장 변호사 30여명과 청담동에서 술자리를 가졌다는 주장과 윤 대통령이 지난 9월 뉴욕에서 비속어 발언을 한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자신의 청담동 의혹 제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그에 상응하는 사과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한 사과 요구는 청담동 술자리 문제와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속어 발언 논란에 대해 윤 대통령이 사과하면, 김 의원 자신도 청담동 술자리 발언에 대해 사과할 수 있다는 해괴한 반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이 사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한 김 의원의 판단이나 반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김의겸은 횡설수설?...사과 조건을 이야기하다가 돌연 청담동 술자리가 사실이라고 주장

김 의원은 사과를 거론하다가 돌연 자신의 청담동 술자리 발언이 사실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갈팡질팡하는 태도였다. 김 의원은 “이번 사안의 본질은 국정감사장에서 질문을 던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라며 “아주 구체적인 내용의 제보가 들어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었다고 지목된 분이, 일반 시민이 아니라 자유총연맹 총재까지 지낸 분이 그런 자리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는 기자와 통화한 내용 자체가 조작됐다. 짜깁기 됐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통화가 조작됐는지, 짜깁기됐는지는 금방 드러날 일”이라고 했다.

이어 “제가 질문을 하기 위해서 없는 말을 만들어냈다거나 조작했다는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그럼에도 그런 사안에 대해서 과연 질문을 못한다면 그것이 더 문제가 아니겠냐. 언론인 여러분이 그런 제보를 받았다면 질문하지 않겠냐. 만일 못한다면 기자증 반납해야 할 일이고, 국회의원 입장으론 뱃지를 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조응천, 최재성 등 민주당 인사들도 김의겸 발언 신빙성에 의문 제기해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도 김의겸의 발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온 바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작전 미스”라며 “타격전을 해야 되는데 한꺼번에 다 주고 일방적으로 저쪽에서 반박하게 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작전 미스로 한 장관에게 전세를 역전당했다고 본 것이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작전 미스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전세를 역전당했다'고 분석했다. [사진=MBC 유튜브 캡처]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의겸 의원이 제기한 청담동 술자리 의혹에 대해 '작전 미스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전세를 역전당했다'고 분석했다. [사진=MBC 유튜브 캡처]

최재성 전 의원도 26일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 하이킥’에서 “설정 자체가 조금 납득 안 가는 측면이 있다”며 “의혹 제기는 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성질하고는 조금 다른 사안이기 때문에 조금 실책을 한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친명계인 정성호 의원 역시 “국회에서 장관이나 국무위원에게 질의를 할 때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법적 근거를 갖고 질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2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김의겸 의원이 한두 건이 아니다”라며 “면책특권 뒤에 숨었고 사과라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며 “이번에도 자살골이 됐는데 자살골을 멈춰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이처럼 당 내외에서 김 의원의 술자리 의혹 제기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김 의원은 궁지에 몰렸다. 갤러리아 백화점 뒷골목에 있다는 ‘룸바’의 장소도 특정하지 못했고, 첼리스트 OO도 잠적하면서 신뢰성에 흠집이 생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그 술자리에 있었다는 단 한 건의 물적 증거도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김어준의 억지 논리= “첼리스트가 윤상현을 아니까, 청담동 룸바에 윤 대통령이 있었다”고?

김 의원이 궁지에 몰린 이런 상황을 뒤집기 위해, 지난 28일 김어준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희한한 논리를 제공했다. 말하자면 ‘김의겸 지키기’에 나선 것으로 관측됐다.

김어준은 “한 첼리스트가 전 남자친구와 나눈 전화 통화가 이 사단의 출발점”이라며 “첼리스트는 현재 연락두절 상태라고 하고, 한동훈 장관측 입장이 주로 보도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첼리스트와 남자친구가 나눈 전화 통화 대화내용 전부가 사실이거나, 일부가 사실이거나, 전부가 허위거나 셋 중 하나 아니겠느냐?”고 했다.

방송인 김어준은 지난 2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의겸 의원 구하기에 나섰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방송인 김어준은 지난 28일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억지 논리로 김의겸 의원 구하기에 나섰다. [사진=TBS 유튜브 캡처]

현재로는 대통령이 김앤장 출신 변호사들 수십명과 회동을 했는지 안했는지, 그 자체를 단언할 수 없는 것 같다면서도 “전부 허위인 것 같지는 않다”고 주장했다. 김어준은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로 ‘첼리스트의 대화 중에 이세창 전 자유총연맹 총재와 윤상현 의원이 등장한다는 점’을 들었다.

첼리스트는 전 남친에게 “윤상현 의원이 당대표로 나온다”는 것을 들었다고 알렸고, 전 남친은 “윤상현은 친박으로 정치인생이 끝났다”고 대답한다.

이 점을 두고 김씨는 ‘첼리스트가 전 남친에게 윤상현 의원의 당대표 추대설을 얘기한 시점은 6월 9일로, 이준석 대표가 날리던 시절로 징계를 받지 않은 시점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달 정도 지난 시점이다. 권성동 장제원 등 윤핵관들이 주름잡고 있을 때다. 일반인이 윤상현 의원이나 이세창 총재의 이름을 알기는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그런 얘기가 오갈 법한 자리에서 그런 얘기를 할 만한 사람에게 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세창 전 총재가 있는 자리에 연주자로 갔고, 윤상현 의원 이름까지 거론된 건 사실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즉 김씨는 “일반인이 그런 자리에 가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런 사실을, 이런 이름들을 알 수 있다는 말인가?”라면서, “이 정도 녹취가 있으면, 국회의원이 거론된 장관에게 사실 여부를 물을 수 있다”고 김의겸 의원 살리기를 강력히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김씨의 이런 주장은 문제의 핵심에서 한참 비껴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김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 본질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이 문제의 술자리에 참석했느냐 여부’이다. 문제의 첼리스트가 이세창 총재와 윤상현 의원을 안다는 것과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청담동 술자리에 있었느냐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그런데 김씨는 첼리스트가 윤 의원과 이 총재를 안다는 점이 사실이라며, ‘첼리스트가 7월 19일과 20일 새벽 사이에 윤 대통령과 한 장 관이 그 술자리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것까지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며 혹세무민한 것이다. 김씨의 이런 주장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일부 지지자들에게 기대, 궁지에 몰린 김의겸 의원을 구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김 의원 역시 궁지에 몰린 상태에서 ‘사과하는 건 지는 것이다. 목소리가 크면 이기지는 못할망정 비길 수 있다’라는 이상한 논리로, 윤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의원이 이런 억지 논리를 편 데는 ‘김어준의 억지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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