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주 만에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했다.

미군 전력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된 우리 군 호국훈련 마지막 날에 도발을 감행한 것으로, 미국 중간선거(11월 8일)를 앞두고 핵실험 등 도발 수위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28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11시 59분께부터 낮 12시 18분께까지 강원도 통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이들 미사일은 비행거리 약 230㎞, 고도 약 24㎞, 속도 약 마하 5(음속 5배)로 탐지됐으며 세부 제원은 한미 정보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다.

고도 24㎞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의 최저 요격고도 50㎞보다 낮다. 패트리엇(PAC-3) 요격 미사일 사정권에는 들어가지만, 낮은 고도로 음속의 5배 이상 날아가면 요격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한미 탐지를 최대한 회피하면서 탐지 역량을 떠보려는 것으로 추측된다"며 "도발을 통해 긴장감을 이어가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SRBM 3종 가운데 하나의 계열일 것으로 추정되지만, 개발 단계의 신형 미사일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번 미사일은 비행거리상 북한이 SRBM 타격 목표로 자주 사용하는 함북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을 향해 쏜 것으로 군은 분석하고 있다.

통천은 올해 들어서는 북한이 처음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장소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완충구역보다는 북쪽이며, 2019년 8월 전술지대지미사일을 이곳에서 쏜 적이 있다.

통천에서 230㎞ 거리라면 남쪽으로는 서울은 물론 주한미군사령부가 위치한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까지 사정권에 들어간다. 조금 남쪽으로 옮겨 발사하면 F-35A 전투기가 있는 청주기지도 사정권에 든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쏜 것은 지난 14일 KN-23으로 추정된 SRBM을 발사한 지 2주 만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미사일 발사로만 보면 14번째다.

아울러 지난 16∼22일 열린 중국 공산당 제20차 당대회가 마무리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3연임에 나선 이후 탄도미사일 도발을 재개한 것이기도 하다.

군 당국은 지난 17일부터 이날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실병 기동훈련인 '2022 호국훈련' 기간에 북한이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이런 훈련에 대한 반발성 무력 시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되며, 군과 주한미군의 대비태세를 시험해보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북한은 선전매체 등을 동원해 호국훈련을 "군사적 불안과 위험을 증대시키는 무분별한 대결 망동"이라고 맹비난해왔다.

대통령실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최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거듭 발사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며 포격 도발 등을 통해 9·19 합의를 위반한 데 이어 다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반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음을 지적했다.

이어 다음 주 있을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을 계기로 연합방위태세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 등 전략적 도발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우리측 북핵 수석대표인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미국, 일본 측 수석대표와 각각 통화하고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재개해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을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했다.

합참도 도발을 규탄하면서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올해 들어 탄도미사일을 25차례 쐈고, 순항미사일을 3차례 발사한 것이 언론에 공개됐다.

한미는 오는 31일부터 내달 4일까지 F-35A, F-35B 스텔스 전투기 등 240여 대를 동원해 대규모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을 실시할 예정이어서 북한이 이를 빌미로 또 도발할 가능성도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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