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다이 클럽'서 韓에 우크라 무기 지원하지 말라는 푸틴
한국을 자유민주주의진영 동맹의 '약한 고리'로 본다는 분석 나와

28일(현지 시각) 러시아 노브고로드 시에서 열린 '발다이 클럽' 토론회서 발언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28일(현지 시각) 러시아 노브고로드 시에서 열린 '발다이 클럽' 토론회서 발언하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 한·러 관계에 금이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27일(현지 시각) 열린 '발다이 클럽'에서 나온 발언이라고 러시아의 국영 통신사 타스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겠단 결정을 내렸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됐다"며 "이로 인해 한·러 관계가 파괴될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현 한·러 관계를 "다정한" 상태라고 묘사하면서도 "만일 러시아가 북한과 군사 협력을 재개한다면 한국이 어떻게 반응하겠냐. 과연 좋아하겠냐. 나는 이를 고려해주길 원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러-우크라 전쟁이 지난 2월 발발한 후 우크라에 살상용 무기를 지원할 수는 없다고 밝혀왔다. 그 대신 비살상용 군수 물자와 의료 물자를 지급했고, 인도적 지원을 제공해왔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도우면서도, 한국 기업 다수가 진출해있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끊진 않으려는 한국 정부의 '고심' 끝에 나온 결단으로 해석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이 한국을 겨냥해 경고한 건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 발언 직전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미·북간 핵 합의를 깨고 대북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한 맥락이 있긴 하다.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경고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선 러시아가 한국을 동북아시아 자유민주주의 진영 중 '약한 고리'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냔 지적을 내놓기도 한다. 동북아시아 역내에서 북·중·러의 대륙 진영과 한·미·일의 해양 진영이 맞붙는 형국에서 러시아가 한국을 떼어놓으려는 전술의 일환 아니냔 것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중국, 인도, 북한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세계 질서 재편을 주장한 것과도 연관이 있단 평가다.

이날 푸틴 대통령이 참석한 '발다이 클럽'은 2004년부터 러시아 외교·국방정책위원회와 리아 노보스찌(Ria Novosti)지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지식인 토론회로, 매년 러시아 및 다른 국가의 주요 인사를 초청해 러시아의 국내정치·경제 주제 및 국제이슈에 대한 의견 교환이 이뤄진다. 푸틴 대통령은 통상 만찬토론회 형식으로 참여한다. 발다이란 이름은 토론회가 열리는 러시아 노브고로드시 인근의 발다이 호수를 따서 붙여졌다. 

발다이 클럽서 대담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발다이 클럽서 대담하고 있는 푸틴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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