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지난 22일 구속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구속 이후 5일째 검찰의 조사에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의 강한 압박에도 자금 수수 자체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이면서 혐의를 입증해줄 ‘키맨’의 침묵은 검찰 수사를 어렵게 할 수밖에 없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이재명 대표 최측근 김용, 검찰 조사에 ‘진술 거부권’ 행사

김 부원장은 검찰 수사에 대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 말고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 부원장은 유 전 본부장 등으로부터 대선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자금으로 흘러갔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원장은 ‘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돈을 줬다는 대장동 일당의 진술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 등 비밀스러운 '뒷돈'이 오간 사건에서는 직접적인 물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애초부터 정상적인 자금거래가 아닌 만큼, 주변 시선이 없는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데다가 자금 추적을 피하고자 현금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이다.

물증 안나오면 공여자인 유동규의 진술이 증거능력 갖춰야...‘박연차 게이트’ 재연될까?

따라서 이런 사건에서 유·무죄를 가르는 것은 자금을 건넨 공여자의 진술이다. 법원은 뇌물이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하고,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신빙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데는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이해관계 유무 등을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봤다. 공여자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상항에서는 직접적인 물증이 없더라도 유죄가 선고되는 판례가 많았다.

실제로 과거 정치권을 뒤흔든 '박연차 게이트'에서도 법원은 금품의 최종 전달자인 고(故) 박연차 회장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돼 신빙성이 있다며, 박관용 전 국회의장을 비롯한 피고인 대부분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따라서 향후 재판에서도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이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동규에게서 김용에게 돈이 건너간 ‘직접 물증’은 확보 안돼

검찰은 김 부원장에게 지난해 8억4700만원을 건넸다고 폭로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자금원 역할을 한 남욱 변호사를 불러 자금 전달 경위를 재확인했다. 또 중간전달자로 지목된 정민용 변호사의 진술도 확보한 상태이다.

정 변호사는 조사에서 지난해 4월, 돈 전달 장소로 알려진 유원홀딩스 사무실에서 유 전 본부장과 김 부원장이 만난 걸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은 이 만남에서 일차적으로 1억 원이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지만, 김 부원장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당시 유원홀딩스 사무실을 방문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유 전 본부장이 사무실을 열어 인사차 방문한 것일 뿐이며, 부정한 자금 수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들 대장동 일당의 진술 외에도 돈 전달 내역이 담긴 메모와 돈이 전달된 장소로 지목된 아파트 지하 주차장의 차량 출입 내역과 같은 물적 증거를 확보한 상황이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에서 김 부원장에게 돈이 건너갔다는 직접적은 물증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원장이 연일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김 부원장이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해 ‘함구’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부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이 유동규의 진술에 놀아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이 확보했다는 돈 전달 내역이 담긴 메모나 유 전 본부장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차량 출입 내역도 유 전 본부장이 남 변호사 측에서 돈을 받은 사실을 입증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즉 유 전 본부장에게서 김 부원장에게 돈이 건너갔다는 증거는 유 전 본부장 진술 외엔 없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사업 로비·특혜 의혹 관련 속행 공판을 마친 뒤 건물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따라서 검찰이 김 부원장 혐의 입증을 넘어서 불법 자금 8억 4700만원의 용처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물증 확보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상태로는 김 부원장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박원석, “정치적 운명공동체...시인하지 않을 가능성 높아” 주장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부원장이나 정진상 정무조정실장이 이 대표의 최측근이자 ‘정치적 운명공동체’라는 점에서 “이재명이 무너지는 순간 자기들은 미래가 없다”며 “본인들이 떠안고 가는 한이 있더라도 시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또 (받은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박 전 의장은 “그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다라는 진술을 기대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테니 결국 검찰이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동규-정민용-남욱의 일치된 진술에 대해서도 박 전 의장은 “그것을 넘어서는 실질적인 물증(을 제시하거나), ‘김용을 통해서, 이재명 캠프에 들어가서 대선자금으로 집행이 됐다’는 것을 입증해야만 (수사 방향이) 이재명 대표에 가게 돼 있는데 간단해 보이지는 않는다”고 짚었다.

박 전 의장은 김용 부원장이 지난해 새로운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유동규 전 본부장이 지난 2015년 이후부터 8억3000여만원을 대장동 사업자들로 받은 것을 검찰이 성격을 달리 규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현근택 변호사의 주장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선 캠프 대변인을 맡았던 현 변호사(민주연구원 부원장)는 최근 김 부원장 변호인단에 합류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유동규, “작은 돌 하나 던지는데 저렇게 안달인데, 정말 큰 돌 날아가면 어떡하려고"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 “유동규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 “유동규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사진=CBS 유튜브 캡처]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믿겠느냐”고 했다. 검찰이 이 대표의 목을 겨냥해서 칼을 휘두르고 있는 상태에서, “속된 말로 거래가 있지 않았겠나” 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 의원의 주장이다.

정 의원은 “진실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유 본부장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가 있냐 없냐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김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만큼 이미 충분한 객관적 증거를 확보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5일 MBC TV ‘뉴스외전’에 출연한 김성훈 변호사는 “유동규 측이 계속 추가적인 증거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유 전 본부장은 자신을 '이재명의 장비'라 생각할 정도로 의리를 자랑했지만, 최근 이재명 대표가 했던 말과 정면배치되는 주장을 쏟아내고 있다. 그는 최근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작은 돌’이라 규정하며 앞으로 ‘큰 돌’을 예고했다. "작은 돌 하나 던지는데 저렇게 안달인데, 정말 큰 돌 날아가면 어떡하려고"라면서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며 추가 폭로를 예고한 것이다. 유동규의 '큰 돌'에 김 부원장의 닫힌 입이 열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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