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5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전날 진행된 검찰의 민주연구원 압수수색과 관련해 “국민과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정부·여당이 야당을 말살하고 폭력적 지배를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다면,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5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을 앞두고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과 함께’ 하겠다는 이 대표의 입장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표는 지난 21일에도 대선자금과 관련한 검찰 수사에 대해 ‘의혹을 부정’하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면서 "이젠 운명적 상황에 처했다.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측근 김용 체포 후 ‘국민’을 믿겠다던 이재명,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국민참여재판 거부

당시 경기 안성 저온 물류창고 붕괴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복귀하는 길에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이미 개인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면서 "이젠 너무 큰 강으로 와버려 제 맘대로 할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측근 중의 한명으로 꼽히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된 직후 이 대표의 입에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이 대표는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렇게 국민과 함께 혹은 국민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이 대표가 정작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허위 사실 유포) 사건에 대한 재판과 관련해서는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해, 의구심이 제기됐다.

제1야당인 민주당의 당권을 단박에 거머쥐고 차기 대선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생명이 걸린 재판에서 ‘국민 참여’ 카드를 버린 것은 다소 의외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강규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1회 공판준비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참여재판은 희망하지 않는다고 밝혀, 법조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 바 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지난해 12월 22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는 등의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과 관련해 "국토부가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공공기관 이전 특별법에 따라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허위 발언한 혐의도 있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9일, 20대 대선에서 47.83%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득표율 48.56%)과는 0.73%의 차이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았던 이 대표가 일반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을 상대로 무죄를 호소하는 전략을 택하지 않은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이런 선택에 대해 법조계에선 크게 두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① 이유 1= 배심원들을 상대로 설득하기가 어렵다는 계산이 작용?

국민참여재판은 우리나라에서 2008년 1월부터 시행된 배심원 재판제도로, 만 20세 이상의 국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배심원들이 형사재판에 참여하여 유죄·무죄 평결을 내린다. 배심원들의 의견은 구속력이 없지만, 재판부가 배심원 의견을 따르지 않을 경우, 판결문에 이를 자세하게 설명해야 된다. 특히 정치적·국민적 관심이 많은 사건은 배심원 의견을 재판부가 뒤집기 어려운 면이 있다.

따라서 이 대표가 ‘김문기씨를 몰랐다고 한 부분에 대해, 이 대표 스스로 배심원들을 상대로 무죄를 호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국민참여재판은 배심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았던 이 대표 입장에서는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뒤집었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 대표가 검찰에 ‘다섯 줄 미만’의 짤막한 서면 답변서를 제출한 점도 이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진술 거부권’이라는 방어권을 행사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이 대표 스스로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데 대한 논리를 펼치기 어려웠다는 점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② 이유 2= 국민참여재판의 양형이 세다는 점을 고려?

25일 채널A에 출연한 구자룡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의 양형이 세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채널A 캡처]
25일 채널A에 출연한 구자룡 변호사는 "국민참여재판의 양형이 세다"는 점에서, 이재명 대표 측이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사진=채널A 캡처]

국민과 함께 하겠다고 주장하는 이 대표가 국민참여재판을 거부한 데 대해 구자룡 변호사는 25일 채널A에 출연해 “굉장히 의아하다”면서 “아마도 이 대표 스스로 국민들의 시선이 싸늘하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구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국민참여재판의 양형이 센 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판사의 입장에서는 정당과 관련된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국민참여재판에서는 벌금 100만원을 넘기기가 쉽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았나?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100만원 이상 벌금형 확정되면 의원직 상실...검찰, 김문기 유족 녹취 파일 확보한 듯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고 피선거권도 박탈돼 차기 대선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이 대표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09년 6월 한 건설사에서 분당 지역 등의 리모델링 업무 등을 맡은 김씨를 알게 됐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2013년 성남도개공 입사 후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던 김씨로부터 7차례 대장동 사업 관련 보고를 받았고, 김씨에게 대장동 사업 공로로 성남시장상을 수여했다는 내용도 공소장에 적시됐다. 이 대표가 호주·뉴질랜드 출장을 갈 때 김씨도 함께 간 사진 등도 언론에 보도됐다.

채널A는 최근 고 김문기씨 유족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인사와의 통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사진=채널A 유튜브 캡처]
채널A는 최근 고 김문기씨 유족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인사와의 통화 내용을 단독 보도했다. [사진=채널A 유튜브 캡처]

최근 검찰은 채널A가 보도한 ‘김문기 전 처장 유족과 이재명 대선 후보 측의 대화 녹취 파일’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처장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부분에 대해 고 김문기 전 처장 유족이 이 대표 측 인사에게 항의하는 등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이다. 검찰은 ‘대선 후보 시절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했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을 위해 해당 녹취 파일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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