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윤석열 대통령.(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국가정보원 소속 조상준 기획조정실장의 사직(辭職) 의사를 받아들였다고 대통령실 소식통이 밝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국정원 소식통에 따르면 "조상준 실장이 일신 상의 사유로 사의를 밝혔다"라고 전하면서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

이에 따라 이날 예정된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정원 국정감사에 조상준 실장이 참석하지 않았고, 그 배경에 대해 '갈등설' 등 여러가지 추측설이 난무하고 있다. 그가 밝힌 '일신상의 사유'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게 관건이다.

조상준 실장은 지난 6월3일 국정원의 기획조정실장이라는 요직에 발탁됐다. 기조실장으로 임명된지 약 150일이 조금 모자란 기간 동안 국정원의 살림을 도맡아야 하는 자리에 있다가 갑자기 사의를 표했고, 윤석열 대통령이 그의 사표를 곧장 수리한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을 두고서 조상준 기조실장의 국정원 업무 비화 원인 중 하나로 '갈등론·보안책임론'에 따른 각종 설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오는 중. 일각에서는 원내 갈등설 등에 따라 파열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가 계속 쏟아진다.

그런데, 이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국정원의 기획조정실장'이라는 직책의 특성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기획조정실이라는 국정원 내 핵심부서가 갖는 위상을 비롯해 국정원의 독특한 업무특성을 이해하면 조상준 기조실장이 왜 사의를 낸 것인지에 대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국가정보원의 '기획조정실'은, 전통적으로 국정원 내 각 파트인 1·2·3파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실 단위 부서다. 1·2·3파트 파트장이 차장단위로 구성돼 있으며, 기조실의 경우 실장이 부서장으로 국정원의 전체 조직 중 가장 큰 임무 카테고리를 다루는 일명 '살림 관리'의 역할을 한다.

국가정보원.(사진=국가정보원 SNS 캡처. 편집=조주형 기자)
국가정보원.(사진=국가정보원 캡처. 편집=조주형 기자)

#1. 조직 3대 요소 '사람·돈·틀' 다루는 기조실장 직···역대 모두 대통령 복심(腹心) 인사

국정원의 살림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는 기조실장의 경우, 대표적으로 사람(인사)·돈(예산)·틀(조직)·사업(배치)을 다루게 된다. 임무를 기획할 때 이를 수행할 사람과 임무 처리에 필요한 예산, 이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위계로서의 조직(틀), 그리고 'what'(무엇을)에 해당하는 사업(임무)를 기획한다고 해서 '기획파트'로 불리며, 이를 실무적으로 정리하는 '업무조정'의 역할이 부여된다.

이처럼 기획·조정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가 기획조정실이다. 해당 업무를 다루게 되는 기획조정부서는 비단 국정원에 단독 부서 형태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국방부·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 등 대한민국의 모든 공직기관과 민간기관의 부서간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설치돼 있다. 국정원 역시 국가행정사무 차원에서 그 역할을 하도록 기획조정실이 배치돼 있는 것이다.

과거 공공기관에서는 이같은 기조 부서에 대해 모든 업무의 근원이 '사람·돈·틀 및 배치'에서 비롯된다고 하여 이를 '총무과', '총무서' 등 통칭 '총무부서'로 불러왔다.

이런 전통은 국회에서도 나타나는데, 과거에는 원내 전략 사무를 총괄하는 정당의 직책을 '원내총무'라고 불렀다. 오늘날 원내교섭단체인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전통적으로 불려오던 '원내총무'라는 직책이 작금의 '원내대표'라는 직함으로 바뀌게 됐다.

공공기관을 비롯해 국정원 역시 총무부서라는 형태의 직함에서 기조실로 이름이 변경된다. 기조실로 변경된 이후에도 이 부서에서는 사람·돈·틀에 대한 고유의 업무가 변동없이 진행됐다. 국정원 기조실에는 인사관리부서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관리부서 소속 담당요원으로 근무했었다.

위의 설명에 이어, 국정원 기조실장을 맡은 이는 조상준 전임 대검찰청 연구관(검사)이었고, 그가 국정원의 사람·돈·틀에 대해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진행된 기획조정업무에 대한 재정리·배치 업무를 맡았다고 볼 수 있다.

국정원 기조실장이라는 자리는, 원내 실(室) 단위로 부서의 세포조직 중 하나인 과(課) 혹은 부(部)보다 상위 조직인 실국(室局) 중 하나로 그중에서도 실장(室長)이 더 상위 조직자다. 실장과 국장 차이는 직급의 높고 낮음을 나누는 자리이면서도 인사상 실장이 국정원장에 대해 업부상 차관보(차관급 보좌)역할을 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기조실장이 그 예하의 분리편성돼 있을 기획업무관련담당국 혹은 조정업무관련담당국 보다 상위에 있는데, 이는 기조실이 다루는 정보와 '보안(保安)'의 폭과 깊이가 더욱 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기획관련국 업무와 조정관련업무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와 같은 평가가 가능하다는 게 관가의 시선이다. 한 마디로 직원 1명을 평가하더라도 각각의 단편적인 부서조직이 바라보는 시선과 달리 기조실은 보다 다면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 기조실장 자리에 임명하게 되는 인물은, 그 상급기관인 대통령에 있어 복심(腹心), 즉 윤심(尹心)과 같아야 한다는 논리로도 통하게 된다. 지난 6월3일 대통령실은 '친윤(親尹)' 계통 검사 출신으로 분류되는 조상준 실장을 기조실장으로 발탁한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2021 회계연도 결산을 위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조상준 기획조정실장, 권춘택 1차장. 2022.8.30(사진=연합뉴스)
김규현 국가정보원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가정보원 2021 회계연도 결산을 위한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개의를 기다리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조상준 기획조정실장, 권춘택 1차장. 2022.8.30(사진=연합뉴스)

#2. 국정원 '인사' 놓고 원장-기조실장 온도차?···차기 인사 위한 포석, 조상준 소임 다했나

이때, 조상준 실장이 임명된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직은 별정직 공무원직이며 차관급 직책이다. 국정원법에 따라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원장이 장관급에 해당됨에 따라 일반행정기관의 장관급 인사와 동격이나 그 기관명에서 원(院)으로 규정됐다.

기조실장은 차관급으로, 원장과 함께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승인해야 임무수행이 가능하며 사직처리 또한 대통령이 승인해야만 공직을 떠날 수 있다.

현역 국정원장인 김규현 원장이 인사기획의 방향타를 잡고 있지만, 인사 기획 총괄을 담당하는 것은 기조실장이다. 기조실장이 인사기획 총괄을 하더라도 그 휘하의 기획업무관련담당국과 조정업무관련담당국이 세부적으로 사람·돈·틀·배치에 대해 각각 따져보고 평가하게 된다.

국정원법 등 관련 현행법에 따라 국정원 역시 직원 인사를 단행하는 시기는 통상적으로 정해져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규정과 방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인사를 하루 아침에 뒤집을 수는 없기 때문에 기획조정실이 각 국 업무보고 및 결과보고를 받은 후 이에 따라 진행된다. 

국정원장의 인사 방침 등에 따라 진행되나, 그 실무는 기조실이 처리하기에 기조실장 직책은 국정원을 비롯한 행정기관을 움직이는 원천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의 3대 요소(사람·돈·틀)를 다룬다는 특징 때문이다.

하지만 기조실장이라고 해서 무소불위로 3대 조직요소(사람·돈·틀)를 휘두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위계상 국정원장이 업무보고와 결과보고를 받도록 되어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조직내 위계서열과 다루게 되는 정보보안의 폭과 넓이가 다르다는 차이점이 나타나는데, 이는 곧 국정원장과 기조실장과의 인사에 관한 의견 차이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미 지난 정권에서 요직 인사를 단행했고, 이를 물려받은 윤석열 정부에서 새로운 인사를 진행하려 하더라도 인사조치 과정에서 실무부서 조직과 지휘부서 조직 간 입장이 완전 일치할 수는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종의 '필연적인 틈(crack)'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국정원장과 기조실장 모두 인사업무영역에 중첩돼 있는데, 그 두 명 모두 대통령이 승인해야 하는 자리다. 인사를 다루기 때문에 서로 가까우면서도 타 기관과 마찬가지로 직책 위계상 발생하는 관점 차이로 약간의 의견 차이는 늘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그러면 조상준 실장은 왜 사표를 냈을까.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3. 국정원장-기조실장 '아니면 말고식' 갈등설 쏟아낸 박지원···알고보면 전혀 딴판인 인사계획

국정원의 인사기획 업무를 두고서 조상준 기조실장이 김규현 국정원장과의 인사업무간 이견 때문에 사의를 표명하게 됐다는 의견이 있으나, 이는 단순히 표면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인사업무에서의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것은 어느 공공기관에서나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그로인해 '갈등'까지 빚어졌다는 논리는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을 외면한데에 따른 관점일 수 있다.

바로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고발'에 관한 사건으로, 조상준 실장의 사의 표명 건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국정원은 지난 7월6일 자체조사 결과에 따라 대검찰청에 '서해 공무원(故이대준 씨) 피격 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보고서(SRIR)를 무단 삭제한 혐의 등으로 박지원 前 원장을 국정원법 위반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으로 고발한다고 밝힌다. 서훈 前 원장에 대해서도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직권남용혐의 등으로 고발한다고 알렸다.

앞서 #2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조실 업무는 사람·돈·틀과 재배치 등에 관한 업무를 다룬다. 기조실 업무는 원장에게 직접 보고해야 하는 주요 사안이기에 국정원 감사관실 혹은 국정원장 비서실, 감찰부서 등에서 항시 눈여겨 보는 밀착관리사항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상준 실장은 지난 150여일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전직인 박지원·서훈 前 국정원장이 추진한 조직 3대 요소(사람·돈·틀)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를 자신의 직책상 들여다 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는 게 관건이다. 이는 국정원이 '자체 조사'를 벌였다는 부분에서 이를 들여다봤음이 엿보인다.

국정원 자체조사 결과상 전직 국정원장에 대한 대검찰청 고발로 이어지게 됐고, 그 시점은 조상준 실장이 기조실장으로 임명된지 불과 1달 밖에 안된 시점이었다. 그같은 조처에 따라 박지원·서훈 전 원장이 단행한 사람·돈·틀에 관한 전반적인 추적이 있었다는 것이며, 차기 국정원 내에서의 새로운 인사기획·조정업무를 위한 포석이 됐을 것으로 풀이된다.

즉, 기존 문재인 정부에서 집행한 인사·예산·배치 문제에 대해 원내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조상준 기조실장의 소임이 완료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조상준 기조실장에 대한 국정원 기용은, 대통령실이 지난 6월3일 인선을 단행함에 따라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과거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었던 시절,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영전했던 그는 윤 대통령과는 동문 관계로 과거 수사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인물이다.

그랬던 만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동문관계의 또다른 인물인 김규현 국정원장과 마찰을 빚었다기보다는 국정원 차기 인사를 위한 포석 즉 전 정권 국정원장들이 연루된 각종 혐의점을 찾는데에 주력했던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이는 곧 기조실장이었던 조상준 실장을 국정원이 아닌 다른 행정기관으로 부르기 위한 과정이 될 수 있다는 풀이다.

이와 같은 인사·조정업무에 대한 뒷배경과 달리, 박지원 전 국정원자은 26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인사 문제로 원장과 충돌한다는 풍문을 들었지만 저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라는 '아니면 말고식'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어 박 전 원장은 "만약 사표가 수리된다면, 검찰 논리로 국정원을 재단하는 분보다는 국민과 국정원의 시각으로 국정원을 개혁하고 발전시킬 내부 인사가 승진되었으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한편, 국정원은 26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상준 기조실장의 사의 표명 건에 대해 "국정원장이 전날(25일) 오후 8시~9시 사이 대통령실로부터 (조 실장 사의 표명과 관련된) 유선 통보를 직접 받았고 그후 (조 실장이)면직처리됐다"라고 밝혔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국가정보원 본청 현관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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