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압수수색하기 직전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하며 그를 설득하려는 메시지를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해 9월 29일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직전 창문 밖으로 집어 던진 휴대전화에서 정 실장이 텔레그램으로 보낸 메시지를 발견했다.

디지털 포렌식 결과 정 실장은 당일 오전 5시 6분∼6시 53분 텔레그램을 통해 유 전 본부장에게 3번 전화를 걸었다. 유 전 본부장이 전화를 받지 않으면서 텔레그램에는 '부재중 전화'로 기록됐다.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하지 못한 정 실장은 오전 7시 20분 '안 좋은 마음먹지 말고 통화하자 동규야'라고 메시지를 남겼다. 당시 급박한 상황을 고려해보면 유 전 본부장이 검찰 수사에 압박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정 실장 등에게 불리한 내용을 검찰에 진술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 실장은 압수수색 전날과 당일 아이폰 간 상호 음성통화 기능인 페이스타임으로도 유 전 본부장과 8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압수수색 당일 오전 8시 8분께 페이스타임으로 전화를 걸어 7분 39초간 유 전 본부장과 통화한 게 마지막이었다.

이날 통화 내용과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은 최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1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XX해가지고, 내가 휴대폰 버렸다가 난리가 나고"라며 정 실장의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를 던졌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이에는 지난해 9월 24∼28일 페이스타임을 통해 6차례 연락이 오갔다. 압수수색 전날인 28일 오후 10시 59분엔 김 부원장이 전화를 걸어 5분17초간 통화했다.

유 전 본부장은 두 사람 외에 정민용 변호사,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과도 각각 19차례, 17차례 통화하거나 시도했다.

보안 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텔레그램에는 정 실장, 아내, 친누나, 자녀, 가족 단체방 등 총 5개의 대화방이 개설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본부장은 텔레그램에 자신과 정 실장, 김 부원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핵심 정무 라인이 참여한 소위 '정무방'이 있었다고 주변에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포렌식 결과 이 채팅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 수사에 대비해 채팅방을 '폭파'했을 가능성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검찰은 조만간 정 실장을 불러 당시 두 사람 사이 오간 대화 내용, 유 전 실장에 대한 증거 인멸 교사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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