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당대회 폐막식에서 시 주석 방향에서 왼쪽에 앉아 있던 후진타오 전 주석이 강제로 끌려나가다시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캡쳐]
지난 22일 당대회 폐막식에서 시 주석 방향에서 왼쪽에 앉아 있던 후진타오 전 주석이 강제로 끌려나가다시피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사진=뉴욕타임스 캡쳐]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됐던 지난 22일의 제20차 중국공산당 당대회 폐막식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 나타났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행사장인 인민대회당에서 강제로 퇴장당하는 듯한 장면이 관측됐기 때문.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당대회가 중국공산당 측의 철저한 준비를 통해 연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 전 주석이 진행요원으로 보이는 관계자에 의해 끌려나가는 모습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이에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후 전 주석은 시 주석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현 최고지도부가 앉아 있는 가장 앞 열이었다. 이는 전 국가 주석에 대한 예우로 해석됐다. 후 주석은 자신의 오른쪽에 앉아 있는 시 주석에게 무엇인가를 계속해서 말 하려 했고, 시 주석은 처음엔 미소를 지으며 후 전 주석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그 후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후 전 주석에게 다가와 강제로 일으켜세우려 했다. 이 남성은 후 전 주석의 상체를 양 손으로 감싸안아 들어올리려는가 하면 한쪽 팔을 계속 잡아당기기도 했다. 이 와중에도 후 전 주석은 시 주석에게 계속해서 대화를 시도하고, 시 주석 앞에 놓인 서류를 잡아당기기도 했다. 

후 전 주석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면서 한번 더 시 주석에게 말을 걸었다. 시 주석의 등을 건드리면서였다. 시 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시 주석 옆에 앉아 있던 리커창 총리 역시 고개를 위 아래로 흔들며 간단히 말을 했다. 그 후 종종걸음으로 대회장을 나가는 후 전 주석의 모습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후 전 주석이 끝내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물러난 이유엔 먼저 그의 '건강 문제'가 제기된다. 후 전 주석은 치매를 앓아온 것으로 전해지는데, 퇴임 후 급격히 노쇠해진 모습에서 이를 짐작할 수 있단 지적이다. 후 전 주석이 건강 문제로 대회장을 떠난 것이란 해명은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에서 내놨다. 신화통신은 트위터에서 "후 전 주석이 당대회 동안 몸이 좋지 않아 쉬러 떠났다"며 "이제 상태가 훨씬 호전됐다"고 했다.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에서 내놓은 해명을 월스트리트 기자가 트위터로 전했다. [사진=트위터]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에서 내놓은 해명을 월스트리트 기자가 트위터로 전했다. [사진=트위터]

하지만 후 전 주석이 단순히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게 아니라 시 주석에게 무엇인가를 지속적으로 말하려 했던 점, 당대회 관계자에 의해 다소 억지로 끌려나간 것처럼 보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강 문제가 사건의 본질이 아니란 주장에 힘이 실린다.

중국 SNS등 내부 인터넷망에서 후 전 주석과 관련해 검열이 이뤄지기 시작했단 사실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23일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트위터에 해당하는 '웨이보'에서는 22일부터 후 전 주석의 이름이 포함된 게시물이 검색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공산당 당국이 이번 사건이 중국 내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차기 지도부에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일절 배제되고 '시파(習派)'만이 포함된 것과 연관지어 후 전 주석이 이를 항의하다가 제지당한 게 아니냔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공청단'의 최고 지도자로 잘 알려져 있는 후 전 주석이 약 40년간 이어져 온 '집단지도체제' 관행을 유례 없이 깨고 자기 심복만 배치한 시 주석에게 항의할 조짐이 보이자 내쫓긴 게 아니냔 것이다. 특히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 이하는 승진· 68세 이상은 퇴진)' 원칙에 따르면 현 리커창 총리는 최고지도부에 다시 한번 포함돼 '공청단'을 대표해야 하며, 이를 통해 중국의 '탕평책'이 나름 유지될 수 있다. 후 전 주석은 이에 대해 일갈하려 했다는 것.

후 전 주석은 단지 '공청단'의 최고 지도자여서가 아니라 그의 과거 행동을 비춰봤을 때 시 주석에게 이런 지적을 할 만하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후 전 주석은 2003년 3월 장쩌민 전 주석의 후임자가 되었지만, '반쪽' 국가원수란 설움을 겪어야 했다. 장 전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을 후 전 주석에게 넘겨주지 않고 움켜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상 중국 주석은 '국가주석'·'중국공산당 총서기'·'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을 겸해야 하는데, 후 전 주석은 그러지 못해  당·정·군의 수장으로 군림하지 못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후 전 주석은 이 '설움'을 시 주석에겐 물려주지 않았다. 그는 주석직을 퇴임함과 동시에 주석·총서기·군사위 주석을 시 주석에게 넘겨줬다. 이런 전적이 있는 후 전 주석의 입장에서 '나는 이렇게 그대를 배려해줬는데 어찌 그대는 집단지도체제를 깨고 공청단을 매몰차게 대하는가'란 지적을 할 수도 있단 것이다.

반면 시 주석이 대외적으로 후 전 주석의 퇴장을 '공청단의 몰락'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로 활용하려 한 것 아니냔 지적도 나온다. 후 전 주석을 상석에 모셨다가 일개 당대회 관계자의 손에 끌려 나가는 모습을 통해 더 이상 시 주석에게 맞설 중국공산당 내부 세력은 존재하지 않음을 전 세계에 각인시킴과 동시에 1인 독재 체제를 더욱 강화하려는 게 아니냔 것. 

다만 이 모든 주장은 중국공산당이 진실을 결코 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개연성이 있는 추측이라고만 짐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이 사건을 두고 "상징성으로 가득한 순간"이라면서도 "다만 진실은 중국 정치의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아마도 결코 드러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기자들이 들어갔을 때의 타이밍으로 고려해볼 때 적어도 의도적이라고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평가했다.

결국 후 전 주석의 대회장 퇴장이란 '해프닝'에서 중요한 점은 후 전 주석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의 여부나 건강 문제였는지의 여부라기보단 중국공산당이 여전히 폐쇄적이며 비밀이 많다는 사실, 솥발처럼 갈라섰던 중국공산당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사실, 시 주석이 종신 독재의 길을 열었다는 사실이란 평가다. 즉 중국 정치 체제의 본질적 문제가 이러한 '해프닝'을 만들어냈단 지적이다. 아울러 중국이 그나마 가장 개방적이었고 주변국에 유화적이었던 후 전 주석의 집권 방식은 시 주석이 집권하는 한 결코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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