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차 공산당 당대회 종료...폐막식서 사실상 시 주석 3연임 확정
최고지도부 구성 역시 '시파'...1인독재 강화·종신집권까지 노린단 분석도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차기 최고지도부로 선출된 상무위원들이 서열 순으로 입장하는 모습. 왼쪽부터 시진핑 주석, 총리가 유력한 리창,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될 것이라 예측되는 자오러지, '시의 두뇌' 왕후닝, '시의 수하' 차이치, '시의 그림자' 당쉐샹, '시의 대학 후배' 리시. [사진=뉴욕타임스]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차기 최고지도부로 선출된 상무위원들이 서열 순으로 입장하는 모습. 왼쪽부터 시진핑 주석, 총리가 유력한 리창,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될 것이라 예측되는 자오러지, '시의 두뇌' 왕후닝, '시의 수하' 차이치, '시의 그림자' 당쉐샹, '시의 대학 후배' 리시. [사진=뉴욕타임스]

시진핑: "동의하는 대표는 손을 들어주세요(同意的代表请举手)."
(전원 거수) 
"동의하지 않는 대표는 손을 들어주세요(不同意的请举手)."
(없음)
"없습니다(没有)" "없습니다(没有)"
시진핑: "없습니다. 통과(没有.通过)."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이어졌던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의 '핵심' 장면은 폐막식의 거수 투표였다. 명목상으로는 시진핑 주석을 포함한 205명이 차기 당 중앙위원회 위원의 선출 찬반여부를 묻는 투표였지만 사실상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짓는 과정이었기 때문. 베이징 인민대회당에 배석한 참여인원 모두가 찬성에 손을 들었다. 시 주석이 다시 한 번 당 중앙위에 포함됨으로써 약 40년 간의 '불문율'이었던 '주석직 연임' '주석 10년 주기론'은 깨지게 됐고, 더 나아가 그가 3연임을 넘어 종신 주석이 될 거란 전망도 나오게 됐다. 즉 이번 당대회는 '習황제'의 등극식이었단 평가도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중국의 '집단지도체제' 전통도 깨지게 됐다는 것. 시 주석을 제외한 차기 최고지도부 상무위원 6인에 '시파'만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현 최고지도부는 △ 리커창 중국 총리 △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한국의 국회의장격) △ 왕양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 △ 자오러지 중앙군사위원회 기율검사위원회 서기 △ 한정 부총리로로 구성돼 있는데, 중국공산당의 3대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상하이방' '태자당'이 비교적 골고루 포함됐단 평가다. 리커창·왕양은 '공청단', 한정은 '상하이방', 리잔수·왕후닝·자오러지가 '시파계 태자당' 소속이었다. 

하지만 새 최고지도부는 모두 '시파'로 구성됐다. 시 주석을 제외하고 차기 서열 순으로 △ '시진핑의 비서'라 평가되는 리창 △ '시의 칼'이라 일컬어지는 자오러지 △ '시의 두뇌' 왕후닝 △ '시의 부하' 차이치 △ '시의 그림자' 당쉐샹 △ '시의 대학 후배' 리시로 구성됐다. 통상 중국에서는 주석 선출보다 최고지도부 상무위원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고 평가되는데, 중국공산당의 최고 핵심 집단이 오로지 '시진핑의 사람들'로만 구성된 것.

서열2위가 된 리창 상하이시 서기는 현 리커창 총리의 뒤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 주석이 저장성 서기였을 당시 비서장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가 코로나19로 인해 전면 봉쇄돼 리 서기에 대한 비판이 극심했지만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으로 서열 2위에까지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서열 3위 자오러지는 칭하이성 서기였던 당시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의 묘지 성역화로 측근 자리에 낄 수 있었단 평가다. 자오 서기는 두 번 연속 최고지도부에 포함됐고, 서열도 6위에서 3위로 상승했다. 4위 왕후닝 중앙서기처 서기는 '중국몽'을 처음 제시한 '책사'로 알려졌으며, 서열도 1단계 상승했다. 5위 차이치는 시 주석이 푸젠성·저장성에서 근무할 당시 직속 수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6위 당쉐샹은 시 주석의 비서실장으로 충실히 복무했고 7위 리시는 시 주석이 문화대혁명 때 하방해 살았던 '량자허'촌을 기념화했다는 '업적'을 갖고 있다.

차기 최고지도부 구성으로 볼 때 공청단·태자당·상하이방 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것으로 풀이된다. 즉 상하이방과 공청단이 중국공산당 구성원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 자리를 모두 빼앗긴 것이다. 공청단의 최고 좌장이라 할 수 있는 리커창 총리는 1955년생으로 중국공산당 기준으로 볼 때 여전히 현역인 67세이지만 최고지도부에 들지 못하고 은퇴 수순을 맞았다. 2002년 제16차 당대회부터 적용됐던 원칙인 '칠상팔하(七上八下, 67세 이하는 승진하고 68세가 되면 퇴진)' 또한 유명무실화된 셈. 이와 더불어 공청단의 또 다른 유력 정치인인 후춘화 국무원 상업무역담당 부총리 역시 최고지도부에 입성하지 못했다. 장쩌민의 후계자 쩡찡훙 이후 별다른 인물이 없는 상하이방 역시 이번에 완전히 몰락했단 평가다.

1992년부터 시작됐던 '격대지정(隔代指定, 차차기 최고지도자를 미리 지명하는 것)' 역시 형해화된 만큼 시 주석의 '독주'는 이제 막 날개를 펼쳤단 지적이다. 이번 당대회 관련해 외신에서도 시 주석의 '독재'가 시작됐단 평가를 내놓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공산당의) 최고 지도부가 시진핑의 동맹과 제자들로 채워졌고, 분명한 후계자도 없다"는 평가를 내놨다. 뉴욕타임스에선 "시진핑이 국가안보를 강화하고 중국을 기술 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그의 아젠다를 고양할 수 있는 충성파 당직자들로만 구성된 새로운 통치 엘리트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서는 "누구도 시진핑의 오류를 감히 말하려 하지 않아 우려가 커진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시 주석의 3연임이 결국 중국공산당 내 반대 세력을 일소하고 종신 독재의 기반을 다진 것이라고 봐도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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