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의 지지자임을 공언해온 김어준씨가 지난 21일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다스뵈이다’를 통해 ‘여론조사 꽃’ 등록과 관련, “드디어 우리도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론조사심의위원회 등록회사가 됐다”고 밝혔다. 선거의 판세가 어떠한지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여론조사가 아니라,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서 조사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지난 21일 공개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 기관이 선관위에 정식 등록됐다고 발표하자, 이재명의 강성 지지자들로 불리는 ‘개딸’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1일 공개된 유튜브 ‘다스뵈이다’에서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 기관이 선관위에 정식 등록됐다고 발표하자, 이재명의 강성 지지자들로 불리는 ‘개딸’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김씨는 “세계 최초의 구독자 모델로 여심위 등록을 완료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패널로 참석한 주식회사 박시영의 박시영 대표는 “너무 축하하는 매체가 많다”며 맞장구를 쳤다.

김어준, 1년에 10만원 받는 여론조사 리포트 발간...지지층 기반 여론형성 겨냥한 듯

민주당의 정치 행보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씨가 급기야 선거에 영향을 주기 위해 여론조사기관을 만들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는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김 씨는 여론조사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뿐만 아니라 지지층 기반의 유료서비스로 제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김씨는 ‘다스뵈이다’에서 “기존 여론조사 시장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면서 “언론사, 정당, 기업의 의뢰를 일체 안 받고 장비나 인력, 소프트웨어를 자체 보유해서 철저하게 독립적으로 한다. 자체 조사만으로 매주 기획조사해서 기본 수치는 공개하고, 전문가들이 심층 분석해서 정기 리포트를 회원들에게 보내준다"고 말했다.

“정기 리포트를 구독하려면 한 달에 1만원, 1년에 10만원을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초 구독자 모델이라고 설명하는 배경이다.

김씨의 여론조사 기관 설립에 대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제까지 김씨의 행적으로 봐서는 진보 대권후보 만들어내기 등 여론몰이 수단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김 씨는 진보 핵심 지지층들을 규합하고 그들의 후원에 힘입어 지금까지 왔고, 굉장히 상업적인 사람이어서 여론조사 결과도 공정성을 인정받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전체 국민 사이에서 영향력이 클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하면서도, 진보진영의 집권을 위한 여론조사 기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어준의 여론조사기관 설립 거론하며 여론 조작 우려 제기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1일 김씨가 여론조사기관을 설립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을 마친 사실을 언급하며, 여론조사의 공정성 위기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국정감사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지금 여론조사 기관들이 무분별하게 만들어져서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여론조사 기관 난립’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여론조사 기관 난립’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렇지 않아도 야권의 선대위원장 격으로 편파방송을 일삼는 김어준씨마저 최근에 여론조사를 설립했다는 소식에 많은 국민들이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 발표의 우려를 표하고 있다"라며 "이런 시도들은 결국 국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해서 국익을 해칠 뿐만 아니라 공신력을 떨어트리고 국민 불신을 부추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당은 여론조사의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라며 여론조사 기관의 설립과 인준에 대한 법적 규제를 시사했다.

한국 정치여론조사의 편향성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 시급

따라서 여론조사 기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선관위의 관리 감독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도 단순히 등록이나 규제 심의를 담당하는 차원을 넘어, 더욱 공정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정치여론조사의 편향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다. 주 원내대표의 문제 제기처럼,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견이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정당 지지율’을 두고도 전화면접 조사와 ARS 조사 결과에서 너무 큰 차이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당 지지율 미스터리, 조사기관에 따라 10%포인트 격차...국민의힘 지지율은 차이 적어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들여다보면, 이같은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가장 최근에 실시된 전화면접 조사로는 NBS와 갤럽 조사를 들 수 있다. 그리고 ARS 조사로 리얼미터의 조사 결과에서 정당 지지율을 비교하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에서 10% 이상 격차가 확인된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1∼14일 전국 성인 20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이 전주 대비 2.8%포인트 떨어진 46.4%, 국민의힘은 1.1%포인트 오른 36.3%로 나타났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격차는 10.1%포인트로, 오차범위 밖을 유지했지만 3주 만에 지지율 격차 폭이 줄었다(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전화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2%다).

반면 전화면접 조사로 진행된 NBS와 갤럽의 조사결과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의 격차가 거의 벌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가 지난 17∼19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35%로 2주 전에 비해 1%포인트 올랐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2%로, 2주 전과 같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히려 국민의힘 지지도가 더 높다는 점에 주목된다(이 NBS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이뤄졌고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응답률은 20.2%였다).

한국갤럽이 지난 18~20일 조사해 22일 공개한 10월3주 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33%로 동률을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1%p 오르고, 민주당은 5%p 빠진 결과이다(이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11.0%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주 전에 비해 5%나 급락했다. [사진=TV조선 캡처]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은 2주 전에 비해 5%나 급락했다. [사진=TV조선 캡처]

시중의 여론은 한가지일 텐데,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율 조사 결과는 조사방식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ARS조사와 전화면접 조사 간 응답률의 차이가 지지율의 차이로 드러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ARS조사에서 끝까지 응답을 하는 응답자의 정치적인 구성이 다르기 때문에, 정당 지지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더욱 확산되고 있는 ARS 조사의 경우,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ARS 조사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윤 대통령 탄핵론에 공감한 응답률 52.7% 발표한 조사기관 장은 노무현 청와대 출신

지난 9월 22일에 발표된 ‘넥스트위크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이 여론조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에 공감한다는 응답이 과반’이라는 결과를 발표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주 원내대표는 21일 회의에서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론조사 결과라고 발표한 기관의 장이 노무현 청와대 출신이며 (기관의 장이) 이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한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여심위) 미등록 업체를 통해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라며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비판했다.

주 원내대표가 언급한 여론조사는 UPI뉴스·KBC광주방송이 넥스트위크리서치에 의뢰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론에 '공감'을 선택한 응답률이 52.7%가 나왔다는 조사이다. 이 조사는 지난 9월 20~21일 이틀간 전국 만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로, 휴대전화 가입자를 대상으로 ARS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이고 응답률은 4.1%다.

당시 조사를 실시한 넥스트위크리서치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되지 않은 기관으로 드러났다. 안일원 넥스트위크리서치 대표는 여심위 등록 기관 중 하나인 리서치뷰의 대표이지만, 민의를 왜곡하고 정권을 흔들려는 정략적인 의도에서 미등록 기관인 넥스트위크리서치를 통해 조사를 실시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안 대표가 노무현 청와대 행정관 출신이자 지난 17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재정실장을 맡았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관측에 힘이 실린다.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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