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 사건과 관련해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2일 전격 구속됨에 따라, ‘문재인 책임론’이 정치권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인 국민의힘 뿐만 아니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향후 검찰 수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할 것이라는 점에 관해 이견이 없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을 둘러싼 인식은 정반대이다. 국민의힘은 “감사원의 서면조사 요구에 대해 ‘무례한 짓’이라고 막말을 했던 문 전 대통령이 이제 법원에 대해서도 같은 말을 할 것이냐”면서 압박하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수사가 ‘정치공작’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고(故) 이대준씨 친형이 제기한 ‘배신자론’의 최종 책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

그러나 이번 사건의 본질은 북한군에 의해 사살당하고 불태워진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 유족들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대준씨의 친형인 이래진씨는 지난 21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서 전 장관을 향해 달려가면서 “야 서욱 이 XXX야, 이 배신자”라고 외쳤다.

국가가 국민의 생명보호라는 기본적 책무를 망각하고 북한을 옹호하기 위해 사실을 조작해 ‘월북몰이’를 한 일련의 행태가 바로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지적한 것이다.

월북 조작 의혹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이제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을 거쳐 종착역인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법원에서 월북 조작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배신자론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문 전 대통령이라는 결론이 도출될 수밖에 없다.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2일 새벽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영장을 발부함으로써 자진월북 발표에 사실의 은폐·왜곡이 있었다는 주장을 일단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전 장관은 이대준씨가 자진월북했다는 논리와 상충되는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 내 감청정보 파일 일부를 삭제하라고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손상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 조사에서는 국방부가 국가안보실 지시에 의해 이씨의 자진월북 결론을 약화시키는 정보를 의도적으로 분석 및 검토 대상에서 제외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사건 당시 퇴근했던 밈스 담당자가 새벽에 불려나와 군 첩보 보고서 60건을 삭제했다.

김 전 청장은 2020년 9월 22 서해 피격사건 당시 수사를 맡은 해경의 총책임자였다.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이 씨의 자진 월북을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의 발표를 하고 배치되는 사실을 은폐한 혐의(직권남용·허위공문서작성)를 받는다.

해경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의 도박 빚을 언급하고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언급,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도 받는다.

감사원 조사에 의하면, 이대준씨가 발견 당시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지만 해경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이다. 바다에 빠진 이씨가 중국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가 중국 구명 조끼를 입혀진 채로 북한 해역에 다시 버려졌을 가능성에 대한 정황 증거이다. 즉 중국 구명조끼는 이 씨가 서해상에서 북한까지 헤엄쳐서 월북했다는 문재인 정부의 발표의 신빙성을 흔드는 물증인 셈이다. 김 전 청장은 한자가 적힌 구명조끼 착용사실을 보고 받고 “나는 안 본 걸로 할게”라고 발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감사원은 13일 문재인 정부 당시 핵심 안보라인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한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자들을 검찰로 넘겼다.감사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57일 동안 감사를 벌인 결과 당시 5개 기관에 소속된 총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최재해 감사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감사원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감사원은 13일 문재인 정부 당시 핵심 안보라인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왜곡한 것으로 판단하고 관련자들을 검찰로 넘겼다. 감사원은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57일 동안 감사를 벌인 결과 당시 5개 기관에 소속된 총 20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이대준씨 피격 다음 날 노영민, 서훈, 박지원 등 두 차례 대책회의...문 대통령 보고받아

검찰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에 대해 최대 20일 간의 보강수사를 마친 후 재판에 회부할 예정이다. 아울러 서훈 전 실장과 박지원 전 원장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전 원장은 국정원의 첩보보고서를 무단 삭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정원은 자체조사를 한 뒤 박 전 원장을 국정원법위반 및 공용전자기록등손상죄 등 혐의로 고발했다. 감사원 조사에서도 '서해피격' 관련 국정원 자료가 46건 삭제됐다는 결과가 나왔었다. 박 전 원장은 "문건을 본 적도 없고 또 제가 보았더라도 삭제를 지시할 바보 국정원장이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의혹을 부인했다.

서 전 실장은 서해피격 사건을 월북사건으로 규정하는 정부 내 의사결정을 주도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관여 및 지시는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의 이대준씨 사살 및 시신소각이 이뤄진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소집된 관계장관회의 참석 멤버를 보면, 문 전 대통령이 그 정점에 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감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9월 23일 오전 1시와 10시 두 차례에 걸쳐 열린 관계장관회의 참석자는 노영민 대통령실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국정원장, 서욱 국방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이다. 노영민 실장이 문 대통령의 의중을 전하고, 서훈 실장이 논의를 주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은 이날 관계장관회의를 전후로 한 시점에 서욱 장관의 지시에 의해 국정원 및 국방부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 내에 기밀 정보가 삭제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재형 의원, “안보실장이 문 대통령 대면보고 후 관계장관회의서 자진 월북 허위 근거 제시해”

문재인 정부 감사원장을 지냈던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통령이 최종 책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최재형 의원은 "감사원 발표에 의하면 이대준 씨가 북한 해역에서 발견된 사실을 인지하고 문 대통령에게 서면 보고한 이후 이대준 씨가 피살되어 시신이 소각될 때까지 3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허위의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으로 몰고간 정황이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피살 및 시신소각 정황을 파악하고 나서야 (서훈) 안보 실장 주재로 회의를 열고 자진 월북 가능성을 논의한 다음 삭제했다는 국방부와 국정원의 내부 첩보 106건은 자진 월북이라고 볼 수 없는 정황들이 포함된 정보들이었을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안보실장과 비서실장이 문 대통령에게 대면 보고를 한 이후 안보실장이 관계 장관 회의에서 자진 월북 근거를 제시했지만 그 내용이 허위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서면조사 요구를 무례한 짓이라고 했던 문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변인, “국민이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동안 대통령은 어떤 노력도 안해”

여야는 22일 팽팽하게 맞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발표,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월북으로 조작한 혐의로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포함해 월북몰이로 가는 길에 서 있었던 모든 사람들이 답해야 할 시간이고, 국민이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이 매우 무례한 짓이라고 호통치고, 더불어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감사원장 등을 고발했지만, 법원은 서해 공무원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했다"면서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것은 국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기 때문에 국민이 차가운 바다에서 죽음의 공포에 떨고 있을 때 대한민국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국민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되고 시신이 불에 태워지는 동안 대통령은 구조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며 "그리고 안보실, 국방부, 국정원, 해경 등 국가기관이 직접 나서 월북몰이를 하면서 명예살인까지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실을 외면하고 계속 정치보복을 운운한다면 더 이상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 “진실 조작하는 검찰의 최종 목적은 문재인 대통령” VS. 유족들, “살인자에게 관용 없어야”

반면에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이날 서욱 전 장관 등과 함께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수수혐의로 구속된 사실을 함께 묶어서 검찰의 진실 조작이라고 강변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조작 정권과의 법정 대결이 시작됐습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오늘 새벽 김 부원장, 서 전 장관, 김 전 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며 "법원의 판단인 만큼 존중하지만, 마지막 진실은 재판 과정을 통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검찰은 위기에 빠진 정권을 지켜내기 위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진실을 조작하고 있다"면서 "최종 목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고 이 대표"라며 "윤석열 정권은 민주당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지우려고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씨(왼쪽)가 21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대준씨 형인 이래진씨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서 전 장관은 ‘국민의 죽음에 침묵했고 은폐 조작에 가담한 살인자’로, 김 전 청장을 ‘(국민을) 간첩으로 둔갑시킨 장본인’으로 각각 규정했다. 이 씨는 "이들은 유족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남겼다"면서 “이제 검찰과 재판부의 시간으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로잡아야 하고, 이들에게 관용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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