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출근 과정에서 실시한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20일 오전 서울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는 윤석열 대통령. 출근 과정에서 실시한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 주도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도어스테핑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 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농민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이와 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도어스테핑 모두발언에서 "어제 양곡관리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야당이 소위 그 비용 추계서도 없이 통과시켰다"며 "수요를 초과하는 공급 물량으로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쌀값이 폭락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도 금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쌀 격리를 했다. 이것은 정부의 재량 사항으로 맡겨 놓아야 수요와 공급 격차를 점점 줄이면서 우리 재정과 농산물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반대 의사를 밝힌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19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것으로, 정부가 쌀 초과 생산분을 강제매입(시장격리 의무화)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는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 이상일 때 정부가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매입하도록 돼 있는데, 민주당은 이를 '의무 매입'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전 정부에서도 이를 '쌀의 과잉 생산 유발' '예산 부담의 문제' 등의 사유를 들어 반대했던 것인데, 민주당이 입장이 바뀌어 정작 야당이 되자 농민들 표를 의식해 이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관측됐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단독 처리에 "명백한 의회 다수당의 횡포이자, 법안소위·안건조정위·전체회의까지 3번째 연속 날치기"라고 강력 비판했다.

윤 대통령 역시 민주당의 법안 처리를 사실상 비판했단 평가다. "그런데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하면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을 결국은 폐기해야 한다. 농업 재정의 낭비가 심각하다"며 "오히려 그런 돈으로 농촌의 개발을 위해 써야 하는데 과연 이것이 농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어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 주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는 민주당에 단독 강행하지 말고 여당과 협의해 처리해달란 요청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최종 처리하기까지는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하기 때문에 여야가 추가 협의할 시간은 아직 남아있는 셈이다.

올해 정부의 쌀 초과 생산분 강제매입은 지난달 25일 제4차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결정된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국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는 쌀값 폭락 대책을 비롯한 당면현안에 대해 밀도있는 의견교환이 있었다"며 "정부로부터 '수확기 역대 최대규모 물량의 쌀을 시장격리하겠다'는 다짐을 받았다"고 밝혔었다.

정 비대위원장은 "쌀값 안정을 위한 조기 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며 "수급 과잉 물량 27만t과 시장 안정을 위한 물량 10만t을 포함해 37만t의 쌀이 시장 격리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지 쌀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어 "야당은 다수 의석을 앞세워 다분히 포퓰리즘적이고 선동적인 양곡관리법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당정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쌀값 안정을 위한 정책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날 도어스테핑에서 윤 대통령이 민주당 주도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사실상 반대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지난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당·정·대가 반대했던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단 지적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끝끝내 단독 처리로 통과시킬 경우엔 대통령의 권리 중 하나인 '거부권'을 행사하겠단 암시로도 해석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달 25일 열렸던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쌀값 의무격리,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었다. [사진=정진석 페이스북]
지난달 25일 열렸던 제4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쌀값 의무격리, 민주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었다. [사진=정진석 페이스북]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관련기사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