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FP 인용 보도…美NSC "北 WMD자금 재할당하면 주민 혜택"
'對北제재 구멍뚫기 의혹' 文정부 추진사업도 未定으로 남아

미국이 최근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주도하는 대북 식량지원 사업 확대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는 보도가 17일 나왔다.

17일 세계일보는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FP)'의 16일(현지시간) 보도를 인용해, 데이비드 비슬리 WFP 사무총장이 미·북간 외교적 해빙을 모색하는 것을 계기로 북한에서 유엔의 식량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려고 수억 달러가량을 세계 각국으로부터 지원받으려고 했으나 백악관의 반대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1990년대에 WFP의 대북 식량지원 사업에 매년 7억5000만 달러(약 8111억 2500만 원)를 공여했었으나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2년에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하면서 대북 식량 지원 규모를 점차 줄여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현재 WFP의 이 사업에 아예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엔의 관리들은 FP에 "만약 미국이 WFP 대북 지원에 다시 참여하면 한국과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보다 관대하게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슬리 총장은 FP와 인터뷰에서 북한의 연간 식량 부족 규모가 200만 톤에 이른다고 밝혔고, 전문가들은 북한의 식량난 해소를 위해 연간 7억5000만 달러가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2500만명 가량의 북한 주민 중에서 1000만명가량이 영양 부족 상태인 것으로 추정됐다.

로버트 팔라디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FP에 북한이 핵무기를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는 미국이 대북 압박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팔라디노 대변인은 "대량살상무기(WMD)는 굉장히 값이 비싸다"면서 "북한이 현재 WMD 프로그램에 사용되는 자금을 재할당하면 북한 주민에게 어마어마한 복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식량난의 책임이 북한 정권에 있음을 상기시켰다. 

대북 식량 지원은 북한과의 대화에 진전이 있을 때에야 그 가능성을 열어 둘 수 있다는 게 미 행정부 입장으로 알려진다.

비슬리 총장은 지난 8~11일 사이 북한을 방문한 뒤 북한 전역에서 1990년대와 같은 기근 사태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주민의 영양실조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위협으로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비슬리 총장은 또 "한국이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자는 이 기관의 요구에 보다 수용하는 자세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통일부가 '북한 인구조사 비용 600만달러 지원' '북한 취약계층 800만달러어치 인도적 지원' 등을 명분으로 전 세계적 대북 경제제재 국면에 '구멍'을 뚫으려 한다는 의혹을 받은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통일부는 북핵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중인 지난해 7월부터 600만달러 지원 방안을 검토한다고 알려져 논란을 자초했다. 비판 여론이 일어도 '공여 시기가 결정되지 않았다'거나 '대북 직접지원이 아니'라는 명분으로 무마를 시도했다. 같은해 9월부터는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고 북한 모자보건 영양지원사업에 800만달러를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최근 이달 15일에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16일에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비슬리 총장을 만나 대북 인도지원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다만 FP 보도를 미루어 대북 인도지원 사업의 구체적 일정은 북핵 폐기 협상을 위해 '최대 압력' 기조를 유지해 온 미국의 반대로 미정(未定)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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