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지하3층 전기실에 보관되고 있던 '리튬이온 배터리' 때문인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면서 과거부터 언급돼왔던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지난 15일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지하3층 전기실에 보관되고 있던 '리튬이온 배터리' 때문인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면서 과거부터 언급돼왔던 리튬이온 배터리의 위험성이 다시 한번 제기되고 있다. [사진=페이스북]

지난 15일 SK C&C 데이터센터 판교캠퍼스에서 발생한 화재가 정전 등 전기 공급이 중단될 시 서버에 전력을 공급하는 무정전 전원 장치(UPS, Uninterrupted Power Supply system)용 배터리 때문인 것으로 결론이 모아지면서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위험성을 제고해봐야 한단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데이터센터 이원화(二元化)에 소홀했던 카카오의 문제와는 별도로 배터리가 현재 기술상 완전하지 않다는 점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배터리가 여러 분야에서 필수 불가결하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더욱 그렇단 평가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현재 스마트폰·패드형 태블릿·노트북 등 소형 휴대용 전자기기의 전원공급장치로 이용되고 있으며, 최근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전기자동차에도 들어간다. 리튬이 아주 가볍고 전기전도율이 매우 높은 알칼리 금속 원소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리튬이온 배터리의 그 전에 사용되던 니카드 전지, 니켈 금속수도 전지를 대체하게 됐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질로 이뤄져 있다. 배터리가 방전되는 과정에서 음극에서 양극으로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가 발생한다. 배터리가 충전되는 과정에서는 반대로 양극에서 음극으로 리튬이온이 이동한다. 다만 이러한 화학적 반응이 매우 불안정할 수 있기 대문에 '분리막'이 필수적으로 포함된다. 분리막은 배터리 내부의 화학 작용으로 온도가 지나치게 올라가게 되면 양극과 음극의 접촉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즉 배터리의 안전장치가 '분리막'인 셈이다. 분리막의 재료로는 절연 특성이 뛰어난 폴리올레핀·폴리프로필렌 등 고분자 소재가 사용된다.

리튬이온 배터리 제조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완전하진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전기자동차가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 자체가 충격을 받으면 열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데, 자동차가 주행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각종 충격·진동이 일어나기 때문. 

전기차에서 발생한 불은 쉽게 꺼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엔 배터리 수십여 셀(Cell)이 들어가는데, 어느 한 배터리 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옆으로 옮겨붙기 때문이다. 또한 온도가 1000도 이상 급상승하는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더욱 위험하단 평가다. 물이나 소화 약제를 뿌려서는 진화가 되지 않기 때문에 소방 당국은 특수 이동 수조를 만들어 전기차 화재를 끄겠단 아이디어까지 고안하기도 했다. 참고로 2017년 이후 올해 7월까지 한국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29건이며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풀이되는 실정이다.

전기차 뿐 아니라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 역시 마냥 안전하지만은 않다. 삼성의 경우 지난 2016년 출시했던 갤럭시 노트7이 설계 실수로 배터리가 폭발하는 사건이 국내외에서 연달아 발생했다. '갤럭시' 브랜드 자체의 신뢰성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전량 리콜을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애플의 경우에도 아이폰 배터리가 폭발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2018년엔 중국에서 한 남성이 아이폰 배터리 교체하는 과정에서 배터리를 입으로 깨무는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기도 했다.

15일 판교 데이터센터 지하 3층 전기실에 있던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에 관해서는 다양한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유사시 전원 공급용으로 사용되는 무정전 전원 장치에 전력을 대는 배터리였기 때문에 사고 당시엔 쓰이지 않고 보관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여기에서 스파크가 발생하고 뒤이어 화재가 일어났다는 건 언뜻 납득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분리막' 결함, 배터리의 물리적 손상, 배터리 보관장소 주변의 먼지·분진 등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추측을 내놓고 있지만 여기에 더해 현존 배터리 기술이 완전하지 않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대체재가 등장하기 전까지 리튬이온 배터리는 점점 더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안전한 배터리 사용을 위해서는 정부·업계·소비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정부는 기업과 협의해 관련 산업의 잠재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배터리 안전 기준을 더욱 엄격히 마련해야 한단 평가다. 배터리 제조 업계는 배터리 불량률을 적극 낮춰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소비자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들어간 휴대용 전자기기와 전기차를 사용함에 있어 언제든 폭발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배터리에 무리가 갈 수 있는 급속 충전 대신 완속 충전을 하거나 완충을 자제하는 방법 등을 활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의 전원공급장치인 '리튬이온배터리'가 들어가는 모습. 전기차 배터리는 하나가 셀, 셀을 일정 개수로 모아 안전장치를 추가해 묶은 모듈, 모듈이 모인 팩으로 구성돼 있다. [사진=삼성 SDI]
전기차의 전원공급장치인 '리튬이온배터리'가 들어가는 모습. 전기차 배터리는 하나가 셀, 셀을 일정 개수로 모아 안전장치를 추가해 묶은 모듈, 모듈이 모인 팩으로 구성돼 있다. 배터리 안전장치가 돼 있긴 하지만 차에 가해지는 충격과 진동으로 전기차 보급 확산에 맞춰 전기차 화재가 점차 느는 추세다. [사진=삼성 SDI]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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