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이 내 '입'이라 생각하라고 말해...보좌관 요구 무시 못해"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 김동원(49)씨는 경찰 조사에서 작년 9월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한모(49)씨에게 500만원을 준 경위에 대해 ‘한씨가 요구해 생활비 명목으로 돈을 줬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치소 돌아가는 드루킹(사진=연합뉴스)
구치소 돌아가는 드루킹(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6일 사정 당국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내용을 전했다. 이같은 진술은 경찰이 최근 드루킹 측근들과 한모씨를 조사를 통해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직 인사 청탁 진행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금품을 건넸다’고 설명한 것과 달리, 한씨가 먼저 드루킹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어서 상호 진술이 배치(背馳)되는 양상이다. 드루킹은 "김 전 의원의 대리인 격인 한씨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드루킹은 민주당 대선 경선 무렵인 작년 2월 김 전 의원으로부터 "한 보좌관이 내 '입'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얘기하면 된다. 이 사람에게 하는 말은 나한테 하는 것과 똑같다"며 소개받았다고 진술했다.

드루킹은 또한 "한씨로부터 수차례 금품을 요구받았다"며 "작년 추석 무렵에도 한씨로부터 돈을 요구하는 듯한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고 한다. 지난해 11월에는 한씨로부터 "곧 청와대에 들어갈 것이다. 당신의 '빨대(정보원을 뜻하는 은어)'가 되어 주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한씨는 응답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드루킹은 16일 열린 '댓글 조작' 사건 2차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재판을 빨리 끝내달라. 나머지는 특검에서 조사하는 게 낫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검찰은 "드루킹 일당은 (대선 전인) 작년 1월쯤 '킹크랩(매크로 프로그램 서버)'을 구축한 뒤로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해 여론을 왜곡했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횟수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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