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도 베이징의 다리에 체제 전복적인 현수막 두 개가 걸려 베이징 시민들이 이를 지켜보는 사태가 벌어졌다. 풍문에 의하면 현수막을 내건 당사자가 분신했다고 하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다만 현수막 바로 옆에서 불이 피어오르고 연기가 솟구치는 장면이 있어 풍문이 사실처럼 확산되는 형국이다. [사진=트위터]
중국 수도 베이징의 다리에 체제 전복적인 현수막 두 개가 걸려 베이징 시민들이 이를 지켜보는 사태가 벌어졌다. 풍문에 의하면 현수막을 내건 당사자가 분신했다고 하지만 확인되진 않았다. 다만 현수막 바로 옆에서 불이 피어오르고 연기가 솟구치는 장면이 있어 풍문이 사실처럼 확산되는 형국이다. [사진=트위터]

베이징 다리에 중국 시진핑 주석을 '독재 매국노'라고 지칭하고 중국의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중국 공산당대회를 며칠 앞두고 있는 베이징에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 소식이 외신에도 퍼져나가는 등 국제적 눈길을 끌고 있다.

베이징에 등장한 현수막은 총 두 개로 하나는 시 주석에 대한 비판, 나머지 하나는 중국 체제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 전자는 한 문장으로 되어 있으며, 후자는 '不要△要▲' 형식으로 돼 있다. 즉 '△는 필요치 않고 ▲를 원한다'는 문장 구조다. 

각 현수막은 다음과 같이 돼 있다.

罢工罢课罢免独裁国贼习近平
수업을 거부하고 파업하여 독재 매국노 습근평(시진핑)을 파면하라
   
不要核酸要吃饭
코로나 검사가 아닌 생업을 원한다
不要封控要自由
봉쇄가 아닌 자유를 원한다
不要谎言要尊严
거짓말이 아닌 존엄을 원한다
不要文革要改革
문혁이 아닌 개혁을 원한다
不要领袖要选票
(투표하지 않는)지도자가 아닌 투표를 원한다
不做奴才做公民
노예가 되지 않아야 시민이 될 수 있다

'수업을 거부하고 파업하여 독재 매국노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현수막. [사진=트위터]
'수업을 거부하고 파업하여 독재 매국노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현수막. [사진=트위터]

첫째 현수막은 '수업을 거부하라, 파업하라. 독재 매국노 시진핑을 파면하라'는 내용이다. 학생 및 노동자에게 떨치고 일어날 것을 주문하는 내용으로 읽힐 수 있단 분석이다.

둘째 현수막은 총 6개 문장으로 돼 있으며 '-가 아닌 -을 원한다'는 형식으로 마치 시구처럼 보이기도 한단 평가다. 첫 문장은 중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을 고수해 중국 인민을 통제하고 고통에 빠뜨린 것을 비판하고 일상생활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번째 문장은 마찬가지로 중국 인민들은 봉쇄 정책을 폐기하고 자유를 원한다고 돼 있다. 

셋째 문장은 중국 당국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고 중국 인민의 존엄을 추구하라는 명령으로 읽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넷째 문장은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으로 유명한 파괴적인 '문혁' 방식이 아닌 점진적 '개혁'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다섯째 문장은 일당독재 체제의 중심인 공산당 내부에서 중국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이 아닌 전 인민이 투표권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하는 내용으로 읽힐 수 있다. 여섯째 문장은 중국 인민에게 노예가 되지 말고 '공민(시민)'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내용이란 분석이다.

두 현수막 모두 흰색 바탕에 붉은색 글씨로 이루어져 있어 눈에 확연히 띈다. 

이 사진은 13일 오후부터 각종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인터넷엔 '현수막을 설치한 이가 스스로 분신했다'는 내용이 퍼지기도 했지만 아직 확인되진 않았다. 다만 사진 중엔 현수막 바로 옆에 연기가 올라가는 장면이 찍힌 것이 있다.

16일 열릴 중국 공산당대회에서 시 주석의 3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중국 정치의 중심지인 베이징에서 중국 체제 전복적인 현수막이 내걸리고 이를 베이징 시민들이 지켜봤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당황·당혹스러워했을 거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중국 당국은 공안을 즉시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베이징 및 중국 내부 인터넷망에 대한 통제 및 검열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체제를 비판하는 6개 문장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 [사진=트위터]
중국 체제를 비판하는 6개 문장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 [사진=트위터]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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