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선 전 댓글 순위 조작...여론이 왜곡된 사태가 이 사건의 실체”
핵심공범 진술에 부합하는 킹크랩 관련 증거 확인되면 사건 새 국면
역시나 증거인멸?...경공모, 킹크랩 두달 전 삭제로 수사 난항 예상돼
수사팀 관계자 “경공모의 조직적인 증거인멸로 볼 수밖에 없어”
드루킹, 다음·네이트 기사 3천여건 댓글작업...조작여부 수사

'드루킹' 김동원(49)씨가 주도한 포털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핵심공범인 '서유기' 박모(30)씨가 지난해 대선 전부터 불법 댓글 작업을 했다고 자백한 사실이 공개됐다.

검찰은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드루킹 김씨의 재판에서 "공범인 '서유기' 박씨가 대선 전부터 킹크랩을 구축해 댓글 작업을 계속해왔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드루킹이 관여한 댓글 여론조작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서유기' 박모씨(사진=연합뉴스)

드루킹 일당이 지난 대선 때도 댓글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핵심공범의 진술을 수사당국이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검찰은 이런 서유기의 진술을 토대로 "(드루킹) 김씨 등이 작년 1월경 '킹크랩'을 구축한 후 이때부터 뉴스 댓글 순위를 조작해 여론이 왜곡된 사태가 이 사건의 실체"라고 강조했다.

검찰측은 “킹크랩 역시 인터넷에서 샀다는 기존 수사기관 발표와 달리 직접 개발했다고 시인했다”고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경공모 회원 가운데 정보기술(IT) 개발자 등 일부가 프로그래밍 능력을 보유했고, 이들이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임대한 서버 내에 각종 서비스를 결합해 댓글조작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킹크랩은 매크로(동일작업 반복) 기능, 유동 아이피(IP) 기능, 네이버 자동 로그인·로그아웃 기능 등 댓글 조작에 필수적 기능을 모두 합친 총체적 댓글 조작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검찰 수사 결과이다.

킹크랩을 이용해 댓글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서유기는 드루킹 일당의 핵심 멤버다. 그는 드루킹이 운영한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활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씨가 차린 비누업체 '플로랄맘'의 대표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드루킹 일당의 여죄를 수사 중인 경찰은 이들이 댓글 작업을 한 기사 9만여 건의 인터넷 주소(URL) 가운데 대선 당일까지 송고된 기사 1만9천건에서도 킹크랩을 이용한 불법 여론조작이 있었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킹크랩 활용 시기는 대선 당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여론조작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경찰은 1만9천건의 기사 URL에 대해 해당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해 증거인멸에 대비한 자료 보존에 나섰다.

수사당국이 이날 공개된 서유기의 진술에 부합하는 증거를 확보할 경우 드루킹 사건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그러나 증거인멸에 따른 수사 차질로 난항이 예상된다. ‘경공모’는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지난 3월 경찰 압수수색 직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경공모 회원들이 느릅나무출판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직후인 지난 3월 아마존웹서비스에 접속해 이미 킹크랩의 모든 개발코드를 망가뜨리거나 삭제했다고 전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경공모의 조직적 증거인멸 정황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미국 아마존에 수사 협조를 요청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라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경공모가 킹크랩을 통해 댓글을 조작한 뉴스 목록을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든 사실도 확인됐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성과를 과시하기 위한 작업 아니냐는 의심이 들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은 또 드루킹 일당이 포털사이트 네이버 외에도 다음과 네이트 기사 3천여건 등 전방위로 댓글 작업을 한 정황도 포착돼 경찰은 불법 여론조작 여부도 확인하고 있다.

17일 경찰측은 서울지방경찰청이 최근 드루킹 측근 김모씨(필명 '초뽀')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이동식 저장장치(USB)를 분석한 결과, 다음 기사 약 3천건, 네이트 기사 약 100건에 댓글작업이 이뤄진 내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측은 이와 관련해 추가 혐의가 있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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