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앤드마이크가 최근 단독 입수한 경찰청 댓글 진상조사 내부 보고서. 2022.08.04(사진=조주형 기자)
펜앤드마이크가 최근 단독 입수한 경찰청 댓글 진상조사 내부 보고서. 2022.08.04(사진=조주형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8년 3월부터 시작된 일명 '경찰 댓글 몰이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경찰청이 애꿎은 경찰관들까지 겨냥한 정황이 포착돼 논란이 예상된다.

즉, 문재인 정부에서 급조된 경찰청 특별수사단(임호선 現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시 경찰청 기획조정관)이 본 사건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인 것 외에도 사건을 자체 조사한 본청 요원들 마저 수사선상에 올렸다는 의혹이다. 한마디로 '별건 수사 의혹'인 셈이다.

이같은 의혹이 나오는 까닭은 경찰청 특수단과 진상조사팀이 '임의수사'를 두고서 양측간 입장이 상이하게 나타났기 때문. 이 사건은,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지난 2018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펜앤드마이크>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경찰청 내부 문건인 <군 사이버사 블랙펜 경찰개입 및 댓글 관련 진상보고(18.3.12)>와 <군 사이버사령부 블랙펜 활동 경찰 개입의혹 등 진상조사 결과보고서(18.3.15)>가 그때 당시 이 사건의 단초가 돼 수사 국면으로 전환된다.

그 시점에서부터 한달 전인 그해 2월, 경찰청 자체 진상조사팀 총괄팀장에 의해 입수된 '정부정책에 대한 지지댓글을 달도록 지시받아 일부 실행한 사실이 있다'라는 내용의 미확인 단독 첩보가 자체 진상조사보고서에 실렸는데, 그 첩보를 제공한 인물이 3일만에 '특정 여론 조작 등 부정목적은 아니었다'라며 진술을 뒤집는다.

이같은 내용은 총괄팀장이 그해 3월11일 직접 작성했다는 보고서에 게재된 데 이어 진상조사팀의 팀원들이 작성한 결과보고서에 총괄팀장이 위 내용을 추가하면서 마찰이 발생한다. 결과보고서에는 특별수사단 구성 건의 내용이 실렸는데, 총괄팀장 산하 중간급 수사관인 조사팀장의 결재란에 결재서명이 누락된 상태로 총괄팀장의 결재가 진행된다. 통상적으로 주무조사관과 중간급 조사관을 거쳐 총괄조사관이 순차적으로 결재하는데, 총괄조사관이 먼저 서명했고 중간 결재란은 공백으로 남았던 것. 당시 총괄팀장 측은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병가 중이라 답변이 어렵다"라고 전한 바 있다.

펜앤드마이크가 단독 입수한 보안증거 3795쪽의 '2018년 4월6자 임홍기 참고인 진술조서 내용'(첫 사진)과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17쪽 하단부 서명 결재란. 결재란에 조사팀장 서명이 누락돼 있다. 2022.08.03(사진=조주형 기자)
펜앤드마이크가 단독 입수한 보안증거 3795쪽의 '2018년 4월6자 임홍기 참고인 진술조서 내용'(첫 사진)과 진상조사 결과보고서 17쪽 하단부 서명 결재란. 결재란에 조사팀장 서명이 누락돼 있다. 2022.08.03(사진=조주형 기자)

문제가 된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다. 중간급 수사관계자의 서명이 없었다는 점에서 수사절차가 석연찮다는 의혹이 나온 것이다.

그런데, 경찰청 취재에 따르면 여기서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본청 자체 진상조사 요원들을 상대로 임의동행(任意同行)이라는 형태로 임의수사를 전개했다는 의혹이 나온다. 이 사건을 맡았던 본청의 진상조사팀은 경찰청 특수단이 들어선 이후 각자의 근무지·주거지 일대에서 특수단으로부터 임의동행 및 출석요구를 받았고 그에 따라 수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상조사 총괄팀장은 참고인 진술조사를 받았다.

이때 '임의동행'이란, 법적 강제력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임의수사의 한 방법으로, 임의동행 대상자가 불응시 강제할 수는 없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수사기관이라 하더라도 피검문자들을 영장없이 체포 혹은 구속할 경우 이는 불법체포감금죄가 될 수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확보된 진술 등은 모두 '위법수집증거배제의 원칙'에 따라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없다.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 게다가 임의동행이라는 임의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나 참고인에게 반드시 출석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알려야 한다.

이 사건은, 앞서 언급한 경찰 댓글 의혹 사건을 자체 조사한 경찰관들에 대해 임의수사을 빙자한 강제연행 형태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별건 수사 의혹'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2일, <펜앤드마이크>는 당시 경찰청 특수단의 부단장을 맡았던 김갑식 現 충남경찰청장에게 직접 통화를 시도했는데 이때 그에게 '①진상조사팀을 조사한 게 맞는지, ②조사기록이 존재하는지, ③임의동행이 통상적인 수사절차인지, ④누구의 지시였는지, ⑤변호인선임권 및 거부권행사여부를 고지했는지'를 물어봤으나 그는 "저는 부단장이었고, 그런 실무적인 이야기는 수사팀장들에게 물어보시라"는 답변만을 남겼다.

이에 <펜앤드마이크>는 곧장 당시 경찰청 특수단 팀장을 맡았던 'ㄱ' 총경에게 통화를 시도했는데, 'ㄱ' 총경은 "제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당시 그 수사를 진행함에 있어서 저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에 어긋나게 한 것이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에서 언급한 5가지 질문을 던진 배경으로는, 지난 2015년 7월27일부터 시행된 경찰청의 '인권 보호를 위한 경찰관 직무규칙(경찰청 훈령 제771호)'에 근거한 것이다. 해당 규칙 제51조(임의동행할 때 유의사항)의 제1항(경찰관은 임의동행을 요구하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있으며, 동행에 동의한 경우라 하더라도 원할 경우에는 언제든지 퇴거할 수 있음을 고지하여야 한다)과 제3항(임의동행을 한 경우에는 임의동행 동의서를 수사기록에 편철 또는 보관하여야 한다) 내용이 반영됐다.

수갑. PG.(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수갑. PG.(사진=연합뉴스, 편집=펜앤드마이크)

본청 자체 진상조사팀에 대해 특수단이 임의동행 형태로 임의수사를 진행했다는 의혹이 나온 상황에서 당시 경찰청 특수단 관계자들은 위 직무규칙에 근거한 5가지 질문에 뚜렷한 답변을 밝히지 않았고, "저희는 절차상 어긋나게 한 것이 없다고 말씀을 드렸다"라고 강조하는 데에 그쳤다.

그렇다면 임의수사의 한 형태인 '임의동행'에 대해 대법원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음은 대법원 판례(2005도6810)의 일부다. 대법원은 "···경찰관이 피고인을 동행할 당시에 물리력을 행사한 바가 없고, 피고인이 명시적으로 거부의사를 표명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은···사법경찰관의 동행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심리적 압박 아래 행하여진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수사 전문가들의 소견에 따르면, 진상조사팀이 참고인 신분으로 임의동행 후 조사를 받았을 때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즉, 강제연행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을 경우 사실상 불법 체포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인데, 치안감급 특수단장과 경무관급 부단장 체제의 고위급 특수단에 의한 수사가 전개되는 상황 하에서 현직 경찰관이 특수단의 임의수사 대상이 됐을 시 계급과 직무관계 등에서부터 그가 상당한 압박감을 느꼈을 가능성도 없지 않은 대목이다.

이어 경찰청 보안국 자체 진상조사를 담당한 진상조사팀 일부가 특별수사단 소속 수사관들에 의해 거주지에서 사실상 강제로 연행돼 조사를 받았음에도 수사기록에서 이들의 참고인 진술조서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을 두고서도 불법수사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법조계 소식통에 따르면, 실제 수사기록 일부(보안증거 제3728~제3772쪽)가 사라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진상조사팀원들의 참고인 진술조서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

훗날 이 사건은 재판과정에서 압수한 전체 댓글의 95.5%에 해당하는 27만1천836건의 댓글을 수사기관이 임의로 폐기하는 사태로까지 이어진다. 법원이 그 이유를 밝힐 것을 요구했으나 수사기관은 "관련이 없다"라며 이를 폐기처리, 댓글 선별 이유를 판명할 기준사항이 제출되지 않는다. 이같은 의혹이 나오는 상황에서 관련 기록들의 흔적마저 사라질 경우 증거인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는 상황.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수사절차 과정에서 이같은 의혹 등이 나왔고 현재 본 사건은 계속 진행중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경찰관들이 조사를 받아야 했고, 경찰 수장(조현오 前 경찰청장)은 이미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이들 외에도 국가보안법 등을 다루며 안보 일선에서 활약하던 경찰청 보안국·정보국을 비롯해 홍보기능을 포함한 각 기능별 경찰요원들(김성근·김재원·정용선·정철수·황성찬 등)은 '정부정책 옹호성(정치관여) 댓글 작성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혐의'가 덧씌워져 여전히 재판정에 올라야 하는 상황.

한편, '경찰 댓글 몰이 수사'에 대한 <펜앤드마이크>의 심층 보도는 위 '관련 기사' 항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펜앤드마이크는 최근 경찰청 내부 문건인 2018년 군 사이버사령부 블랙펜 진상조사 문건 일체를 단독 입수했다. 2022.08.04(사진=조주형 기자)
펜앤드마이크는 최근 경찰청 내부 문건인 2018년 군 사이버사령부 블랙펜 진상조사 문건 일체를 단독 입수했다. 2022.08.04(사진=조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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