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플랫폼 zoom 수업엔 일장일단
올해 처음 본 20학번들도 좋아해...올해 말 만나자고 약속하기도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전경. [사진=박준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전경. [사진=박준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학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세 번째로 인터뷰한 대상은 교수였다. 지금까지는 대학 생활의 시작을 코로나와 함께 했던 20학번을 비롯해 학부 생활 후반에 코로나를 겪어야 했던 고학번 등 학생을 인터뷰 대상으로 했다면, 대학에서 강의·연구의 주체인 교수의 입장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터뷰 대상은 주경철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교수였으며, 9월 초에 진행됐다.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 [사진=박준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 [사진=박준규]

"비대면 수업으로의 전환, 코로나로 가속화돼...깊은 이야기 못한 건 아쉬워"

주 교수는 먼저 코로나 팬데믹 시기 수업 방식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주 교수에 의하면 대학교 수업에 있어서 "(진즉에) '기술 이용' 그 쪽으로 갔어야만 했다"며 "코로나라는 상황에 의해서 결과적으로 일어났어야 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했다. 즉 2020년부터 대면 수업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화상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비대면 수업이 활성화됐는데, 서울대의 경우 '줌(ZOOM)'을 통해 비대면 수업이 이뤄졌다. 주 교수는 코로나가 새로운 수업 방식을 시험해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서울대의 경우 코로나 이전까지 대면 수업이 주(主)였다면 온라인은 보조였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강의실에서 교수로부터 직접 강의를 듣고 난 후 수업을 보조용으로 'eTL(e-Teaching & Learning)'을 사용했다. eTL은 서울대에서 운영 중인 전자 학습 서비스로, 2005년 서울대 중앙전산원이 처음으로 시작했다. 여기엔 수업자료를 올리는 게시판, 학생이 수업 관련 질문을 올리는 질문 게시판 등이 있었다. 결국 eTL은 대면 수업을 원활하게 하는 보조 도우미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는 것.

하지만 코로나 시기 eTL만으로 대학 수업을 진행할 수 없었던 상황에서 화상 플랫폼이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었고,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인 수업 방식의 변화가 팬데믹으로 더욱 가속화됐다는 것이 주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주 교수는 줌을 통한 수업의 장점이 '효율성'이라고 밝혔다. "줌의 장점은 토론에 있어서의 효율성"이라며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더라도 부분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비대면 수업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두 번째 인터뷰에서 17학번 진상범 군이 말한 바와 일맥상통한다. 진 군은 "소규모 토론 위주로 진행됐던 수업의 경우 이를 활용해 학생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주 교수는 비대면 수업의 한계도 분명히 언급했다. 그는 "처음 화상 수업을 진행했을 때 3단계의 적응 과정을 거쳤다"며 "처음 줌을 사용했을 때 당황했고, 그 다음엔 줌을 이용한 수업 방식을 수용했고, 마지막엔 아쉬움이 남았다"고 했다. 주 교수가 말하는 아쉬움이란 "대면 수업에서 이뤄질 수 있는 좀 더 깊은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과 개인적인 친밀도를 쌓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면 수업의 경우 시작 전 학생들에게 안부를 묻는 등의 선행 대화가 오고갈 수 있고, 수업이 끝나면 학생들이 수업 관련 질문을 하기 위해 남거나 같이 식사를 하러 가는 등 인간 대 인간이 만났을 때의 상호작용이 필수적으로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대면 수업의 경우엔 수업이 끝남과 동시에 화상 플랫폼 프로그램을 종료해 즉각적인 단절이 일어나기 때문에 인적 교류를 할 기회가 전혀 없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올해 20학번 처음 봐...학기 말에 꼭 보자고 이야기해"

주 교수는 20학번 이후 학과 학생들과의 교류가 사라진 것이야말로 코로나 시기의 최고 문제점이었다고 밝혔다. 학생들끼리의 관계 형성도 뜸해졌지만 사제간 교류도 거의 사라졌다는 것.

주 교수는 "스킨십이 너무 없다는 게 아쉽다"며 "2020년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처음엔 무척 안타까웠다. 왜냐하면 20학번을 실제로 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스킨십'이란 학생들과의 만날 기회를 말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기사에서 밝혔듯, 서양사학과를 비롯한 사학과는 다른 과보다 교수-학생간 접촉 빈도가 비교적 높다고 할 수 있는데, 학과에 '답사'라는 과 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답사를 가는 이유는 역사적 장소를 방문해 현장에서 교수의 강의를 듣는 학술적 목적과, 과 인원들 사이의 관계 증진이라는 사교적 목적이 동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1년에 두 번 '춘계답사'와 '추계답사'를 가며 서울대 국사학과의 경우엔 국내만, 동양사학과의 경우엔 국내와 중국·일본을 번갈아서 가고, 서양사학과의 경우는 국내 및 유럽을 가는 게 원칙이다. 사범대학 역사교육과도 답사가 매우 중요한 과 행사다. 코로나로 인해 답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사학과 구성원이 느끼는 '스킨십'의 단절이 타 과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학과에서 학습 및 사교의 장인 답사는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중지됐다. 사진은 답사 자료집. [사진 박준규]
사학과에서 학습 및 사교의 장인 답사는 지난 2년 동안 사실상 중지됐다. 사진은 답사 자료집. [사진 박준규]

주 교수는 "올해 1학기부터 오세정 서울대 총장측으로부터 '대면 수업이 원칙이다'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이에 따라 올해 처음으로 20학번들을 봤는데 학생들이 무척 좋아하는 것 같았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주 교수의 말대로라면 20학번들은 과 교수들을 정확히 만2년만에 보는 셈이다. 

이어 "20학번들이 실제로도 말하길 '교수를 실제 처음 봐서 좋다'고 했다"며 "이들은 과 교수는 물론이고 같은 과 동기들끼리도 본 적도 없던 셈"이라고 했다. 다만 주 교수는 지난 기사에서 학생들이 밝혔듯 "개인 재량에 의해서는 관계 형성이 가능했을 텐데, 소위 '인싸(인사이더,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는 달랐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 교수는 "2020년 입학한 신입생들이 정말 너무나 불쌍했다"며 "이번에 본 학생들에게 학기 말에 꼭 보자고 이야기했다. 그런 식으로라도 보길 갈구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기사를 종합하면 2020년부터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대학 생활을 보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적 관계 형성에 있어서 그러한데, 학생 간·사제 간 관계 형성의 기회를 사실상 박탈당했다고 봐도 좋단 평가다. 이를 가장 극심하게 겪은 학생들이 2020년에 입학한 20학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20학번은 자칭·타칭 '고등학교 4학년'이라고 불렸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학(大學)이란 그 한자에서도 알 수 있듯 '큰 배움'이란 뜻이고 이는 단순히 전공 공부에 국한된다고 보기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목적에 대해 고등교육법 제28조는 "대학은 인격을 도야하고, 국가와 인류사회의 발전에 필요한 심오한 학술이론과 그 응용방법을 가르치고 연구하며, 국가와 인류사회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고등교육법이 말하는 '인격 도야'가 딴 데 있지 않고 학생 대 학생, 학생 대 교수와의 인적 관계 형성을 통해 이뤄진다고 볼 수 있다면, 지난 2년 동안은 '인격 도야'의 기회가 없었다고 해도 좋은 셈이다. 이제부터라도 대학 사회가 대학 본연의 역할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대학에선 크고 작은 모임·행사를 통해 학생 간·교수와 학생 간 만남을 도모한다. 이를 통해 몸만 성인이고 인격은 완성되지 않은 한 학생이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코로나는 이러한 기회를 박탈했다고 봐도 좋은 셈이다. [사진=박준규]
대학에선 크고 작은 모임·행사를 통해 학생 간·교수와 학생 간 만남을 도모한다. 이를 통해 몸만 성인이고 인격은 완성되지 않은 한 학생이 성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코로나는 이러한 기회를 박탈했다고 봐도 좋은 셈이다. [사진=박준규]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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