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비대면 강의로 현장 강의의 장점 사라져, 성적에만 몰두해
학과 대신 동아리·학회로 몰리는 학생들
개인화·파편화된 학생 사회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전경.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서양사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박준규]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전경. '포스트 코로나' 시대 대학이 어떻게 바뀌었는지에 대해 서양사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박준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학교가 어땠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두 번째로 인터뷰한 대상은 2017년에 입학한 17학번이었다. 이 학번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들은 코로나 이전 대학 생활과 코로나 시기 대학 생활을 연이어 체험했기 때문에 둘 간의 차이를 보다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 예측됐다. 

이번에 인터뷰한 17학번은 총 두 명으로, 진상범 군과 공민우 군이다. 이들은 군복무를 마친 복학생으로, 이들과의 인터뷰 역시 전과 마찬가지로 8월 말에 진행됐다.

인터뷰는 크게 세 분야로 이뤄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대학의 학업은 어떻게 진행됐고, 대학생들이 어떤 식으로 학교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 결과 대학에서의 인간 관계가 어떤 식으로 형성됐는지에 대해서다.

#1. 전면 비대면 강의의 명과 암

진 군은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코로나 시기 수업이 어떻게 진행됐는지와 그러한 방식의 장·단점에 대해 술회했다.

진 군은 "2020년 전역 후 처음으로 전면 비대면 강의 체제를 맞이하게 됐다"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수업의 질이 극심하게 양극화됐다"고 털어놨다.

그에 의하면 적은 인원이 듣는 수업의 경우 'ZOOM'의 장점이 극대화됐다고 했다. "소규모 토론을 위주로 진행됐던 수업의 경우 이를 활용해 학생 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다"며 "대학영어와 같이 랩 수업이 동반되는 경우에도 기존 대면 수업보다 많은 참여가 가능했단 점에서 긍정적이었다"고 했다. 대학영어는 서울대학생이 졸업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양필수과목으로, 랩 수업은 말하기, 듣기 위주로 이뤄지는 실용 수업을 말한다.

반면 비대면 수업의 단점은 많은 인원이 듣는 수업에서 나타난다는 것이 진 군의 주장이다. "교수와 학생 다수가 소통을 해야하는 수업의 경우, 교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타인이 많다고 생각해서인지 참여정도가 전반적으로 높지 못했다"며 "이는 특정 교수의 문제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일방적 정보전달 강의가 아닌 소통이 필요한 수업에서 현저하게 드러났고 종강 후 강의평가에도 이런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서울대에서 이뤄졌던 녹화 강의에 대해서 진 군은 "학생들이 원하는 시간에 적절히 계획한 대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단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면서도 "주변 학생들을 보면 밀린 녹화 강의를 시험 며칠 전에 몰아서 듣는 등 부정적인 경우도 많았다"고 했다. 

진 군은 이러한 점들을 고려했을 때 "소수의 강좌를 제외하곤 비대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얻어갈 수 있는 부분이 적었다고 할 수 있다"는 총평을 내렸다. 현장 강의에서 가능한 교수-학생간 '소통'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학생들이 오직 성적 그 자체에만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단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수업의 내용보다도 학점에만 집착하는 경향이 유독 심해진단 분석도 나온다. 진 군은 "포스트 코로나 이후 성적 평가가 완화되면서 학생들이 대학 수업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다"며 "저학번들이 교양수업을 많이 수강하는데, 여기에서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적이 후하게 이뤄진다"고 했다. 

이로 인해 "후한 성적에 익숙해진 저학번 학생들이 높은 성적임에도 A+가 아니란 이유로 불만을 제기하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등 기형적인 자세를 갖추게 됐다는 점이 우려스럽다"며 "더욱 학점에만 집착하고 대학 생활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다른 점들을 간과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대학문화가 붕괴하고 있다고 여겨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2. 학과의 빈자리를 채운 동아리·학회

코로나19로 대학은 사교의 장으로서의 기능을 상당 부분 상실했단 것이 인터뷰 대상자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진 군은 "대면 수업, 공강(강의와 강의 사이) 시간 동기·후배들과의 만남 등 사람 만날 기화 자체가 매우 적어졌다"고 했으며 공 군은 "코로나 이후 학내 공동체가 많이 쇠퇴한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공 군에 의하면 "학생들이 급속하게 가까워질 수 있는 행사인 MT도 갈 수 없게 되고 다 같이 모일 자리도 없었다"며 "'코터'라고 해서 '코로나 학번 배움터'를 열 정도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전의 운동권 전통도 많이 사라졌다"며 "당장 학내 게시판을 봐도 대자보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 눈에 띈다"고 털어놨다.

이렇게 되면서 개인의 역량에 따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천차만별인 동아리와 학회로 학생들이 모이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진 군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길 원하는 학생들이 많아서인지 동아리나 학회에 가입하고자 하는 이들이 이전에 비해 현저하게 늘어났음을 느낀다"며 "본인의 경우 2021년 태권도 동아리에서 열심히 활동하지 않았다면 자취방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만 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당시 동아리 인원 제한이 그나마 풀려 있던 곳이 운동 동아리여서 태권도 동아리만 해도 신입 부원이 수십 명에 달했고, 실제 참여율 역시 코로나 전에 비해 월등했다"며 "(태권도부처럼) 부원 상시 모집하는 곳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지만, 학회처럼 선발 인원이 제한된 곳은 경쟁률이 매우 높아져 코로나 이전부터 가입을 희망했던 이들에겐 힘든 상황이 됐다"고 털어놨다. 학회는 각종 경영학회, 컨설팅학회, 데이터분석학회 등 취업·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경력용으로 많이 선호돼 지원율이 급증했다고도 볼 수 있다.

진 군은 "원하던 학회에 2번만에 합격해 이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며 "처음 학회를 지원했을 때 합격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떨어져 고민했고 태권도부 활동을 하면서도 학회의 경쟁률이 너무 올라 붙을 지 확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다행히도 합격해 소수의 사람들과 더욱 친해질 순 있었다"라면서도 "코로나로 인해 동아리와 학회 환경 역시 이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학과 내 다양한 외부 활동을 통해서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끼리 금방 친해지고 평생 가는 인간 관계가 형성된다. 2017년 '삶과 인문학' 수업 외부 활동에 참여한 17학번이 찍은 동기 사진. [사진=박준규]
학과 내 다양한 외부 활동을 통해서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끼리 금방 친해지고 평생 가는 인간 관계가 형성된다. 2017년 '삶과 인문학' 수업 외부 활동에 참여한 17학번이 찍은 동기 사진. [사진=박준규]

#3. 개인화·파편화된 대학 사회, 개인 역량에 모든 게 달려

진 군과 공 군은 코로나 전후로 인간관계를 맺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입을 모은다. 한 마디로 말해서 대학생들은 개인화·파편화된 상황에 놓였으며 개인이 노력해야만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됐다는 것.

진 군은 "동아리나 학회 혹은 봉사활동이 아니라면 복학생으로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성격이 외향적이라면 돌파구를 찾기가 더 쉽겠지만, 내향적인 성격의 소유자는 동아리나 학회에 들어가더라도 인간관계를 맺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스스로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게 됐단 점이 '포스트 코로나'의 특징인 것 같다"며 "20학번인 고등학교 후배에게서 연락이 와 이야길 들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동기 얼굴을 볼 기회 자체가 없어 이전엔 자연스레 형성됐던 동기와의 관계가 외향적인 학생들 위주로 형성된다. 아예 이야기해본 적 없는 동기도 있었다"고 했다.

공 군은 "선·후배 관계가 많이 옅어졌다. 15-19학번까지 친한 느낌이고 20-22학번이 그나마 친한 느낌"이라며 "선·후배 관계를 통해서 취업·진학 정보를 얻는 게 중요한데, 그런 것들이 많이 약해졌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공 군은 "후배들 분위기가 참 다르다. 원래 1-2학년은 보상심리로라도 즐기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20학번은 처음 들어왔을 때 별명이 '고등학교 4학년'이었고, 학년이 올라가도 그런 경향이 지속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 대표적인 예가 '인스타그램 공부 계정'이다"라며 "자기들끼리 필기하고 공부하고 과제한 것을 SNS로 자랑하더라. 학점에 목 매는 경향도 유독 심하다"고 했다.

진 군은 20학번 이후로 이런 경향이 심화되는 것이 인간관계 형성의 어려움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내향적이거나 대학에서의 인간관계를 접해보지 못하면 친구 만들기·선배와의 만남에 애를 먹을 건 당연한 것"이라며 "인적 관계 형성 관련해 코로나 이전과 같이 대학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고 별 일 없이 무료하게 보낼 사람으로 나뉘게 된 것 같다"고 했다. 20학번 이후의 대학생들이 인적 관계 형성에 매진하는 대신 오로지 공부하는 것에만 신경쓰게 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진 군은 "자연스런 만남의 기회가 부재하며, 만나려는 노력을 하지 못한 친구들의 경우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즐기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며 "이 모든 것이 코로나 때문이란 점에서 온전한 캠퍼스 생활을 즐기지 못할 친구들이 안쓰럽게 느껴진다"고 했다.

한편 공 군은 20학번 이후 저학번들에 대해 "우리는 학교에서 인권 교육을 받고 하면 안 되는 것, 조심해야 할것 등 규율을 익혔는데 코로나 이후 학번은 그런 과정이 없다보니 훨씬 자유분방하다"며 "안 좋게 이야기하면 조심성이 없고 사회 생활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예전이었으면 대자보 붙을 정도로 허물 없는 표현을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 깜짝깜짝 놀란다"고 했다.

이어 젠더갈등·남녀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젠더갈등 관련해서 청년 세대내에서 첨예한 갈등이 있다보니 코로나 학번 이후 그 정도가 더 커진 것 같기도 하다"며 "1-2년간 서로 얼굴 볼 일이 없다 보니 각자의 '커뮤니티'에 대한 감정 이입이 심해 추상화된 타자를 눈 앞의 학우들에 투영한다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인터뷰에 응해 준 진상범 군(오른쪽에서 두 번째), 공민우 군(오른쪽 첫 번째).
인터뷰에 응해 준 진상범 군(오른쪽에서 두 번째), 공민우 군(오른쪽 첫 번째).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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