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입학생들을 위한 안내 책자. 여기엔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강신청법, 학교 부대시설, 동아리 설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선배들의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전수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입학생들부터 대학의 인적 교류가 사실상 끊겼단 평가가 나온다. [사진=박준규]
서울대학교 입학생들을 위한 안내 책자. 여기엔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는 수강신청법, 학교 부대시설, 동아리 설명 등이 포함돼 있다. 이는 선배들의 노하우가 후배들에게 전수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입학생들부터 대학의 인적 교류가 사실상 끊겼단 평가가 나온다. [사진=박준규]

지난 2019년 11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해 전세계에서 창궐하고 난 후 한국의 일상도 그 영향을 받아 많은 것들이 변했다. 대학교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학생들에게 있어 대학교는 학문 탐구의 장인 '진리의 상아탑'인 동시에, 교수·동기·선후배 등 인간 관계가 대폭으로 늘어나는 사교의 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2020년부터 본격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국의 대학교 캠퍼스는 소수의 필수 인원을 제외하면 인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이에 총 3번에 걸쳐 대학에서의 인적 교류가 얼마나 단절되고 대학문화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조명하고자 한다.

전국의 대학교를 전수조사할 수는 없기에 특정 학과에 집중하는 '사례연구(case study)' 방식으로,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했다. 해당 학과는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서양사학과'다. 사학과는 통상 매 학기마다 현장 학습 및 과 인원간 교류의 목적으로 '답사'를 떠나는데, 서양사학과 답사의 경우 2019년 제주도 추계답사를 마지막으로 2020년부터 사실상 중단돼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과에서 가장 중요하게 간주하는 답사가 이뤄지지 못한 만큼 과내 인적 교류에 있어서의 변화가 단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에 대상으로 선정했다.

가장 먼저 인터뷰한 대상은 2020년에 입학해 올해 3학년이 된 강예송 학생이다. 이 학생은 2021년 과 대표를 역임했으며, 과에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기사 취지에 흥미를 느낀다'며 자발적으로 응했다. 20학번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한 이유는 입학하자마자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돼 2년동안 '캠퍼스 생활'이 사실상 봉인됐기 때문에, 코로나19의 영향에 대해 가장 잘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 인터뷰는 8월 말 진행됐다.

사학과의 주요 과 행사인 답사 자료집. 보통 학부생들이 자발적으로 자료집을 만든다. 자료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후배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답사에 과 교수진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사제간 교류도 이뤄진다.  아울러 우연히 같은 곳을 방문해 만난 다른 대학교 사학과간에도 교류가 발생한다. 서로 자료집을 교환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박준규]
사학과의 주요 과 행사인 답사 자료집. 보통 학부생들이 자발적으로 자료집을 만든다. 자료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선·후배간 교류가 활성화되기도 한다. 답사에 과 교수진이 총출동하기 때문에 사제간 교류도 이뤄진다. 아울러 우연히 같은 곳을 방문해 만난 다른 대학교 사학과간에도 교류가 발생한다. 서로 자료집을 교환하는 경우도 있다. [사진=박준규]

다음은 인터뷰 전문.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저도 인터뷰 내용에 흥미를 느껴서 응하게 됐다."

-사실상 20학번이 코로나 팬데믹의 직격탄을 받기 시작한 최초 학번이라고 생각된다. 학창 시절에 생각했던 대학 생활과 실제 겪어본 대학 생활이 어떻게 다른가.

"저는 동아리, 대외활동이나 기타 취미 생활 등으로 채워진, 고등학교 생활에 비해 활기찬 생활을 기대했다. 춤도 배워보고 운동도 하고 다양한 사람도 만나보고 싶었고 교환학생이나 스누인(SNUin)* 프로그램 같은 국제교류 활동도 해보고 싶어서 입학전부터 알아보고 그랬다.
그런데 코로나 대문에 가입했던 춤 동아리는 거의 2년동안 활동을 안 했고, 수영장도 다니지 못했고, 교환 프로그램도 이제서야 가능해졌지만 3학년이다 보니 떠나기 어려워졌다. 그리고 친구들끼리 대학교 1학년 때 고등학교 4학년 같단 말을 자주 나눴던 것 같다."

-사실 학창시절 상상하는 캠퍼스 생활이라는 것이 코로나 전부터 많이 퇴색하고 성적 경쟁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긴 했는데, 그게 코로나 때문에 더 심해졌다고 봐도 될것 같다.

"저도 3학년이 되니 상상했던 대학 생활은 환상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들더라.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완전히 실현하기는 어려웠을 것 같긴 하다."

-3학년이 되는 동안 과 동기들이랑은 좀 친해졌다고 생각하는가. 강 학생 외에 다른 동기들끼리는 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이건 과, 학교나 사람마다 차이가 심한 것 같다. 저는 소수과 소속이기도 하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과 동기랑 자주 만났었고 20년도 10월 즈음엔 인원제한이 시작되기 전에 과 친구들과 여행도 가고 파티룸 잡아서 놀았던 적도 있었다. 그래서 저희 과반 동기들은 좀 친한 편인 것 같다.

다만 캠퍼스에서 수업이나 같이 학식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친구들끼리 따로 자리를 만들어야 친해질 수 있다 보니 개인적으로는 재정적인 부담도 좀 느꼈다. 이는 대면 한 학기를 경험하고 난 이후에 들었던 생각이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위해서 인스타그램이나 카톡 연락을 꾸준히 해야한다는 피로감도 다소 증가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코로나 때문인 것도 있지만 코로나가 아니었어도 상상했던 대학생활은 완전히 실현하기 어려웠을 거다 이렇게 정리해도 될까.

"그렇다."

-기자 본인은 비대면 수업은 한번도 해보진 않았는데 비대면 수업하다가 대면 수업 하니 어떤가. 이런 점은 좋았다거나 이런 점은 별로였다 이렇게 생각해본 게 있나.

"비대면 수업의 경우 편리성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실시간 강의도 녹화해서 놓친 부분을 다시 듣기도 하고, 네이버 클로버 노트를 이용해서 음성 파일을 속기록으로 변환하기도 하고 강독 수업처럼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은 카메라만 켜두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도 가능하고, 화장도 안해도 된다.
그렇지만 몰입도가 너무 떨어져서 수업이 재미가 없다. 교수가 수업 방식을 아무리 개선해도 결국엔 교수와 학생이 눈을 맞추고 같이 호흡하면서 생겨나는 에너지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대면 수업이 조금 피곤해도 훨씬 재밌다."

-맞다. 정말 그런 것 같다. 특히 서울대는 위치상 등교하기 어렵고 특히 여학생 같은 경우엔 화장도 해야 하겠다. 하지만 직접 수업 들을 때의 재미가 분명히 있긴 하다. 학부생활 3년째 되어서야 캠퍼스에서 대면수업을 하게 됐는데 솔직히 학교 캠퍼스 많이 못 나간 것에 대한 아쉬움도 큰가.

"그래도 지방 출신 학생으로서 비대면 등교의 장점도 꽤나 누렸고 비대면 등교에 만족한 부분도 있다. 다음 학기에도 비대면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동기도 있다. 사람마다 만족도가 좀 많이 다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학교 도서관을 이용해보니 좋은 책도 많고 친구들과 공부하기도 좋던데 그걸 자주 활용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학식도 맛있지는 않지만 기숙사에 살거나 자취할 땐 먹는 게 일이었는데, 그런 부분이 해소되어서 좋다.

도서관, 학식처럼 대면일 때만 누릴 수 있는 캠퍼스 복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부분이 채워지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고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 과 교수들과는 친분을 쌓을 기회가 있었나. 교수들은 학부생들 애로사항에 대해서 신경을 좀 써주던가.

"저는 학과 장학생이기도 하고 작년까지 집행부나 학생회장 경험이 있어서 교수를 직접 뵌 적이 있긴 하다. 특정 선생님은 종강 직전에 학생들과 따로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이것도 교수 성향 차이가 조금 있어서 매우 소수의 교수만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교수도 비대면 수업 방식이 편리한 건지 분명 지난 학기부터는 대학 차원에서 대면 수업을 장려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대면 전환을 미루거나 끝까지 전환하지 않은 교수도 더러 있었다. 물론 일부 학생들의 대면 전환 반대도 있었다.
그 이외에도 학과나 교수가 학생들을 위해 특별히 신경 써주는 부분은 없다고 느낀다."

-좋은 말씀 감사하다. 혹시 이런 부분은 민감할 수 있는데, 등록금 인하는 없었고 동결만 이뤄졌다고 알고 있다. 등록금이란 것이 사실 학교 시설 이용에 대한 금액도 일정부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등록금이 지나치단 생각은 해 봤나.

"서울대 등록금이 저렴하다 보니 학내에서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단 목소리는 잘 안나왔던 것 같다. 오히려 학교 측에선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말도 꺼냈었고, 등록금은 아니지만 학생식당 가격도 전부 인상했었기 때문에 등록금 동결만으로도 만족하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저는 학생회장 하면서 자치지원금이나 삶과인문학 수업 지원금 등이 많이 남는다는 점을 직접 확인했고, 최근에 뉴스로 포스텍이 20학번 전원에게 CES 박람회 견학을 지원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등록금을 인하하지는 않더라도 여유 자금을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 돌려주는 정책이 없어서 조금 답답했다."

-저는 사용을 안해봤지만 지금 학부생들은 '에타(에브리타임)'를 많이 사용한다고 들었다. 혹시 20학번부터 코로나 팬데믹 시기 학부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기도 하나.

"에타에서 관련 글이 많이 등장했다. 대학생활을 못 즐겨서 억울하거나 답답하다는 글도 봤었고, 우울감을 토로하는 글도 있었다.
반면에 비대면이 '꿀'이라고 하면서 학교 측의 비대면 연장을 환영하는 글도 작년에 많이 봤던 것 같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주로 18-19학번은 비대면을 환영했던 것 같다."

-아무래도 캠퍼스에서 해볼 것 다 해봤다는 마인드가 윗 학번에겐 있을 수 있겠다. 혹시 학교차원에서 20학번 이후 학부생을 챙겨준다는 느낌을 받았나. 아니면 전혀 지원이 없다거나 이런 생각을 한 게 있는가.

"학교에서 받은 지원은 없었던 것 같다. 총학생회에서 '코터'라고 해서 코로나 때문에 사실상 새내기인 20학번까지도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한다고는 했는데, 거의 참여 안하더라."

-'코터'면 '코로나+새터*'의 줄임말인가.

"그렇다."

-개인 경험상 '새터'가 진짜 대학생활을 체험해볼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안타깝다. 20학번과 18-19학번 선배, 또는 21-22학번과 교류가 좀 있나.

"동기끼리의 교류에 비해 학번간 교류는 새터나 MT와 같이 큰 행사에서나 수업에서 이뤄지다보니 아무래도 좀 부족했던 것 같다. 술 문화가 좀 남아있는 학과에서는 학번간 교류가 많았다고 전해 듣긴 했는데, 아무래도 인문대학은 그런 문화가 비교적 없다보니...연락하는 선·후배가 손에 꼽히는 것 같다."

-사실 이번 인터뷰 기획도 대학내 인적 교류가 끊어졌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아무쪼록 인터뷰 정말 감사하다.

*스누인(SNUin) 프로그램은 2012년 시작된 서울대학교 국제교류 프로그램이다. 첫 학생 파견지는 도쿄, 베이징, 모스크바로 한정됐지만 점차 런던, 파리, 워싱턴, 실리콘밸리 등 다양한 곳으로 확대됐다. 

*새터란 '새내기 새로배움터'의 줄임말로 처음 입학한 신입생들의 적응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열리는 행사다. 오리엔테이션, 신입생환영회 등이 포함돼 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통상 2박 3일로 진행된다.

2021년 동국대 입학식에서 온라인 영상 프로그램 '줌(Zoom)'이 활용되는 모습. 코로나19는 학교 입학식조차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도록 할 만큼 우리의 삶을 바꿔놨다. [사진=연합뉴스]
2021년 동국대 입학식에서 온라인 영상 프로그램 '줌(Zoom)'이 활용되는 모습. 코로나19는 학교 입학식조차도 비대면으로 진행하도록 할 만큼 우리의 삶을 바꿔놨다. [사진=연합뉴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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