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의 감산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가 문제가 11월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백악관도 기민하게 대응하는 모습이다.

백악관은 5일(현지시간)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및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명의의 성명에서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초래한 부정적인 영향에 대응하는 가운데 나온 OPEC+의 근시안적인 감산 결정에 실망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에너지의 국제 공급을 유지하는 것은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이번 결정은 높아진 에너지 가격이 고통을 받는 저소득 및 중간 소득 국가에 가장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11월에 전략비축유 1천만 배럴을 추가로 방출할 것과 단기에 국내 에너지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있는지 검토해볼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한 백악관은 미국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근래 갤런(약 3.78L) 당 1.2달러가량 하락했다는 점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국내 및 전 세계 동맹국과 취한 조치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유업체에 제품 가격을 낮춰 마진을 줄일 것도 요청한 바 있다. 아울러 에너지 가격에 대한 OPEC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도 미국 의회와 협의하기로 했다.

OPEC+는 전날 월례 장관급 회의에서 11월 하루 원유 생산량을 이달보다 200만 배럴 감산하기로 결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 인상이 11월 중간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이번 사태를 한층 민감하게 예의주시하고 있다.

갤런당 평균 가격이 5달러를 넘을 정도로 치솟았던 휘발유 가격은 최근 평균 3달러 중반대에서 정체된 상태였다. 이번 감산 결정으로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5~30센트 가량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높은 가격은 민주당에 악재"라고 보도했다.

본래 바이든 대통령은 유가에 연연해 인권 문제에 대한 소신을 버릴 생각이 없다면서 일부 중동 국가들과 거리를 둬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인 지난 7월 국제 석유시장에서 영향력이 큰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해 원유 생산 관련 협력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사우디 아라비아는 미국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달 8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르는 수순이어서 강도 높게 대응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 아라비아 방문 당시 "향후 수개월 내 벌어질 일에 대해서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기까지 했으나 OPEC+는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감산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가 러시아와 밀착 행보를 하고 있다고 간주했다. 카린 장-피에르 대변인도 이날 플로리다로 이동하는 비행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오늘 발표로 OPEC+가 러시아와 협력하고 있다는 것이 분명하다"라고 말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