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지법 이승훈 판사, 여호와의 증인 신도 4명에게 무죄 선고
"피고인들 양심 따랐으므로 '정당한 사유' 무죄!"
판결문서 '광주 5.18' 거론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행태

현역병 입영 통지를 받고도 입영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 신도 4명에 대한 병역법 위반 재판 1심에서 무더기로 무죄 선고가 내려져 파문을 낳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평택지원 형사4단독 이승훈 판사는 14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1) 씨 등 4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 사건 피고인들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해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A 씨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이자 현역병 입영대상자로서 지난해 11월 평택시 자택에서 현역병 입영통지서를 받고도 종교적인 이유로 정해진 날짜에 입대하지 않았다. 다른 세 명도 비슷한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할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다"며 "다만, 반드시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만이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우리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고 적었다.

이러한 사례로 이 판사는 일제 당시 민족문화수호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구성원의 외교활동과 함께 "무고한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쏜 계엄군이 아니라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택시운전사가 민주공화국을 수호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는 대체복무제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뿐더러 병역법에서 규정하는 입영 불응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하지 않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법치의 혜택에서 배제하고 그들에게 존엄한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결과를 초래, 헌법 제1조 1항의 민주공화국 원리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강조했다.

종교적 신념에 따른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하는 근거가 되는 병역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후 2015년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3명이 헌법소원을 제기함에 따라 현재 3번째 위헌 심판이 예정된 상태다.

지난해 후보자 신분일 당시 이진성 헌법재판소장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법 조항과 관련해 "인간의 자유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양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는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병역법 88조(입영의 기피 등)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특정 기간 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 지금까지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된 병역법 88조가 위헌인 지 여부를 가리고 있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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