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S 이사회 의사록 들여다보니...'불공정', '편향' 인식 전혀 없어
TBS 내 '자체 정화', '집단지성' 강조하지만...여전히 좌파에 치우친 TBS

이강택 현 TBS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이강택 현 TBS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지난 26일 서울시가 TBS에 출연금을 계속 줘야하는지를 논하는 공청회가 열린 것은 現 TBS가 '불공정', '편향적'이며 독립 법인에 예산을 줘야 하냔 지적 때문이다. 그런데 TBS 이사회 중 일부 임원진이 TBS 문제점을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단 사실이 이사회 의사록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관측된다. 의사록을 참고했을 때 특히 유선영 이사장, 이강택 대표이사의 문제가 크단 분석이다.

문제가 되는 제25차 이사회는 지난 7월 14일에, 제26차 이사회는 지난 8월 18일에 각각 열렸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다시 한 번 당선되고 서울시의회의 구성도 국민의힘이 112석중 76석을 차지해 다수당이 되고 난 후 열린 이사회였다. 

현재 오 시장과 국힘 시의원들은 TBS의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며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없애겠다고 나선 상황. TBS가 엄연히 독립 법인인데 서울시의 출연금을 받을 필요가 있냐는 것과 공정하고 공평한 방송을 내보내지 않는단 이유에서였다. 이에 70%가 넘는 서울시 출연금 의존도를 갖고 있는 TBS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 됐고 이사회는 이 주제로 논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이는 이 대표이사가 제25차 이사회에서 한 발언에서도 드러난단 분석이다.

이 대표이사: "이사장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상황이 위중해져서 대단히 참담합니다.…지난 달 하순이 되기 전까지는 이렇게 상황이 긴급하게 돌아가게 될 것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이미 일각에서 아이디어 차원의 민영화 이야기가 나오긴 했었으나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하순경 여당의 시의회 당선자들이 모이면서 강경 분위기로 치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도 사전대응을 하지 못했고 급히 시민사회에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응이 늦게 되면 기정사실화돼서 쭉 밀고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후략)"

이 발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이 대표이사가 국힘이 서울을 탈환할 것임을 예측하지 못했고 그럴 경우 대비책을 마련해놓지 않았단 것. 또한 좌파 '시민사회'를 동원해서라도 국힘이 추진하고 있는 'TBS 정상화'를 막겠다는 것이다.

특히 좌파에 경도된 TBS가 '시민'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단 지적도 나온다. TBS가 서울특별시의 사업소에서 독립 재단법인으로 바뀐 2020년 2월부터 TBS는 '작지만 강한 방송', '함께 할수록 기분 좋은 방송', '시민의 방송'이란 기존의 슬로건을 '시민의 눈으로 한걸음 더'라는 하나의 슬로건으로 통일했다. 또한 구독자 151만명에 달하는 TBS 유튜브 채널 이름은 'TBS 시민의 방송'이다. 하지만 TBS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부분의 인사는 김어준, 변상욱, 신장식 등 좌파 인사들로 구성돼 있는 실정이고 방송내용도 대부분 윤석열 정부와 집권여당 비판으로 이뤄져 있다. 즉 현 TBS의 보도·프로그램은 좌파적 시각을 지닌 시민들만 만족하는 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이 대표이사의 다음 발언은 아무런 재원 대책 없이 TBS 독립을 졸속 추진했단 추측을 가능케 한다.

이 대표이사: "서울시의회 여당 의원들이 이것(조례)을 폐지하는 조례를 발의한 것입니다…저희가 지난 해에 72.8%의 출연금 의존도를 갖고 있는데 70% 이상의 수입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면 사실상 부도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에 필요한 기능을 가르치고 여건도 갖추게 하여 내보내야 하는 것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엄동설한에 추방하는 것과 사실상 무엇이 다르냐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방송광고를 허가 받아 독립을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지 않느냐라는 이야기는 방송광고 시장의 현실을 너무나도 모르는 일입니다…그리고 독립을 하려면 방송통신발전기금이나 지역방송지원금과 같은 공적 자금과 지원체계를 동시에 하면서 가야하는 것이고 그래야 방송이 전적으로 광고에 의존하는 형태가 아닌 제대로 된 공영방송으로서의 재원을 갖게 되는 것이라는 비판을 했습니다…(후략)"

이 대표이사는 2020년 2월 초 TBS의 초대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하지만 2년이 넘게 지난 현재도 TBS는 재정자립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독립성은 이미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서도 중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당시 방통위에 참석했던 표철수 상임위원은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겠느냐는 이 문제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고 "교통방송이 여야로부터 편향성 문제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아 왔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애초에 TBS가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간 이유는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한단 편향성 논란에서 벗어나고 재원 또한 서울시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대표이사 체제하의 TBS는 2년이 지나도록 공정한 보도를 하지도 않고 재정 독립성에 혁신을 꾀하지도 않으면서 현 서울시의회의 폐지 조례안 추진을 반대만 하고 있는 상황.

이어 제25차 이사회의 논의 방향은 폐지 조례안의 위법성을 따지는 소송을 제기해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잔 쪽으로 흘러가고, 일부 이사회 구성원들은 각자 서울시를 성토하기에 이른다.

최 이사(최성은 이사라고 추측됨):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고 압박이 들어올 것을 예상했으나 너무 빨리 들어왔습니다. 결론적으로 티비에스가 밉다는 것인데 상당히 비상식적입니다…가장 큰 목적은 길들이기라고 생각합니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티비에스가 법인화하면서 내세운 시민의 방송으로 시민의 연대나 지지가 필요하다고 봅니다…(후략)"

유 이사장: "시의회는 조례를 만들고 폐지할 권한이 있습니다. 인정합니다. 그러나 도저히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것이 재단을 만들어놓고 2년 남짓만에 또 조례로서 없앤다는 행정 처사가 가능한가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공정성 문제입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언론문제는 대부분이 공정성 논쟁이었습니다. 그 시기에 언론학자로서 제가 깨달은 것이 학회, 언론단체, 언론인이 모두 공정성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공정성이 절대 기준으로 부상하게 된 시작은 박정희 정권 때입니다.…우리는 고도의 정치적 자유가 발휘되어야 할 선거방송까지 심의를 하며 옥죄고 있습니다…(후략)"

최 이사는 TBS 정상화를 하려는 현 서울시의 시도를 정권 차원의 보복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며, 'TBS를 미워해서'라며 이성 대신 감성적인 결정이라고 '평가절하'한다 볼 수도 있다.

뒤이은 유 이사장의 발언도 문제가 많단 지적이다. 법인 재단을 본격 추진한 주체는 박원순 전 시장과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서울시의회였고, 지난 2021년 4월 재보궐 선거로 당선된 오 시장이 TBS 지원 예산을 122억 깎으려고 했을 때에도 끝까지 승인하지 않은 것 역시 민주당이 점유한 시의회였다. 이제 서울시의 주체가 국힘으로 바뀌었으니 이들이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TBS에 '메스'를 대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 또한 TBS가 독립한 이유가 '편향성 극복' 때문인데 이제와서 불공정성, 편향성을 언론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면 안된다고 주장하는 건 모순된 태도란 비판도 가능하다.

유 이사장은 '공정성'이 군사정권 때 만들어진 개념이자 기준이라며 이는 언론에 적용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는데, 그의 공정성에 대한 모순된 태도는 제26차 회의에서도 드러난단 평가다.

유 이사장: "…다 한국의 심의제도가 문제적이라는 것이 다수 견해입니다. 사실 선진국에는 시사보도 뉴스 콘텐츠, 정치보도, 선거보도에 대해 심의를 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고 들었습니다…미국 FCC(연방통신위원회)가 의미하는 공정성(fairness) 개념은 애초부터 어느 한 프로그램에서 양편의 의견을 균형 있게 한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보면 공정성 원칙이 제시된 1940년대 미국에선 자본주의 및 오락 중심의 상업주의가 지배적이어서 폐단이 많았습니다. 그 중에 가장 문제적인 것은 사회 내에 존재하는, 그리고 일반 공중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노동, 차별, 인종, 빈민, 소수자, 이민 등 다양한 공적 이슈들이 미디어에서 다뤄지지 않는단 것이었습니다. 이런 사회 문제들이 대중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주라는 것이 페어니스입니다…
방송 프로그램의 불편부당성, 균형, 중립성과 같은 것들을 외부에서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사람은 누구나 각자 나름의 페어니스 원칙을 갖고 있으며 제작진들도 그러합니다. 방송프로그램은 개인이 아닌 제작진이란 집합체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고 그 안에서 조정이, 공정성의 조정이 이뤄집니다…(후략)"

유 이사장은 미국에서 공정성 개념이 비롯된 배경을 들어 한국에서 언론의 공정성을 논하는 게 터무니없단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사회적 배경은 전혀 다르단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경우 유 이사장이 언급한 다양한 주제들은 당장 논의해야 할만큼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지만, 한국은 그보다도 공영방송을 추구하는 TBS가 좌파의 시각으로만 방송을 내보내는 '편향된 보도'가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선 '그렇다면 KBS, EBS 등 주요 공영방송이 특정 진영이나 이익집단의 편을 들어 방송해도 된다는 것이냐'는 반박을 내놓고 있는 실정.

게다가 유 이사장은 '외부에서 기계적으로 평가하는 것'에 대해 지적하고 있고, '누구나 페어니스 원칙을 갖고 있다', '그 안에서 공정성 조정이 이뤄진다'는 상대주의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절대적 기준으로 특정 기관이나 단체, 정책을 평가하는 게 과연 가능하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유 이사장은 '집단지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자체 정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제작진 모두가 좌파라면 좌파에 우호적인 시각이 담긴 프로그램을 만들 가능성이 매우 높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란 지적이다. 아울러 유 이사장이나 이 대표이사처럼 상급자가 지나치게 한 쪽으로 경도된 사상의 보유자라면 조직 역시 한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단 점을 고려한다면 유 이사장의 발언은 설득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단 평가다.

제25차 이사회에서 이 이사(이강훈 이사)가 현 TBS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유 이사장이 이를 무시하고 묵살하는 모습을 보인다. 다음의 대화를 보면 확인 가능하다.

이 이사: "…우리가 이 상황에서 서울시, 서울시의회와 국민의힘만 마주보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시민 대다수들과 더욱더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사의 댓글을 보면 티비에스에 대해 지지나 응원의 마음을 보여주는 댓글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이미 티비에스가 서울시만의 방송이 아닌 국민의 방송인데 국민의 절반 이상이 티비에스가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사실은 사실이다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민의 시선에선 민간언론은 나름의 프레임과 접근이 있다고 하면 공영방송이라면 양끝단을 다 포함해서 넓게 담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비판해야 저널리즘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티비에스가 과연 그렇게 했습니까에 대해 당당히 말을 할 수 있는가 하며 다수의 시민들이 티비에스가 개선해야 된다고 말을 한다면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공영방송으로서 정비하고 노력하겠다고 해야 시민들의 일말의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 봅니다…(후략)"

유 이사장: "이 이사님 말씀 중에 시민 다수가 뉴스공장을 불편하게 본다고 하셨는데 시민 다수라는 것의 근거가 있나요?"

이 이사: "맞습니다. 그래서 이전부터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서울시민의 생각이 어떤지 명확하게 설문을 해야되지 않느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야기한 것은 뉴스공장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티비에스의 전체적 보도 경향성, 방송 경향성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절반 이상은 편향적이다라고 판단을 한 것으로 본다는 이야기입니다."

유 이사장: "절반 이상이라는 것의 근거는 없는 것이네요. 이번 정부 내각 구성시 내각 후보들 면면이 국민들을 실망시킨 전력들이 많은 사람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도리어 이런 훌륭한 사람을 봤느냐고 했습니다. 이런 기준을 가진 사람들이 공정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시선으로 공정성을 논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도 다수 있습니다…(후략)"

이 이사는 단지 뉴스공장이 편향적이라는 게 아니라 TBS란 방송국 자체의 보도 경향, 방송 경향이 시민들의 평가에 의하면 편향적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런데 유 이사장은 '시민 다수가 뉴스공장을 불편하게 본다는 근거가 있느냐', '절반 이상이라는 근거가 없고, 공정성을 지적한 현 정권의 인사에 문제가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공정성을 논할 자격이 있냐'며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하고 논점일탈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단 평가다. 

뒤이어 양 이사가 발언을 하는데 이 발언이야말로 현 TBS 이사진의 시각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 이사(양승창 이사): "뉴스공장을 제작한 전직 PD로서 논할 자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티비에스에 대해 비판적인 시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이 이사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반대로 티비에스를 지지해주시는 분들도 존재한다는 그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후략)"

즉 TBS를 비판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건 알겠지만 지지하는 시민들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 때부터 좌파들만 바라보고 방송해온 TBS의 실정을 여실히 보여준단 평가다.

TBS 임원의 임기는 3년이다. 2020년 2월 취임한 이 대표이사는 2023년 2월에 퇴임할 예정이지만 2021년 1월에 취임한 유 이사장의 임기는 2024년 1월에야 끝이 난다. 유 이사장의 취임 관련해서 당시 '월권행위', '알박기' 논란이 일었다. 박 전 시장이 자살하고 난 후 시장 권한대행이었던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보궐선거가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3년 임기의 기관장을 임명했기 때문. 당시 국힘은 유 이사장 임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TBS 1노조와 2노조의 설문조사 결과 절반 이상이 이 대표이사의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황. 여기엔 '대표이사의 사임, 뉴스공장 폐지, 김어준씨의 퇴출'이 포함된다. 하지만 이 대표이사의 임기는 몇 달 남지 않았고 유 이사장의 임기는 1년 이상 남아 있다. 결국 오 시장과 국힘이 주도권을 잡은 현 서울시의회는 길게는 2024년 1월까지 박 전 시장과 서 전 부시장이 남긴 TBS 관련 뒤치다꺼리를 온전히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는 셈이다. 

TBS 이사회 이사록은 TBS 홈페이지의 '정보공개-사전정보공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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