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스 USB, 두 마리의 뱀, 스테가노그래피 영상 은폐 기술?
28일 서울역 대회의장서 ‘북한주민 알권리 증진 뉴미디어 활용 포럼’ 개최

북한에 정보와 자유를 허(許)하라. 제19차 북한자유주간의 모토다.

세계 최악의 정보통제 국가 북한.

한국 영화를 보다가 적발되면 최대 ‘사형’에 처하는 끔찍한 감옥 국가.

제19차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북한에 자유세계의 정보를 ‘비밀리에’ 들여보낼 방안을 ‘자유롭게’ 논의하는 포럼이 열렸다. 28일 오후 서울역 대회의장에서 열린 ‘북한주민의 알권리 증진 뉴미디어 활용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북한 내부로 정보를 침투시키는 기상천외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ies)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대북정보 유입 방법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2004년에 탈북한 후 18년 동안 북한에는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며 “독재자와 노예같은 주민들이라는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ICT 환경의 변화로 인해 2015년 북한에 스마트폰이 처음으로 보급되었고, 2017년 WiFi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2018년부터는 IPTV가 운영 중”이라고 했다.

현재 북한에는 고려링크, 강성네트, 별 3개의 이동통신망이 존재한다. 2016년 6월 기준 약 650만 대의 휴대폰이 보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미국의 윈도우즈나 맥 OS 등 대신 ‘붉은별 4.2’라는 컴퓨터 운영체제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외부세계의 콘텐츠가 포함된 USB를 ‘낚시질’한다(잡아낸다). 또한 북한은 인터넷 대신 내부 광케이블로 연결된 인트라넷을 사용한다. 자유세계의 정보 유입을 감시통제하는 북한당국의 기술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다. 텔레비전 채널과 라디오 주파수 고정은 기본이다. 북한 내 모든 PC와 정보기기들은 보안서와 보위국 16국 전파감시소에 등록해야 하고, 출판검열총국의 외부 콘텐츠 검사를 통과해야만 압수당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지난 2014년 북한의 세관검사를 무사통과할 수 있는 ‘스텔스 USB’를 개발했다. 세관을 통과할 때 외부 정보가 저장된 USB가 통과될 수 있도록 특수 패치처리를 해서 저장내용을 은폐시킨다. 세관을 통과한 뒤에는 숨긴 정보를 다시 되살릴 수 있다. 이 밖에도 2017년 스탠퍼드 대학원생이 개발한 ‘두 마리의 뱀’, 미국 오픈테크놀로지사가 개발한 ‘스테가노그래피에 의한 영상 은폐’ 기술, 2018년 실리콘벨리에서 개발된 ‘라즈베리파이에 의한 비공식 네트워킹 구축’ 방법 등이 북한에 외부 정보 유입할 가능하게 하는 신기술로 제시됐다.

‘두 마리의 뱀’은 외부정부가 담긴 USB 1개만 삽입하면 ‘뱀잡기 게임’이 나타나지만, USB 2개를 삽입하면 원래의 정보가 실행되는 은폐 소프트웨어다. ‘스테가노그래피에 의한 영상 은폐’ 기술은 그림이나 영상에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숨겨진 비밀영상이 실행되는 기술이다. ‘라즈베리파이에 의한 비공식네트워크 구축’은 초 미니 컴퓨터 ‘라즈베리파이’를 북한 내부로 유입해 북한주민들이 자유롭게 디지털 정보를 유통하는 비공식 네트워크를 구축하도록 돕는 방안이다.

또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한정보자유화 해커톤에서 1등을 수상한 ‘초경량 미니 위성 수신 시스템(안테나 지름 35cm 정도로 위성을 이용해 북한 전역에서 외부세계의 수백 개 텔레비전 채널 청취 가능)’, ‘안드로이드 휴대폰용 비밀 데이터 송수신 앱(북한에 도입된 약 300만 대 안드로이드 휴대폰 사용자들이 별도의 마이크로 SD카드를 휴대폰에 끼워 비밀리에 자유세계의 문자, 사진, 동영상을 주고받게 함)’, ‘북한 휴대폰 대상 대량 문자전송 시스템’ 등이 북한에 정보를 유입한 새로운 방안으로 거론됐다.

김 대표는 앞으로 집안에서 비밀리에 위성TV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하는 평면형 수신기, 북한주민들의 인터넷 사용을 지원하는 ‘그림자 인터넷’ 기술 개발 등을 개발해 북한 내부로 정보를 ‘공세적’으로 유입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수잔 숄티 자유북한연합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수잔 숄티 자유북한연합 대표가 개회사를 하고 있다.

강지원 세종대 교수는 북한의 내부 인트라망에 몰래 잠입해 정보를 확산하는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강 교수는 “북한에서는 약 600만 대 이상의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으며, 성능은 중국에서 들여온 안드로이드가 기본이고, 3G 수준에서 이동통신도 사용하고 있다”며 “세계 공용이므로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한국에서 북한의 사이버공간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인가를 고려해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북한은 외부세계의 정보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외부망인 인터넷과 내부망인 인트라넷을 분리하는 ‘망 분리 환경(Air-Gap)’에서 내부망으로 정보를 전송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은밀하게 북한 내부망 속으로 침입해(‘스텔스’), 외부망과 내부망을 연결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

북한의 폐쇄적 내부망으로 정보를 유입하는 사이버 기술에는 광학신호, 전자기, 음향 등을 이용한 ‘에어갭 공격 기술’이 있다. 이스라엘 벤구리온 대학은 광학신호를 이용해 에어갭 정보를 전송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지난 2014~2017년 미국은 북한 내부망으로 침투해 북한이 시험발사한 미사일을 공중 폭발하도록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러한 사이버 전자전 기술을 이용해 북한 내부망으로 정보 유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카멜레온처럼 평상시에는 북한당국의 감시를 피해 조용히 숨어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북한주민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확산하거나, 북한의 특정 대상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동아대 강동완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동아대 강동완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는 “북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외부정보”라며 북한 내부로 침투한 자유세계의 문화는 북한정권을 서서히 붕괴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일각에서는 북한에 뉴미디어가 유입되고 한류가 유행하는데도 왜 북한은 아직도 변하지 않느냐고 묻는다”며 “그러나 지난 8월 28일자 북한 로동신문은 ‘1990년대에 사회주의 붕괴는 20세기 중엽부터 청년들이 자본주의 사상 독소에 오염된 데로부터 초래된 필연적 결과였다’는 내용의 사설을 내보냈다. 즉 30년 동안 공산권 국가에 지속적으로 자유세계의 정보가 유입된 결과가 소련의 붕괴로 이어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북한에 정보를 들여보낸 지 30년이 되지 않았다”며 “눈앞에 당장 결실이 없는 것 같지만 북한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외부정보가 북한으로 유입되면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체제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등 북한주민들의 의식이 변화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장마당)이 활성화되고 ‘남한 따라하기 현상’이 확산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외 거주 북한주민들도 남한의 영상물을 적극적으로 시청하는데, 북한의 보따리상들이 묵는 중국 단둥의 안순여관에서는 남한의 영상물을 구할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연해주에서는 가슴에 초상휘장 배지를 단 북한 노동자가 버스에서 핸드폰으로 남한의 영상물을 시청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 심지어 그가 러시아에서 만난 한 북한 노동자는 남한의 영상물이 담긴 ‘좋은 USB’를 구해달라고 개인적으로 부탁했다.

이러한 외부정보 유입에 대한 북한당국의 대응은 기존의 ‘모기장론’에서 최근에는 ‘공격전’으로 변화했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북한당국은 남한 영상물의 유입과 확산이 북한주민들의 사상적 변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식하고 ‘비사회주의 그루빠’라는 별도의 단속반을 운영해 최대 사형까지 처한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외부정보 유입을 봉쇄하는 ‘모기장론’에서 더 나아가 자본주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따라함으로써 이를 극복하려는 ‘공격전’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지난 9.9절 경축대공연에서 ‘인민공화국 선포의 노래’를 R&B풍 발라드로 편곡해서 부르고, 신인가수 정홍란이 앞머리로 이마를 가린 ‘풀뱅’ 스타일로 등장한 것이 ‘공격전’의 예라고 했다.

그는 “북한당국이 자인하는 체제 위협 요인은 남한의 한류와 대북방송, 심리전 등”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지 않거나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무력도발을 감행하면 공세적 정보유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세율 (사)거래얼통일연대 대표 “북한에 가족을 둔 탈북민들만큼 북한에 정보를 많이 유입하는 사람은 없다”며 “탈북민들이 하루에 북한의 가족과 통화하는 횟수는 3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삶에 대해 북한주민들에게 제일 많이 알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으로 보내는 풍선에 SD카드, USB를 실어보내는 것도 효과가 있다“며 ”재미있는 영상은 돌려보고, 장마당에서 팔면 돈이 되기 때문에 민간과 당국이 경쟁적으로 수거해간다“고 했다.

장 대표는 ”중국에 나온 북한주민들은 한때 30만 명에 달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무역국 직원과 관계자 7만 2천 명만 남았다“며 ”그들은 중국에서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월드 KBS’도 시청한다. 북한으로 돌아갈 때는 머릿속에 한류를 넣어가지고 간다“고 했다.

그는 ”북한에서 한류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남한 사람들을 인간적, 정서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며 ”감정이 통하면 총구가 돌아가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남북 간 주민들의 정서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북한으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계속해서 들여보내야 한다며 특히 군인들을 위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이번 포럼의 좌장을 맡은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비대칭무기가 ‘핵’이라면 남한의 비대칭무기는 ‘인권’이라고 했다. 그는 북한주민들이 남한과 똑같은 ‘인권’을 누리는 날이 바로 통일 완성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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