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9월초에 소개된 모든 것이 K로 통한다는 영국 가디안 지의 기사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세계가 한류와 사랑에 빠졌다면서 세계문화영향력 순위에서 한국이 6위를 차지했다는 기사는 한국인의 자부심을 충족시킨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도 80년대 운동권의 사고방식의 배경 지식이 되었던 책인 해방전후사의 인식(해전사라고 약칭한다)에 근거하여, 아직도 친일파가 지배하는 세상과 싸우고, 핵보유를 명문화하면서 세상을 향해 온갖 꼬장을 부리는 김씨조선과 같이가야 한다고 고집하며, 소중화 사상을 받들던 조선처럼 시진핑의 중국몽을 따르려는 망령이 횡행하는 현실이다.

개방된 세상에서 세계인이 공유하는 BTS 음악의 유행이라는 현상과 과거의 피해의식에 잠겨서 세계에 대하여 문을 걸어잠그는 해전사의 인식으로 과거의 조선을 소환하는 경향을 동시에 보여주는 한국은 정말 이상한 나라다.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가 보여주는 한국과 아직도 조선을 사는 죽은 선비들의 나라 한국은 같은 나라인가 다른 나라인가?

해전사는 역사인식에서 시작했다고 이해하더라도, K를 생각하다라는 책에서 지적되었던 것처럼 현실에 맞서 과거로 회귀하는 전통주의 운동의 경향성이 있다. 여기에 이상주의가 가미된 정치적 낭만주의 운동이 되고, 정치 지도자를 숭배하는 팬덤현상이 추가된다. 팬클럽에 극성팬이 있는 것 처럼, 다른 집단에 대한 공격을 “양념” 정도로 여기는 “빠”세력이 기승부린다. 자기 집단의 정체성으로 반대 세력을 규정하고 배제하려고 힘을 사용하는 배타성과 공격성은 양극화 현상에 가담하여 분열을 극대화한다.

언제부터인가 “빠”세력에 장악된 정치 세력은 파벌(派閥) 집단으로 전락했다. 정당의 공적기능이 무너지면 정치는 소멸한다. 일찍이 공화국 미국의 건국자들은 페더랄리스트 페이퍼에서 민주정에서의 파벌주의의 심각한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2000년대 이후 진행된 정치양극화는 반대 정파를 적폐로 몰아서 척결하려던 문재인 정권에서 절정에 이르렀고 나라를 철저하게 두 동강을 내었다. 서로 다른 것을 참지 못하고 혐오하면서 다른 것을 적으로 만들고 공격한다. 분파 운동으로 게토화된 정체성집단은 자신의 집단 문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문화전쟁을 벌인다,

온갖 왜곡과 거짓말로 범벅이 된 저질 콘텐츠들을 보면 시비거리 찾기 및 흠집내기의 공격방법만을 만들어내는 지저분한 개싸움이다, 파벌주의 전개 양상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전쟁이라고 불러주게 된다.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거나, 정치적 올바름 같은 태도를 문제로써 지적하는 것에 의해서 설득되지 않는다. 프레임과 세계관의 대립이기 때문이다.

BTS가 선호되는 개인 중심의 경향성과 파벌 활동을 부추겨서 개인의 이익을 도모하는 경향은 유사해 보인다. 그레고리 헨더슨의 소용돌이의 한국정치에서 지적된데로 한국인은 단일 국가라는 공동체 구조를 구축하기보다는 개인의 상승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서 분파주의를 내면화하여 의도적으로 파벌을 추구하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인들의 자부심과는 달리 K팝은 정체성정치를 추구하는 정치적 불안정의 상징으로서 해외에서 경계 대상이 되고 있다는 현실은 잘 소개되고 있지 않는 사실이다.

정치 양극화가 고착된 상황의 문화전쟁은 상대에 대한 공격보다는 자기편을 견고하게 유지함에 목적이 있어서 적대적 공존관계를 유지하는 수단이다. K팝등 한류가 세상을 하나로 묶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분파세력간의 문화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서 발칸화의 걱정을 할 정도다.

우리 안의 문화전쟁을 극복하려면 문화를 벗어나기와 그럼에도 다시 문화를 만들기가 필요하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해석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문화다. 특정한 프레임과 세계관에 의한 문화는 관점의 변화와 시간의 경과에 따라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낡은 세계관에 의한 태도를 고집할 때에 가야할 길을 잃게 되고 현실과 충돌하게 된다.

80년대 운동권의 사유에서 현실에 기반하지 않았기에 조선을 패망의 길로 인도했던 조선말 위정척사파의 프레임과 세계관을 보게된다. 탄핵의 와중에서 미국의 북폭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부정선거 프레임으로 문제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혼란으로 길을 잃은 상황을 보면서 이 시대의 프레임을 다시 돌아본다. 세계관과 프레임에 대한 객관화 작업이 필요하다. 정체성을 형성하고 가야할 방향을 설정하는 세계관과 프레임의 개혁이 필요하다.

과거의 피해의식과 조선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 건국과 근대화를 다시 조명하기 위해서 조선에 근거한 80년대 운동권의 사유를 걷어내야 하겠다. 정치양극화와 문화전쟁의 와중에서 반대편과 싸우는 혼돈에서 등장하는 민주화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재고하여야 하겠다, 낡은 가치관에 기반한 문화를 걷어낼 때에 그 빈자리에 다시 문화를 만들 수 있다.

문화는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형성되는 제도인 사회적 의례를 통해서 함께 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이면서 각자의 살아가는 삶 그 자체이다. 현재를 기반으로 해서 함께 그리고 홀로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의 변화의 시기를 돌아보며, 진보의 명분으로 전근대적 세계관에 의한 파벌주의가 함께사는 것을 거부하고 문화를 과거로 퇴행시킨 것과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길을 찾지 못하여서 방황하던 것을 반성의 계기로 삼아서, 지난 것을 버리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야겠다.

공연은 관객이 있어야 하듯이 문화는 모두가 참여하는, 함께 해야 하며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모두의 놀이다. 모두 함께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때에 비로서 그것이 공화국 대한민국의 K 문화라고, 우리의 모습이라며, 자랑스럽게 세상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이인철 객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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