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안보실장 2차례나 공언한 '김정은 韓美훈련 이해' 없던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지난 3월8일(미국 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결과에 대해 설명한 뒤 취재진을 대상으로 '백악관 측 배석자 없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중앙일보 영상 캡처)

북한이 16일 한미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를 문제 삼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 취소하면서, '김정은이 한미 훈련의 정례적·방어적 성격을 이해했다'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보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의용 안보실장은 지난 3월 5~6일 대북특사단 수석으로서 서훈 국가정보원장과 함께 이틀간 방북,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을 접견한 뒤 귀국해 김정은의 '구두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그 중 하나로 정 실장은 "김 위원장은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사단이 공개한 방북 결과 언론발표문에는 "북측은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했으며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점을 명백히 했다"는 기존 입장이 재차 반영되는 데 그쳤다.

그럼에도 정 실장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더 이상 한미연합훈련을 문제삼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할뿐만 아니라, 방북결과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 백악관을 찾아서도 같은 언급을 반복했다.

3월 8일(미국 현지시간) 정 실장은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 현지 기자들에게 '백악관 측 배석자 없이' 브리핑하면서 "김 위원장은 한미 양국의 정례적인 연합군사훈련이 지속돼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했었다.

이때 정 실장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측의 입장을 전달하면서 미북 정상회담 개최 약속까지 잡혔지만, 16일 북한은 남북 고위급 회담 일방 취소에 이어 "핵 포기를 일방 강요하지 말라"며 미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재고려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에 이르렀다.

일관되게 '핵 폐기 회담'을 촉구해 온 제1야당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앞서 대북특사단이 내놓은 언론발표문 공개 다음날(3월7일) "히틀러의 속임수(1938년 9월 독일 뮌헨회담)"라고 비유한 바 있다. 한미 훈련을 이해했다거나 핵 폐기 의사가 있다고 직접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는' 북한에서 잇따라 어깃장을 놓음에 따라, 청와대가 대신 홍보해 온 북측의 유화 제스처는 '속임수'였다는 해석마저 나온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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