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뒤 회의장을 빠져 나오면서 한 비속어 발언이 보도된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MBC 노조(제3노조)가 지난 25일 ‘더불어민주당과 MBC 간의 정언유착 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라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MBC 제 3노조, ‘민주당과 MBC 간 정언유착’ 진실 규명 요구
윤 대통령이 주위 참모들에게 사적으로 한 얘기가 당시 행사를 촬영하던 MBC 기자의 방송 영상 카메라에 찍혔고, MBC가 뉴스에서 보도하기도 전에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당 회의에서 먼저 ‘막말’이라며 비난한 것이 ‘정언유착’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회의 발언은 MBC 보도가 아니라, SNS 동영상을 보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취재하는 ‘풀 기자단’의 취재 시스템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당시 행사를 촬영하던 MBC 방송 영상 풀 기자가 악의적으로 유출했다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이 보도된 경위를 둘러싼 쟁점을 짚어본다.
① MBC의 비속어 관련 1보 전,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막말이라고 비난
MBC노조는 25일 성명서를 통해 “MBC가 이 사태를 왜곡했다.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라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성명서에서 MBC노조는 “대통령 ‘비속어’ 의혹을 일으킨 동영상의 최초 촬영자는 MBC A 카메라 기자”라고 밝혔다. A 기자는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대통령 선거의 편파적 영상 촬영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뉴스 영상 국장으로 카메라기자 조직을 총괄한 인물이다. 애초 당파성이 뚜렷한 인물이라는 것이 MBC노조의 입장인 셈이다.
MBC노조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과 관련해, A기자가 뉴욕에서 MBC 본사로 영상을 보낸 시점은 22일 새벽 6시28분이라고 밝혔다. MBC 디지털뉴스가 ‘오늘 이 뉴스’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제하의 1분 12초짜리 동영상을 최초로 업로드 한 시각은 22일 오전 10시 7분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당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막말’이라며 비난 발언을 한 시간은 22일 오전 9시33분이라는 것이다. 또 “MBC 통합뉴스룸에서는 22일 오전 10시 45분에 박홍근 원내대표 ‘빈손·비굴·막말사고 외교’라는 제목으로 단신을 썼으나 출고 시각은 낮 12시가 넘어서였다”면서 “보도국이든 디지털뉴스룸이든 아직 첫 1보가 나가지 않은 상태에서 박홍근 원내대표가 워딩을 받아서 9시30분 정책조정회의에 들어가 발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② 풀 기자였던 MBC 방송 카메라 기자의 악의적인 단독 보도
언론계에서는 ‘애시당초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일회성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었고, 주위 참모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편하게 한 발언이 MBC의 선전선동을 통해 엄청난 이슈로 비화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을 수행한 풀 기자에 의해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청와대 취재 시스템도 재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25일 한 유튜브 방송에서 “대통령이 비속어를 쓴 내용을 가지고 풀 기자단이 기사화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더구나 사실 확인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슈화됐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풀 기자단’은 대통령의 순방을 동행하는 기자단 중에서 당일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를 일컫는 말이다. 모든 기자들이 다 행사 취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신문기자, 방송기자, 사진기자, 방송 카메라 기자 등 필수 인원이 ‘풀 기자단’으로 현장에 들어가서 취재를 하는 시스템이다.
이 경우 풀 기자단은 각 언론사의 대표로 취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기자단을 대표해서 취재를 하기 때문에, 풀 기자단의 취재 내용은 전체 기자들이 회의를 거쳐서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그 내용 또한 풀 기자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전체 기자단이 갖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풀 기자단으로 취재에 참석한 기자는 행사 취재를 빨리 한 다음, 기자실로 돌아와서 타사 기자들에게 취재 내용을 알려줘야 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런 상황에서 MBC 영상 카메라 기자는 기자실로 돌아오지 않고, 계속해서 윤 대통령의 뒤를 쫓아다니며 촬영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제의 비속어 발언이 영상 카메라에 담긴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타사의 기자들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해 “정확히 잘 안 들린다” “바이든을 언급했다면 외교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논의를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라며 회의를 하던 중, MBC에서 단독으로 보도한 것이다.
언론계에서는 MBC 영상 카메라 기자에 대해서 ‘풀 기자단의 본분을 망각한 몰염치’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풀 기자이면서 단독 보도를 내보낸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한 제재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③ 윤 대통령, 취재 기본을 지키지 않은 MBC에 대해서 법적 조치하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에 대해서, 윤 대통령은 김은혜 홍보수석을 통해서 일부 부인을 했다. ‘바이든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국회에서 날리면 어떡하나’라는 취지였다는 것이다. 비속어 논란이 제기되고 15시간이나 지난 시점에 나온 뒤늦은 해명이었지만, 윤 대통령이 귀국 후에 ‘시시비비’를 가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하지도 않은 말을 가지고 민주당과 MBC가 악의적으로 몰고 간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해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겨냥하지 않았다는 팩트를 밝히는 선에서 끝내고, 귀국 이후에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MBC가 취재 윤리를 지켰는가를 따져볼 가능성이 높다. MBC가 처음부터 ‘바이든’이라고 확신을 가졌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을 두고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무엇이 팩트인지가 애매한 상황에서 MBC는 복수의 전문가 확인도 거치지 않고 처음부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처음부터 MBC가 보도의 원칙을 지키지 않았을 것으로 관측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논란이 커지자, 낮 12시 이후 방송에서는 ‘(미국) 국회에서’라고 자막을 수정하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당시 방송을 진행한 앵커는 확정적으로 “대통령실은 주위 참모들에게 사적으로 한 말일 뿐이라고 진화하려 했지만, 국내는 물론 외신을 타고 해외에까지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라고 언급했다.
MBC가 의도적으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삼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MBC가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전문가의 의견도 구하지 않았음은 물론, 대통령실에 확인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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