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에서 정부의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에 체포된 여성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낼 30만 명 규모의 예비군 동원령을 내린 가운데 이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병력이 자발적으로 항복하거나 전투를 거부하면 최대 10년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AFP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예비군 징집을 꺼리는 현상을 고려한 유인 방안도 제시됐다. 동원 대상자에 대해서는 연체된 채무를 징수하지 않고, 압류된 모기지 주택에서 퇴거당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할 병력을 늘리기 위해 러시아군에 입대하는 외국인이 시민권을 받는 것을 현행 체계보다 더 용이하게 해 주는 법안에도 서명했다.

그러나 러시아에선 최근 동원령을 피해 해외로 나가려거나,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핀란드와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인접국들은 러시아에서 동원령을 피하려고 들어오는 이들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하는 등 외교 문제까지 빚어지고 있다. 

또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 참가자들이 앞서 21일 38개 지역에서 1천300명 이상이 체포된 데 이어 이날엔 700여명이 구금됐다.

인권단체 OVD-인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장으로 보낼 30만 명 규모의 예비군 동원령이 발표된 이후 반발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으며, 24일에는 전국에서 32개 지역에서 72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러시아는 승인되지 않는 집회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경찰은 '동원령 반대'를 외치는 시위대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AFP통신은 수도 모스크바에서 경찰에 체포된 한 여성 시위자가 "우리는 '총알받이'가 아니다"고 외치는 것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또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는 한 남성이 기자들에게 "나는 푸틴을 위해 전쟁에 나서고 싶지 않다"고 말했고, 70대 여성은 "나는 전쟁에 반대한다. 전방에 소집되는 젊은이들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체포된 러시아인 중 일부는 구금 상태에서 징집 영장 초안을 건네받고 군사동원센터에 보고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령으로 러시아 내 혼란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친푸틴 인사도 동원이 원칙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다.

러시아 국영방송 러시아투데이(RT)의 편집장인 마르가리타 시모니안은 자신의 텔레그램에서 "민간인은 35세까지 모집될 수 있다고 발표됐는데 소집서류는 40대에게도 가고 있다"며 "그들은 고의적인 것처럼, 악의에 찬 것처럼 사람들을 정말로 화나게 하고 있다"고 분노를 표시했다.

크렘린궁의 공식 지지자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권을 강도높게 비난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이라고 외신은 보도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야간 연설에서 러시아어로 "전범으로 외국에서 죽는 것보다 군대 소집을 거부하는 것이 낫다"면서 러시아인들에게 군대 소집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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