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전 국민을 듣기 테스트로 몰아넣은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은 김은혜 홍보수석의 뒤늦은 해명으로 인해 더 큰 논란을 야기했다. 그에 이어 배현진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의 발언도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홍준표, “곤란한 순간 모면하려는 거짓말은 일을 키워”

이처럼 논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은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뒤늦게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수습해야지, 계속 끌면 국민적 신뢰만 상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홍 시장은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언제나 정면돌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하면 거짓이 거짓을 낳고, 일은 점점 커진다”고 했다.

‘곤란한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 하는 거짓말’이 김은혜 수석과 배현진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일부 보수 진영 지지자들 중에는 윤 대통령의 발언 중에 ‘이 OO들이’라는 표현은 아예 없었고, ‘이 사람들이’라고 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홍 시장은 이런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규정하고,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 인사들의 해명, 윤 대통령 발언 논란만 키워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회의장을 나서면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000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말했다고 MBC가 최초로 보도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미국 국회를 ‘이 XX’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쪽 팔려’라고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회의장을 나서면서 논란이 되는 문제의 발언을 했다. [사진=MBC 캡처]
지난 21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펀드’ 회의장을 나서면서 논란이 된 문제의 발언을 했다. [사진=MBC 캡처]

그러자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은 논란이 발생한 지 15시간 만에서야 해명을 내놓았다. ‘국회에서 이 XX들이’는 우리 국회 야당을 지칭한 것이고, ‘000 쪽팔려서’는 ‘바이든 쪽팔려서’가 아닌 ‘날리면 쪽팔려서’라고 반박했다. 미 의원들이 아니라 대한민국 야당 의원에 대해서 대통령이 비속어를 썼다는 것이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음성을 연구하는 모 대학에서 잡음을 제거한 음성’이라며 음성 파일 하나를 올렸다. 배 의원은 자신이 들은 내용은 "국회의원 '이 사람들이' 승인 안해주고 '아 말리믄'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적었다.

MBC 아나운서 출신인 배 의원은 이 음성이 이렇게 들린다고 주장하면서 "'이 XX'도 없었고 '바이든'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배 의원은 그러면서 대통령 비속어 파문과 관련해 비판하는 야당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는 "국회 욕한 적 없는데 욕 들었다거나 외교참사 없었는데 외교참사 났다며 야당에서도 더 억울해할 일 없도록 깔끔하게 됐다"며 "평화로운 결론입니다만 일 하러 간 대통령에게 하루가 머다하고 이래야겠나"고 했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성 파일 하나를 올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배현진 의원은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음성 파일 하나를 올리고,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김 수석의 해명과 배 의원의 주장에 대해 보수 진영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김 수석의 해명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15시간 만에 내놓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는 김 수석의 해명이 더 큰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배 의원에 대해서도 ‘짠하다, 고생 많다’라는 반응이 많다. 심지어 배 의원을 겨냥해 “MBC는 귀도 안 좋은 아나운서를 간판 앵커로 기용했으니, 국민들에게 사과하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홍준표 시장은 “무슨 큰 국가적 난제로 논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해프닝과 가십만 온통 나라를 뒤덮고 있으니”라면서 “작금의 나라 현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오준 전 유엔대사, “윤 대통령 발언 외교문제 안돼, 외교의 본질보다는 의전 문제”

오준 전 유엔대사는 2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 대해서 “외교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마이크가 켜져 있는 줄 모르는 상태에서 일어난 이런 ‘핫마이크’와 관련해, 금년 초 바이든 대통령도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아무도 듣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한 말이 들리게 됐다”는 점에서, 그런 부분까지 외교적 문제로 삼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정치적 이미지에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오준 전 유엔대사는 지난 23일 CBS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논란에 대해 "외교 문제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오준 전 유엔대사는 지난 23일 CBS라디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논란에 대해 '외교 문제가 될 가능성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혔다. [사진=CBS유튜브 캡처]

오 전 대사는 오히려 이번 순방에서 “외교의 본질보다는 외교의 행사나 의전을 다루는 데 있어서 미흡했던 부분들이 있는 게 아닌가”라고 진단했다. 한미 정상회담이나 한일 정상회담 같은 걸 많이 해본 사람들이 그런 상황을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에 진행자가 “경험 많은 외교 실무자, 외교 전문가들이 이걸 전면에서 지휘하고 있는 것인가 이 부분에 의문이 찍힌다, 이런 생각이냐?”고 질문하자, 오 전 대사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외교 전문가들이 지휘를 할 경우) 실수가 아예 안 일어나는 건 아니고, 다만 그런 실수가 일어날 가능성을 조금씩 줄여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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