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참석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란?
尹 발언 첫 보도와 대통령실 측의 해명은 어떻게 다른가
바이든 '미국 의회 설득해 60억 달러 기부하겠다'에 대한 尹의 거친 염려 아니었을까 추측
글로벌펀드 공여금에 대한 별도의 국회의 승인 필요하지 않아...야당 반대 명분도 없어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의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의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현지시간 21일 미국 뉴욕에서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말이 국내외서 '뜨거운 감자'가 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이 입장을 밝히고 해명을 했지만, 그로 인해 논란이 더욱 가중되는 형국이다. 대통령실이 과연 윤 대통령이 발언한 맥락을 제대로 살핀 것인지, 글로벌펀드에 들어가는 한국의 '공적개발원조금'이 어떻게 정해지는지 정확히 파악한 후 내놓은 해명이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

 

尹 참석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란?

이날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최한 제7차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다. 즉 글로벌펀드의 재정관련해 재정기여금을 발표하는 행사였다. 이를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했다는 건 그가 글로벌펀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으며, 이 펀드에 실질적인 재정 지원을 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글로벌펀드(The Global Fund)란 무엇일까. 글로벌펀드는 3대 감염병 질환에 해당하는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 퇴치를 목적으로 전 세계가 협력해 2002년 설립됐다. 글로벌펀드 홈페이지에선 '20년간 총 5백54억달러 이상을 투자해 전세계 인구 5천만명 이상의 목숨을 구하고, 글로벌펀드가 투자한 국가들의 절반 이상에서 세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췄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번 재정공약회의에선 글로벌펀드의 재정을 총 약 180억 달러로 잡고 펀드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각자 얼마를 기여할지가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미국 60억 달러, EU 42억 달러, 독일 13억 유로(20억 달러), 캐나다 13억 달러, 일본 10억 8천만 달러, 프랑스 3억달러 등이다. 한국의 경우엔 윤 대통령이 연설 중에 3년간 총 1억 달러를 공여하기로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약 50초간의 짧은 만남을 가진 것도, 회의장을 나가는 도중 '막말' 논란을 빚어낸 것도 모두 이 행사가 끝나고 난 후다.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약 50여 초의 짧은 만남을 가진 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종료 직후였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과 약 50여 초의 짧은 만남을 가진 건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 종료 직후였다. [사진=연합뉴스]

 

尹 발언 첫 보도와 대통령실 측의 해명은 어떻게 다른가

윤 대통령이 한 말이라고 처음 보도됐을 때의 워딩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였다. 이러한 워딩이 퍼졌던 수 시간 동안 대통령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다가 공식 해명을 내놓았는데, 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워딩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다. 이러한 해명은 대통령실 김은혜 홍보수석이 현지시간 22일 미국 뉴욕서 현안 브리핑 중에 나왔다.

양 워딩을 비교하면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주"까지는 같다. 문제는 그 다음이란 이야기다. 처음 알려진 워딩은 '미국 의회에서 승인이 나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은 부끄러워 체면이 깎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반면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해명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자신이 약속한 3년간 1억 달러를 한국 국회에서 승인해주지 않으면 대통령 스스로가 창피하게 된다'란 취지로 말한 셈이 된다.

 

바이든 '미국 의회 설득해 60억 달러 기부하겠다'에 대한 尹의 거친 염려 아니었을까 추측

과연 윤 대통령은 이 두 가지 뜻 가운데 어떤 뜻으로 말한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바이든 대통령이 회의 중 무슨 말을 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재정공약회의서 '미국 의회를 설득해 60억 달러를 승인받아 기부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확히는 "우리는 의회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글로벌펀드에 60억달러를 추가로 기부할 것이며…"라 했다. 즉 글로벌펀드에 60억 달러의 재정을 지원하려면 미 의회의 승인이 있어야 한단 얘기다. 회의장에 각국 인사들을 위한 통역기가 있던 걸 생각하면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이해했을 거란 추측이 가능하다.

글로벌펀드 관련한 미 하원의 결의안. [사진=미국 의회 홈페이지]
글로벌펀드 관련한 미 하원의 결의안. [사진=미국 의회 홈페이지]

윤 대통령이 행사 직후 바이든 대통령과 약 50초의 짧은 대화를 나눴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그가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 내용대로 미 의회의 승인이 이뤄질지에 대한 '염려'를 다소 거친 언사로 표현했다고 풀이될 수 있는 지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는 의회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글로벌펀드에 60억 달러를 추가로 기부할 것이며..."란 연설을 하는 모습. 윤 대통령은 정황상 이 연설의 통역을 듣고 '미국 의회가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이 부끄럽고 창피하게 될 거다'란 '정제되지 않은 염려'를 했을 가능성이 높단 지적이다. [사진=MBN]
바이든 대통령이 "우리는 의회의 파트너들과 협력해 글로벌펀드에 60억 달러를 추가로 기부할 것이며..."란 연설을 하는 모습. 윤 대통령은 정황상 이 연설의 통역을 듣고 '미국 의회가 승인을 해주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이 부끄럽고 창피하게 될 거다'란 '정제되지 않은 염려'를 했을 가능성이 높단 지적이다. [사진=MBN]

 

글로벌펀드 공여금에 대한 별도의 국회의 승인 필요하지 않아...야당 반대 명분도 없어

대통령실의 해명이 한국의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정확히 이해하고 내놓은 것인지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김 수석의 브리핑대로 윤 대통령의 말 속엔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석을 점하고 있는 한국 국회가 글로벌펀드 공여를 반대할지 모른단 염려가 담겼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일까. 본지의 조사에 의하면 이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펀드 공여는 공적개발원조에 해당한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5월 내놓은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보면 글로벌펀드 기금 지원은 공적개발원조 중 다자간 개발협력 대상 가운데 '기타 다자간원조기구'에 속한다. 즉 공여국이 수혜국에 일대일로 지원하는 양자간이 아니라, 여러 국가들이 각자 낸 원조금을 특정 기구에서 모아 필요 국가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기획재정부가 2021년 5월 펴낸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을 보면 글로벌펀드(맨 밑)는 '기타 다자간 원조기구'에 속해 있다.  

글로벌펀드와 같은 다자간원조기구에 들어가는 분담금은 어떻게 마련될까.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펴낸 「우리나라 다자원조 추진 전략과 정책과제」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 대한 분담금은 대부분 외교부가 매년 배정되는 자체 예산으로 납입하고 있다"며 "2005년까지는 외교부가 국제기구에 대한 분담금을 담당하였으나, 2006년부터 기구의 전문영역이 일치하는 부처 및 기관으로 이전돼 18개 정부부처 및 관련기관이 다자협력에 관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 중에서도 글로벌 펀드 관련 업무를 보는 중심 부서는 외교부의 '다자협력·인도지원과'다.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지원실적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2016년 19.6억 달러, 2017년 22억 달러, 2018년 23.5억 달러, 2019년 25.2억 달러, 2020년 22.5억 달러, 2021년 28.6억 달러로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20년엔 전년보다 줄었는데, 이에 대해 외교부는 보도자료에서 "코로나19영향에 따른 양자원조 감소, 지역개발은행 앞 출연·출자 감소 등"의 이유를 댔다. 지원금이 조금씩 늘어나곤 있지만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순위는 전 세계 15-16위를 왔다갔다하는 상황이다.

2021년 다자간 공적개발원조(ODA) 현황. 글로벌펀드는 '기타 다자기구'에 속한다. 관련 업무를 보는 외교부 부서 직원들이 윤 대통령 순방에 따라가 정확한 대답을 들을 순 없었다. 하지만 6천3백70만달러 속에 글로벌펀드 공여금이 이미 포함됐다고 추측된다. [사진=외교부 2022년 4월 12일 보도자료]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지원 규모가 매년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이고, 다른 빈국을 도울 수 있단 대의명분이 있는 공적개발원조금이기 때문에 야당이 관련 예산을 반대할 명분이 없다. 따라서 야당이 윤 대통령의 이번 공여 약속을 반대할 가능성도 낮단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공적개발원조금의 세부 항목에 대해서는 별도로 국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다"며 "대부분의 예산이 편성된 공적개발원조금으로 충당가능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참고로 공적개발원조금 중 글로벌펀드가 해당하는 '기타 다자기구'에 대한 지원은 2021년 6천3백70만 달러, 현재 환율 기준으로 우리 돈 약 9백억원에 해당한다. 이 중 글로벌 펀드 공여금이 정확히 얼마인지에 대해 외교부 다자협력·인도지원과에 문의했으나 실무진이 모두 윤 대통령 순방에 동반해 정확히 알 수는 없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1억 달러를 3년에 나눠 글로벌 펀드에 공여한다 했으므로 1년에 약 300억원 가량 '기타 다자기구' 지원금이 늘어나는 셈인데, 기존에 내고 있는 공여금과 별도로 1억 달러를 추가한단 것인지, 기존 공여금과 합쳐서 1억 달러가 된단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만약 후자일 경우엔 부담금 증가가 그리 높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대통령실의 김은혜 홍보수석이 브리핑에서 내놓은 "예산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이 이 같은 기조를 꺾고 국제사회를 향한 최소한의 책임 이행을 거부하면 나라의 면이 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전달했다"란 해명은 궁색할 수 있단 평가다.

이상의 내용을 종합했을 때, 윤 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미 의회가 승인을 하지 않으면 바이든이 확언한 바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거친 염려'를 했을 정황이 높으며, 글로벌펀드 공여금이 속하는 공적개발원조는 별도의 국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 가능하다. 결국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해명은 '거대 야당이 발목 잡는다'이란 프레임으로 현 논란을 벗어나보자는 시도로 읽힐 수 있단 지적이다. 일각에선 대통령실이 이러한 궁색한 변명 대신 솔직한 사과나 유감을 표명해 '정면 돌파'를 하는 게 어땠겠냐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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