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대응에 특화된 모더나 '2가 백신' 초도물량이 국내에 도입됐다. 이 백신은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와 오미크론 BA.1 변이를 동시에 예방한다는 점에서 ‘2가 백신’으로 불린다. 2가 백신이 도입됨에 따라, 기존 백신의 폐기 가능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9월 17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이날 들어온 모더나 2가 백신이 수송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 백신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도록 개발된 미국 모더나사의 개량 백신으로, 10월 동절기 접종에 활용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9월 17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이날 들어온 모더나 2가 백신이 수송 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 백신은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도록 개발된 미국 모더나사의 개량 백신으로, 10월 동절기 접종에 활용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모더나 2가 백신, 국가출하승인 받아...중화항체 양이 기존 백신보다 최대 1.75배 많아

지난 15일 질병관리청은 모더나 2가 백신 161만1000회분이 이날부터 국내에 순차적으로 도입된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9일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응 백신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결정했다”며 “검정시험을 수행하고 제조사의 제조·시험 자료를 검토한 결과, 허가받은 품질 기준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국가출하승인이란 백신이 시중에 유통되기 전에 제조단위(로트)별로 국가가 검정시험 결과와 제조사의 제조·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품질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이 백신은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을 당시 안전성과 효과성을 인정받았다. 투여한 접종자에게서 중대한 약물 이상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고, 주사 부위 통증, 피로 등이 일시적으로 나타나긴 했으나 기존 백신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이 백신과 기존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 반응을 비교한 결과, 중화항체 양이 초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서는 1.22배,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는 1.75배 높게 나타나 우월성이 확인됐다.

질병청은 이달 말 2가 백신을 활용한 동절기 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2가 백신은 기본접종(1·2차 접종) 혹은 3차 접종 후 3개월 이상 지난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추가접종(3·4차 접종) 용도로 허가를 얻은 상태이다.

2가 백신 국민 반응은 미지수...‘코로나 재유행해도 추가 접종 안한다’ 30%

하지만 2가 백신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미지수인 상태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국면인 데다, 추가접종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코로나19가 재유행하더라도 국민 10명 중 3명은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지 않겠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 연구팀이 전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에 대한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이런 분석이 나왔다고 이달 초 밝혔다.

응답자의 46.7%는 올해 가을 또는 겨울에 다시 코로나19가 유행할 경우 추가 예방접종을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예방 접종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30.5%로, 적지 않았다. 백신 기피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이다. 따라서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모더나의 ‘2가 백신’이 4차 접종률을 얼마나 높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백신 4차 접종 비율은 16.6%에 그쳐...2가 백신 도입되면 잔여 백신 폐기 가능성 커져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19일 0시 기준 백신 4차 접종 비율은 총 인구 대비 16.6%이고, 50세 미만은 0.6%에 불과하다. 따라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백신에 대한 수요와 공급에 대해 적절한 근거와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확진자 감소세가 이어진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신규확진자 감소세가 이어진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가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2가 백신 접종이 다가옴에 따라, 기존 백신의 접종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전망돼 이에 대한 해결책도 나와야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안정적인 백신 공급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약사와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며, 추가적인 공급 일정은 정해지는 대로 신속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에 남아도는 백신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실정이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개월 안에 유효기간이 끝나는 백신이 1112만 회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 백신이 756만 회분(소아용 포함)으로 가장 많다. 모더나 백신은 258만 회분이 해당하는데, 이 중 206만 회분은 당장 한 달 안에 유효기간이 끝난다. 이밖에 노바백스 백신 52만 회분과 국산 1호 백신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46만 회분의 유효기간도 5개월 안에 만료된다.

이런 상황에서 2가 백신 161만회분이 도입된 만큼, 잔여 백신 폐기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는 것이다.

보건당국, 남아도는 기존 백신을 국제 사회 제공 추진

코로나19 백신은 2020년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후 지금까지 적지 않은 양이 폐기됐다. 지금까지 1년 7개월간 최소 591만2910회분이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화이자 203만7342회분, 모더나 최소 209만570회분 이상, 아스트라제네카 25만8590회분, 얀센 4만8735회분, 화이자(소아용) 3만4320회분, 스카이코비원 100회분, 노바백스 144만2245회분 등이다.

백신이 폐기된 이유로는 '유효기간 경과'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코로나19 백신의 유효기간은 6개월~1년 정도로 짧기 때문에, 폐기된 백신의 약 98%는 유효기간이 지나서 버려졌다. 그 다음 폐기 원인으로는 온도 일탈, 용기 파손, 접종 과정 오류 등으로 나타났다.

방역당국은 2가 백신 도입에 따라 남아도는 기존 코로나19 백신은 국제 사회에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단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국내에서 쓰이지 못한 백신 486만 회분을 9개국에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코백스(글로벌 백신 분배 프로젝트) 프로그램에 따라 국내에 배정됐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483만 회분도 도입하지 않고 다시 코백스에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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