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가 현지시간 18일 대만 문제 관련해 중국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재차 해 미중 관계가 다시 한번 요동치리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그가 현지시간 18일 대만 문제 관련해 중국을 겨냥해 강경 발언을 재차 해 미중 관계가 다시 한번 요동치리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블룸버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 관련해 강경 발언을 다시 한 번 함으로써 '스트롱맨'으로 비춰지려는 모양새다. 그가 현지시간 18일 미국 CBS와의 심층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미국이 직접 개입하겠다고 다시 한 번 밝혔기 때문.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미중관계가 다시 한 번 악화일로를 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단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여러 논란들을 검토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겠다는 것?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이 직접 참전해서라도 대만을 방어하겠다고 재천명하고 나서면서, 미국이 중국이 외교관계를 설정함에 있어 기본 전제로 고수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고 대만을 하나의 국가로 완전히 인정하는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 5월 미 국무부 홈페이지의 '미-대만 관계' 설명문의 개정에서 일찌감치 관측된 바 있다. 국무부는 기존에 있던 '미국은 하나의 중국만 존재하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이하 중공)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승인한다',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두 문구를 삭제했다. 이로 인해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가 아니며 중공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가 아님을 은연중에 암시한 것 아니냔 분석이 제기됐던 것. 

현재 국무부는 '우리는 대만 독립을 지원하지 않는다'란 문구만 다시 넣어놓은 상태다. 다만 이는 '미국은 어느 한쪽으로부터 현상태(status quo)를 바꾸려는 일방적인 변화에 반대한다'라는 대원칙 하에 서술되어 있으며, 이 원칙 아래 '양안간 차이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한다'란 내용도 함께 포함돼 있다. 즉 미국은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무력으로 대만을 침공하는 것에는 절대 반대하며, '하나의 원칙'을 인정하는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려는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는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엔 변화가 없다고 재차 밝히긴 했다. 하지만 국무부 홈페이지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 인정 내용이 삭제된만큼 미국이 조금씩 태도 변화의 강도를 올리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한 상황이다. 차후 국무부가 '우린 대만 독립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문구마저도 언제든 다시 삭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의 '미-대만 관계' 설명부분에서 노란색으로 밑줄 친 부분들이 삭제된 바 있다. 위는 '미국은 하나의 중국만 존재하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승인한다', 아래는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다. 현재 아래 내용은 다시 포함돼 있지만 위는 지금도 삭제된 상태다. [사진=트위터]
미국 국무부 홈페이지의 '미-대만 관계' 설명부분에서 노란색으로 밑줄 친 부분들이 삭제된 바 있다. 위는 '미국은 하나의 중국만 존재하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중국의 지위를 인정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승인한다', 아래는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다. 현재 아래 내용은 다시 포함돼 있지만 위는 지금도 삭제된 상태다. [사진=트위터]

 

바이든이 갑자기 '스트롱맨'이 돼 가는 이유...중간선거용?

바이든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중국에 강경발언을 한 이유가 미국 국내 정치 때문 아니냔 지적도 존재한다. 바로 미국 중간선거용 아니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강한 대통령'의 이미지가 부족하단 지적을 받아 왔는데,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對)중국 강경 발언을 통해 이미지 쇄신을 꾀하려는 것 아니냔 분석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재 79세로, 취임할 당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을 기록했다. 지나친 고령으로 격무·스트레스가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대통령직 수행이 가능하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었으며, 잦은 말실수와 건강 이상설로 미국인들이 원하는 '강한 리더'가 아니란 평가를 받아왔다. 게다가 2021년 8월 중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각종 문제가 발생해 미국인들의 자존심이 상처를 입고, 카불 공항 테러가 일어나 미군 사상자까지 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40% 미만까지 떨어졌단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 11월 8일 중간선거를 대비해 바이든 대통령은 여당인 민주당과 공조하여 '스트롱맨' 이미지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민주당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 8월 16일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고,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내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지지세력을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준(準) 파시스트'라 비난했다. 그가 이러한 국내 조치와 더불어 대 중국 강경 발언을 통해 미국내 반중 여론을 자극해 지지율 상승을 꾀한단 분석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단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하원의원 전원 및 상원의원 3분의 1을 선출하는 중간선거가 50여일 남은 현재 공화당이 무난하게 승리하리란 전망이 무색해질 정도로 민주당이 선전하고 있단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도 지난 7월 38%에서 8월엔 44%까지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국 강경 발언은 본인의 지지율 상승을 위해 대중관계를 이용한단 비난을 받을 순 있겠지만 중간선거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은 '짜고 친 고스톱'?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 보호 발언으로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이 다시 한 번 조명받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즉 펠로시 의장이 아시아 순방 과정에서 대만을 들르는 계획이 유출되자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방문의 영향을 염려해 말리는 과정이 하나의 계획된 연출 아니었냐는 분석이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은 1997년 뉴트 깅리치 하원 의장이 대만을 방문한지 25년만에 다시 대만을 찾았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깅리치 의장보다 더 큰 정치적 부담을 안고 대만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통령과 국회의장 모두 민주당 소속이라 행정부와 입법부가 합심해서 중국을 견제하려 한단 비판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반면 깅리치 의장은 야당이었던 공화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당시 빌 클린턴 행정부와 협력한단 인상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중국의 국력이 지금처럼 강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미중관계가 지금보다는 훨씬 원만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펠로시 의장의 행보를 우려하면서 말리는 것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펠로시 의장이 행정부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대만 방문을 계획하는 셈이 되며, 중국의 화살은 주로 펠로시 의장에게 향하게 된다. 당시 '펠로시 의장이 탄 비행기를 격추시키겠다'라고 확언할 정도로 중국의 반발이 심해 혹시라도 있을 불상사를 막기 위해 의장단이 탄 비행기가 인도네시아 쪽으로 돌아서 대만으로 간 것을 생각한다면,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시진핑 주석을 진정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 리스크 관리에 신경을 쓴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펠로시 의장이 대만을 방문하고 난 후 중국은 보복성 대규모 군사훈련을 대만 인근에서 진행했지만, 미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만과의 유대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소규모 미 의원들로 구성된 의회 대표단이 지속적으로 대만을 방문해 차이잉원 총통과 회담을 갖고 있으며, 미-대만간 쌍무적 통상 이니셔티브 협상이 올 가을 공식 시작될 예정이기도 하다. 펠로시 의장이 '총대를 메고' 대만을 찾은 후부터 마치 미국이 계획을 세우기라도 한 것처럼 미국과 대만간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펠로시 의장단이 탄 비행기는 곧바로 대만으로 향하지 않고, 빙 돌아서 갔다. 이는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진=flightradar24]
펠로시 의장단이 탄 비행기는 곧바로 대만으로 향하지 않고, 빙 돌아서 갔다. 이는 중국이 강력 반발하는 가운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서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사진=flightradar24]

 

지금까지 살펴본 바들을 종합해보면 ①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무부의 문건에서 이 원칙을 존중한단 내용이 빠진 상태다. ② 바이든 대통령이 중간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거두기 위해 다시 한 번 대중국 강경 발언을 했을 수 있다. ③ 펠로시 의장과의 '계획된 연출'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대만과의 협력은 늘리고 있다. 

이제 관건은 바이든 행정부의 '말'과 '행동'이 얼마나 합치되느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이미 ①과 ③에선 언행불일치가 충분히 관측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말로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실제 행동은 중국을 견제하는 쪽으로 가고 있단 것이다. 관건은 ②다. 중간선거가 끝난 후에도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문제 관련해 중국의 침공 가능성을 끊임없이 환기하고, 중국의 팽창을 대만 전선에서 끝내겠단 의지를 계속 천명하느냐에 달렸단 평가다. 만일 ②에서마저 바이든 대통령이 일관된 모습을 보인다면 그는 진정한 '스트롱맨'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안관계 및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관해서는 위쪽의 관련 기사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일각에서 주장하듯 개인의 정치적 욕심, 역사에 족적을 남기려는 공명심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면 현재 이뤄지는 미국과 대만간 협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단 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중국 견제가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러 더욱 강화되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 수장과 입법부 수장의 소속 당이 같으니만큼 협력이 더욱 원활하리란 추측도 가능하다. [사진=블룸버그]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일각에서 주장하듯 개인의 정치적 욕심, 역사에 족적을 남기려는 공명심 때문이라고만 생각하면 현재 이뤄지는 미국과 대만간 협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단 지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본격적인 중국 견제가 바이든 대통령에 이르러 더욱 강화되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부 수장과 입법부 수장의 소속 당이 같으니만큼 협력이 더욱 원활하리란 추측도 가능하다. [사진=블룸버그]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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