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혹'…"北 일방통보 유감, 제기된 문제 논의 위해서라도 대화를" 통일부 성명
조선중앙통신 보도…"북침전쟁소동 벌어지는 정세에서 중지 않을 수 없어" 주장
美 국무부 "北 '훈련 말라' 통보 없었다…정상회담 준비 이어갈 것" 일관

 

북한이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기로한 당일인 16일 회담을 일방적으로 중지하겠다고 한국측에 서면 통보했다. 북측이 정부에 회담을 제안한지 15시간여만이다.

통일부는 16일 "북측은 오늘 0시 30분께 리선권 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우리 측의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이유로 고위급회담을 무기연기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은 지난 11일 시작됐다. 북한은 15일 오전 9시 쯤 '고위급회담을 16일에 개최하자'고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제안했다. 또 김정은은 지난 3월 초 남측의 대북특별사절 대표단에게 4월 초 시작되는 키리졸브와 독수리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시했었다. 이때문에 이번 북한의 갑작스런 발표가 향후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주목된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3시께 송고한 '조선중앙통신사 보도'에서 "우리는 남조선에서 무분별한 북침전쟁 소동과 대결 난동이 벌어지는 험악한 정세 하에서 16일로 예견된 북남고위급회담을 중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또 중앙통신은 "11일부터 남조선 당국은 미국과 함께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에 대한 공중 선제타격과 제공권 장악을 목적으로 대규모의 '2018 맥스 선더' 연합공중전투훈련을 벌려놓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남조선 전역에서 우리를 겨낭하여 벌어지고 있는 이번 훈련은 판문점 선언에 대한 노골적인 도전이며 좋게 발전하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흐름에 역행하는 고의적인 군사적 도발"이라고 주장했다.

통신은 판문점 선언이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 등을 언급했음을 거론하며 "남조선 당국과 미국은 역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연합공중훈련을 벌려 놓음으로써 지금까지 우리가 보여준 평화 애호적인 모든 노력과 선의에 무례무도한 도발로 대답해 나섰으며 선언 이행을 바라는 온 겨레와 국제사회에 커다란 우려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주동적이며 아량있는 노력과 조치에 의해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과 조미대화 국면이 이번 전쟁연습과 같은 불장난 소동을 때도 시도 없이 벌려놓아도 된다는 면죄부라고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통신은 "특히 남조선 당국은 우리와 함께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 노력하자고 약속하고서도 그에 배치되는 온당치 못한 행위에 매달리고 있으며 천하의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 우리의 최고 존엄과 체제를 헐뜯고 판문점 선언을 비방 중상하는 놀음도 버젓이 감행하게 방치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비난은 최근 북한 체제를 비판하는 신간 '3층 서기실의 암호'(도서출판 기파랑)를 출간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의 기자회견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통신은 "선의를 베푸는 데도 정도가 있고 기회를 주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은 그 어느 일방의 노력으로써는 이행될 수 없으며 쌍방이 그를 위한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힘을 모아 조성해나갈 때 비로소 좋은 결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남고위급회담이 중단되게 되고 첫걸음을 뗀 북남관계에 난관과 장애가 조성된 것은 전적으로 제정신이 없이 놀아대는 남조선당국에 그 책임이 있다"면서 "미국도 남조선 당국과 함께 벌리고 있는 도발적인 군사적 소동 국면을 놓고 일정에 오른 조미(북미) 수뇌상봉의 운명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를 예리하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북한의 일방적인 취소 통보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통일부는 이날 새벽 북측의 '회담 중지' 통지문이 전해지자 고위급회담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장관을 비롯한 간부들이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채 향후 대책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회담 일정 협의 과정에서 연합훈련을 문제 삼는 분위기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부는 통일부와 국가정보원 등 유관부처를 중심으로 북한이 갑자기 회담 중지를 밝힌 배경을 분석하며 입장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문제삼은 맥스선더 훈련은 이달 11∼25일 진행되는 한미 공군의 연례적 연합훈련으로 F-22 스텔스 전투기 8대, B-52 장거리폭격기를 비롯한 F-15K 전투기 등 100여 대의 양국 공군 전력이 참가한다. F-22 8대가 한미 연합훈련에 참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북한이 '인간쓰레기들까지 국회 마당에 내세워…'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국회에서 강연과 저서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를 한 것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정부는 15일(현지시간)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한 채 북한의 정확한 의도를 분석하는데 주력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미국 정부는 특히 이 훈련이 한미동맹 차원의 연례적인 방어훈련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인 북미정상회담을 차질없이 준비해 나간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백악관은 이날 오후 2시(미 동부시간 기준)께 백악관과 국가안보회의(NSC), 국방부 등 유관부처 관계자들을 소집한 가운데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고 CNN방송이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세라 허버키 샌더스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회담 중지와 관련한) 한국 언론 보도를 알고 있다"며 "미국은 북한이 밝힌 내용에 대해 별도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의 동맹국들과 긴밀하게 지속적으로 조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백악관에서 메릴랜드로 이동하기 위해 전용헬기인 '마린 원'을 탑승하러 가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으나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로버트 매닝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한국과 미국 군대는 현재 '2018 독수리(FE) 훈련'과 '2018 맥스선더 훈련'을 포함한 연례순환 한미 춘계훈련을 하고 있다"며 "이런 방어훈련은 한미동맹의 정례적 일상의 한 부분으로, 군사 준비태세의 기초를 유지하기 위한 연례 훈련 프로그램이다"라고 밝혔다.

매닝 대변인은 "그 훈련의 목적은 한미동맹이 한국을 방어할 능력을 제고하고 준비태세와 상호운영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라며 "이들 연합훈련의 방어적 본질은 수십 년간 매우 분명해 왔고 변하지 않아 왔다"고 강조했다.

또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으로부터 입장 변화를) 통보받은 게 없다"면서 "우리는 (북미정상) 회담 계획을 계속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우리는 북한 정부 또는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이 훈련을 계속 수행하지 말라거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회담 계획을 계속하지 말라는 의사를 내비치는 어떤 것도 들은 게 없다"고 말했다.

나워트 대변인은 북한이 이번 맥스선더 훈련을 도발 행위로 비난한 데 대해 "김정은은 우리가 이러한 합동훈련을 진행하는 것이 미국에 중요하다는 점을 이해한다고 말해왔다"는 점을 환기했다.

추가로 이날 오전 통일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측이 남북고위급회담 일자를 우리측에 알려온 직후, 연례적인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이유로 남북고위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것은 4월27일 양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의 근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으며, 북측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조속히 회담에 호응해 나올 것을 촉구한다"면서 "북측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남북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대화에 '매달리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김민찬 기자 mkim@pennmike.com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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