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당국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발언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주요 선진국에선 이미 자국민에 실내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지 않는 상황이다. 한국 정부도 관련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일러야 내년 봄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낼 위치에 우리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지만 끝이 보인다"고 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대유행의 끝이 보인다"고 공식 입장을 낸 것이다.

이에 오명돈 서울대 의대 교수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거브러여수스 총장의 말은 사실상 '팬데믹 종식 선언'에 버금가는 매우 중요한 메시지"라며 "코로나19가 이행기의 끝자락에 있으며 안정기에 근접했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 방역정책 전환을 촉구한 오 교수는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올해 봄부터 방역정책의 틀을 전환했다면서 우리는 너무 늦게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5일 브리핑에서 "팬데믹의 끝으로 가는 과정을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도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가 독감과 같은 질환이 될 날이 머지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구전략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확진자와 치명률 추이를 본다면 우리나라도 일상적 대응체계 전환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며 "최근에 유럽에 호흡기학회를 다녀왔는데 거기서 유럽, 미국 의사들이 실내에 모여 강의를 하고 토론을 하면서도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우리나라만큼 실내마스크 의무를 강하게 하는 나라는 별로 없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도 겸하고 있다.

이날 정 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에 대한 종식이 이어질 때 우리나라만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고 했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체계를 일상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국민들에게 가장 와닿는 조치 가운데 하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미국, 프랑스, 네덜란드, 덴마크 등은 마스크 착용 의무가 없다. 독일, 이탈리아, 호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도 일부 시설 내에서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종교시설, 공항, 민간사업장, 공공기관 등 대부분 장소에서 마스크 의무를 해제했다는 얘기다.

정 위원장이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논의에 불을 붙임에 따라 관련 논의가 공론화되는 조짐이다.

방역 완화에 줄곧 반대하고 있는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증상이 있어도 코로나 검사를 받지 않고, 숨은 감염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는 말도 안 된다"며 "우리나라는 아직도 100만명당 신규 확진자 수가 가장 많은 수준이다. 팬데믹이 끝난다는 이야기는 희망 사항"이라고 했다.

반면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비말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 등 특정 상황이 아니라 일반적인 일상생활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크게 도움이 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조금 더 일찍 해제하는 것이 좋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백경란 질병청장은 추석 연휴 전인 지난달 말 "확진자 격리나 실내 마스크 착용은 현재 유행 상황 조절에 가장 중요해 완화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실내 마스크 착용을 사실상 연말까지 강제하겠다는 입장으로 전문가들은 올가을과 겨울 인플루엔자(독감) 유행 등을 걸림돌로 꼽았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겨울에 코로나19와 독감 등 다른 호흡기 감염병 함께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데, 아직 우리가 겪어본 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언론들은 '트윈데믹', 또는 '멀티데믹'이라는 신조어를 앞다퉈 소개하며 코로나19를 비롯한 갖가지 독감들의 동시 유행 가능성에 대한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백 청장과 마찬가지로 정 위원장은 최근 언론에 "계절독감이 있을 올해 겨울을 지나 내년 봄부터는 다 같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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