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이 16일 오후 국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을 가졌다. [사진=연합뉴스]

15일 방한한 리잔수 전국인민대표회의(이하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16일 오후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을 가진 후 공동언론발표를 했다. 하지만 여기서 리 위원장이 한 발언들이 기존 중국의 태도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수준으로 판단돼 결국 한·중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한 게 아니냔 평가가 나온다. 

리 위원장은 김 의장과의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에서 "한·중 양측이 의사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전을 수호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 각 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도 했다.

리 위원장은 "우리는 양측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한다는 정신에 따라 예민한 문제를 계속 적절히 처리하고 양국 관계의 건전하고 안정적 발전을 추진히야 한다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이번 회담을 평가했다.

이어 한중관계에 대해 "우리는 한중관계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며 복잡하게 변화하는 국제정세에 직면해 양국은 의사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도전에 함께 대응하고 발전과 번영을 함께 도모해야 한다"고 했다.

리 위원장은 "우리는 양측이 발전연대를 강화하고, 호혜적 협력을 심화하며, 한중 FTA 2단계를 가속화하고, 첨단기술분야의 협력을 심화하고, 공급망·산업망을 원활하게 안정적으로 관리해 질 높은 통합 발전을 실현해나갈 것을 지지한다"고도 밝혔다. 

이어 그는 "양국은 다자 공조를 강화하고 중대한 국제 및 지역 이슈에 대한 의사소통을 긴밀히 하며, 다자주의와 지역무역체제를 수호하고 전 인류의 복지증진을 위해 지혜와 힘을 기여해야 한다고 인식을 같이했다"고 했다.

리 위원장은 "한중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고 양국간 각급 각분야 대화와 협력 체제를 활용하는 것이 양자간의 상호 이해와 신뢰를 증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인식을 같이했다"라며 "한중 입법기구간 협력을 긴밀히 하고 국정운영 경험을 교류하며 경제발전, 민생개선 분야에서 서로에게 배우는 것이 한중 관계의 장기적이고 안정적 발전을 위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시진핑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의 전략적 리드 하에, 양국 각계 인사의 공동 노력 하에 한중 관계의 더 밝은 미래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반드시 안정적이고 건전한 양국 관계의 황금 30년을 열 것"이라고 했다.

리 위원장이 공동언론발표에서 '한반도 평화 체제 구축이 각 측의 공동 이익에 부합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우리는 양측이 서로의 핵심 이익과 중대한 관심사를 존중한다는 정신에 따라', '양측이 발전연대를 강화하고, 호혜적 협력을 심화하며'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들은 한중수교 30주년이었던 지난달 24일 리커창 중국 총리의 축전, 왕이 외교부장의 축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의 인사말과 거의 흡사하단 평가다.

김 의장과 리 위원장이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갖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김 의장과 리 위원장이 회담 후 공동언론발표를 갖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제는 중국의 행동은 말과는 다르다는 것. 리 위원장의 공동발표와는 달리 중국은 한국의 이익을 고려하거나 존중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으며, 호혜적 협력이 아닌 자신의 입장만을 한국에 강변하는 고압적 자세를 유지한단 평가다. 

특히 이번 발표문에서 등장한 '예민한 문제'는 중국이 계속해서 반발해온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말하는 것으로 분석되는데, 중국은 한국을 겨냥해 천여 기의 미사일을 배치하고 있으면서 사드 배치에 대해선 중국의 안보 이익을 침해한다며 '한한령' 등의 보복 조치를 감행한 바 있다. 

사드 배치가 논란이 되기 시작했던 2016년엔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방한해 "소국이 대국에 대항해서 되겠냐"며 "너희 정부가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고 말한 게 알려져 양국간 외교 문제로까지 비화된 적이 있다. 

중국은 늘 진정한 '동반자 관계', '상호존중'을 강조하면서 실제로는 중국에 맞춘 관계, 중국의 입장이 먼저 존중되어야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는게 아니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리 위원장의 발표문에 진정성이 있냔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란 지적이다.

결국 중국이 말로만 한중관계 발전을 외칠 게 아니라 행동에 있어서의 실질적 변화가 있어야만이 리 위원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단 평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수교 30주년 관련해 한중관계를 되돌아본 보도는 관련기사 항목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2016년 말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로 간주될 정도로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란 지적이 잇따랐다. [사진=KBS]
2016년 말 천하이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의 발언은 한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로 간주될 정도로 한국을 무시하는 처사란 지적이 잇따랐다. [사진=KBS]

박준규 기자 pjk7000@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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