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감사원법 개정안(일명 '감사완박법')을 두고 여야가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치 개입 가능성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반면, 국민의힘은 ‘감사완박(감사원 권한 완전 박탈)’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감사원이 특별 감사를 할 때 국회에 사전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감사원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은 2022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을 개최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감사원이 특별 감사를 할 때 국회에 사전 보고하고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감사원법 개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신정훈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60명은 지난 14일 감사원이 특별감찰을 할 경우 감찰계획서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제출해 승인을 얻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의 중요 정책 결정 및 정책 목적의 당부(當否, 옳고 그름)'에 대한 감찰을 금지하고, 감사 대상자에게 사유를 사전통지하는 조항도 담겼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코로나 백신 수급 관리를 감사 대상에 올리고, 민주당 출신인 전현희 권익위원장 등에 대해 감사를 진행하는 것을 두고 야권에서 ‘정치 감사‘ ‘표적 감사’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의 행보를 제한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이다.

감사원의 표적 감사를 막기 위한 당론 차원의 발의

민주당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달 31일 의원 워크숍에서 이 같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를 막기 위한 입법 조치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만큼, 민주당이 이 개정안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15일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과 과도한 정치개입 행위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을 넘어 끓어 넘치고 있다”며 “먼저 발의한 신 의원 입법 사안을 토대로 더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거기에 보태 추가적인 입법 노력을 할 것”이라고 의지를 내비쳤다.

정점식, 유상범 등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5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이라는 것을 무기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감사만 진행하라는 감사완박을 꾀한다”며 “얼마나 저지른 잘못이 많기에 독립적인 감사원의 직무조차 국회에서 통제하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민주당의 주장대로라면 결국 다수당 마음대로 감사원의 감사계획을 승인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게 해, 감사원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감사원 감사마저 정쟁의 도구로 전락하게 될 것이 자명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감사원의 정기 감사는 헌법이 보장한 고유 업무이지만, 특별감사는 특정인 몰아내기에 악용되는 등 문제가 많다’는 입장이다. 신정훈 의원은 “감사원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독립성을 보장받는 기관”이라며 “사람이나 권력에 충성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나 권력을 감시하는 최후의 보루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60명의 의원은 지난 14일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신정훈 의원. [사진 출처=연합뉴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60명의 의원은 지난 14일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진은 신정훈 의원. [사진 출처=연합뉴스]

감사원법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 3가지를 짚어본다.

① 국회 권한 강화?...도둑이 경찰을 지휘하려고

감사원이 특별감사에 착수하기 전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내용을 두고 여야간 공방이 거세다. 민주당은 감사원법을 개정해 '정치감사'와 '표적감사'를 막겠다고 하지만, 개정안 내용을 살펴보면 감사원을 아예 국회 하위 기관으로 두겠다고 작심한 것과 다름없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제왕적 대통령제 종식을 위해 대통령 소속 기관인 감사원을 국회 소관으로 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감사원법 2조에 따르면, 감사원은 대통령에 소속하되 직무에 관하여는 독립의 지위를 가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갑자기 민주당에서 이런 개정안이 발의된 데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5일 논평을 내고 “헌법기관인 감사원을 국회 하위 기관으로 두고 국회 다수당이 시키는 것만 감사하라는 발상”이라며 “결국 문재인 정권 관련 감사에는 눈을 감으라는 소리”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어 “권력 견제의 기능까지 무너뜨리며 ‘감사완박’에 나서는 민주당의 행태는, 도둑이 경찰을 지휘하는 형국”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특별감찰은 ‘기밀성’이 생명인데, 감찰 계획을 국회 소관 상임위에 보고하고 승인받게 하면 계획은 세상에 다 알려진다는 점에서, 애초부터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② 중요 정책 감사 금지... 이재명 지키기?

특별감사 전 국회의 승인을 받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중요 정책 감사를 금지한 것’이다.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가 저지른 잘못을 덮기 위한 꼼수에서 발의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감사원은 2019년 북한 어민 북송, 2020년 서해 공무원 피살, 2021년 코로나 백신 수급 지연, 올 3월 대선 소쿠리 투표, 종편 재승인 평가 점수를 조작한 방송통신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 특별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만약 감사원법이 개정되면 이런 감사는 앞으로 절대 불가능해진다.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안에 대해 "불법과 비리가 얼마나 많은지 자인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최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감사원법 개정안에 대해 "불법과 비리가 얼마나 많은지 자인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사진은 최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감사원장을 지낸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15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겉으로는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는 것처럼 하면서 사실상 정치가 감사원의 직무에 직접 개입하려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불법과 비리가 얼마나 많은지 자인하는 꼴"이라며 비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감사원법 개정안이 발의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감사원의 백현동 감사보고서’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 7월 감사원은 '백현동 사업은 민간업체 몰아주기'라는 내용의 83쪽에 해당하는 감사결과보고서를 공개했다.

15일 유튜브 ‘어벤저스’에 출연한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백현동 감사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이재명 대표가 밤잠을 설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법조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 대표의 배임 등 혐의가 수사 기록 수준으로 상세하게 담겨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감사원의 감사가 결과적으로 이 대표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이재명 지키기’ 차원에서 감사원법 개정안이 발의됐다는 것이 강 위원의 주장이다.

감사원의 감사보고서가 지닌 위력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 시절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 감사에서도 잘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감사원 보고서가 너무 완벽한 수준이어서, 대전지검에서 사건을 수사하기가 너무 편했다는 말이 있었을 정도였다. 최 전 감사원장은 “수사기록으로도 손색 없을 정도”라고 자평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사원의 백현동 감사보고서 역시 수사기록으로도 손색이 없다는 법조계의 평가를 감안하면,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해’ 감사원을 통제하겠다는 것이 감사원법 개정안을 발의한 진짜 목적으로 분석된다.

③ 감사원법 개정안은 통과되나?...‘노이즈 마케팅’ 효과 노려

민주당은 감사원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소속 의원 169명을 동원할 것으로 관측된다. 의석수로 밀어붙여서 통과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민주당의 뜻대로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감사원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려면 법사위를 통과해야 하는데, 법사위원장이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이다. 따라서 김 의원이 법사위원장으로 있는 한, 법사위 통과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김 위원장을 무력화시키려면 패스트트랙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조 의원은 김건희 특검법에도 반대하고 있는 만큼, 감사원법 개정안에도 찬성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설혹 패스트트랙으로 통과했다 하더라도, 최종적으로 대통령의 거부권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이재명 지키기’를 위해 민주당원들이 총출동하더라도, 감사원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란 어렵다는 전망이다. 결국 민주당과 이재명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 등을 겨냥한 감사원 감사 정당성을 훼손하기 위한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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